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 주목도가 올라가고 시시각각으로 상황이 변하면서 정치기사에는 새로운 용어나 줄임말이 등장하고, 비슷한 상황인데 기사마다 다른 표현을 쓰는 경우도 발견된다. 어떠한 표현을 쓰는지로 뉘앙스나 관점이 달라질 수 있기에 최근 정치기사에서 나온 몇몇 표현의 뜻과 맥락을 살펴보려고 한다. 

낙준연대 vs 낙석연대

오는 1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예정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지난해 12월27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의 연대를 가리켜 ‘낙준연대’ 또는 ‘낙석연대’라고 부른다. 두 사람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표현으로 거대 양당(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탈당한 전직 당 대표들이 제3지대(거대양당 외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하는 연대를 말한다. 

‘낙준연대’란 말은 지난해 12월7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준석, 이낙연의 ‘낙준연대’가 되면 교섭단체 가져간다”며 “아주 파괴적인 타격이 올 거다”라고 말하며 언론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여의도에서는 이재명 당대표 세력을 중심으로 공천이 예정되는 민주당과 윤석열 대통령 세력을 중심으로 공천이 예정되는 국민의힘이 당내 민주주의를 저버리고 당내 이견세력을 배제하면서 제3당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전직 당 대표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 각자 창당을 하더라도 지역구 선거라도 선거연대에 나설 경우 의미있는 제3당이 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따라서 통상 친명과 친윤 성향 정치인들은 ‘낙준연대’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낙석연대’란 표현이 등장했다. 역시 두 사람 이름에서 한 글자씩 가져와 만든 표현이지만 ‘떨어지는 돌(낙석)’을 연상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당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2월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제가 볼 때는 낙준연대가 아니라 낙석연대 같다”며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통합적인 훌륭한 정치를 해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총선 시기에 모이는 일시적 이합집산을 안정적인 한국 정치 발전의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낙준연대’를 말한 하 의원이 ‘낙준연대’로 교섭단체, 즉 20석 이상 확보한다고 주장한 반면 ‘낙석연대’를 말한 김 의원은 “(낙석연대가) 수도권과 호남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한 석도 못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7일 MBC 보도 화면 갈무리
▲ 지난 7일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이낙연 전 대표는 ‘낙석연대’란 표현에 반감을 드러냈다. 지난 7일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후 ‘낙석연대에 대해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 전 대표는 “그 조어에 대해서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받아들이기 싫다”며 “지금은 그런 논의(연대)를 먼저 꺼낼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낙연·이준석의 탈당은 분당인가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위원장의 공통점은 거대양당의 당 대표를 지냈고, 현재 당내 비주류가 돼 탈당과 신당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들이 당을 떠나는 일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당내에서 영향력이 있던 당대표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신당을 꾸린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보다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에 이낙연·이준석 두 전직 당대표의 탈당은 단순 탈당이 아니라 당이 쪼개지는 분당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 대표는 여러 방송이나 지면을 통해 “다른 의원이 나가는 건 탈당이지만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가 나가는 건 분당”이라고 주장해왔다. 

▲ 지난해 12월27일 상계동 갈빗집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사진=MBC 보도 화면 갈무리
▲ 지난해 12월27일 상계동 갈빗집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사진=MBC 보도 화면 갈무리

탈당이 당을 나가는 현상 그 자체만을 가리킨다면 당대표나 잠재적 대선후보 등 영향력있는 정치인의 탈당은 신당창당을 예고한 탈당이므로 그 전체 과정을 ‘분당’으로 보며 강조하는 시선이다.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와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정치에서 유력 대선후보가 없는 정당은 의미있는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와도 연관된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현 당 대표)와 경쟁자였고 여전히 잠재적 차기 대선후보이기 때문에 그의 탈당과 창당이 ‘금태섭·양향자 신당’보다 무게감이 있다는 뜻이다. 관련해 이준석 신당, 가칭 개혁신당에도 대선 후보급 정치인인 유승민 전 의원이 합류해야 의미있는 신당이 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0일 민주당에서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4명 중 윤영찬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3명(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탈당하면서 대다수 언론에선 “분당 수순”에 돌입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이낙연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예측된다. 

‘갈비신당’, 꿈보다 해몽

이준석 위원장의 ‘개혁신당’을 가리켜 ‘갈비신당’이라는 조롱섞인 표현을 둘러싸고 여의도에선 ‘꿈보다 해몽’일 만큼 뒷이야기가 풍성하게 나온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지난 4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개혁신당’을 ‘갈비신당’이라고 불렀다. 장 전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 갈빗집 회동을 높게 평가해 갈비신당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는데요. 이 갈비 신당에서 중책을 맡으려면 음주운전 두 번은 필수인가요? 허은아 전 의원, 음주운전 두 번 했죠. 사무총장이라는 요직을 맡은 김철근 전 당협위원장 음주운전 두 번 했죠”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들이 만든 신당을 향해 친윤계 정치인이 비판하는 대목에서 나온 표현이다. 

▲ 고기 불판. 사진=pixabay
▲ 고기 불판. 사진=pixabay

이준석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7일 서울 노원구 소재 식당 마포참숯갈비에서 탈당과 신당창당을 선언하면서 “훗날 오늘의 제 약속이 ‘상계동 마포참숯갈비 선언’이라고 위키 한 자락에 기록될 수 있도록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했다. 

상계동은 그가 과거 출마했던 지역이지만 왜 갈빗집이었나를 두고는 해석이 나왔다. 그중 하나는 2004년 17대 총선 전 노회찬 의원이 양당(당시 한나라당·민주당)을 비판하며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진다. 판을 갈 때가 왔다”고 한 이른바 ‘불판론’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이준석 위원장도 현재는 양당정치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고, 이전에도 ‘불판론’을 인용해왔기 때문이다. 

장 전 최고위원의 ‘갈비신당’ 발언은 발언자 의도와 무관하게 새로운 해석도 나온다. 일단 당명에서 개혁을 내세웠는데 장 전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보수진영 개혁 주체가 한동훈 체제의 국민의힘이어야 하므로 개혁신당이란 당명을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갈비가 뼈에 붙은 일부 고기를 뜯어서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의미있는 정치세력이 되지 못할 것이란 바람 섞인 전망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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