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변호사)이 민주당 성남지역 정치인 이석주씨의 수행비서 출신 여성 A씨에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일파만파다. 특히 보도 이후 이재명 대표가 측근 가운데 좌장인 정성호 의원과 징계 수위를 상의하면서 현 부원장을 두둔하는 메시지를 쓴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당을 사당화하고 있는 증거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JTBC는 지난 9일 <지금 이 뉴스 [단독] 현근택, 여성 비서에 “부부냐? 같이 사냐?”…언행 논란>에서 “현근택 부원장이 지난달 29일 밤 성남 한 호프집에서 열린 시민단체 송년회에서 이석주씨와 나란히 앉은 A씨에게 ‘너희 부부냐’ ‘같이 잤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변호사님 누구랑 누가 부부예요’ 했더니 (현 부원장이) ‘석주하고 너하고 부부냐, 너네 감기도 같이 걸렸잖아. 하하’(라고 말했다)”며 이어 “‘너네 같이 사냐?’(고 말해) 거기서 뒷통수를 한대 맞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JTBC가 지난 9일 지금 이 뉴스 코너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여성 비서에 "부부냐? 같이 사냐?"고 말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JTBC가 지난 9일 지금 이 뉴스 코너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여성 비서에 "부부냐? 같이 사냐?"고 말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파장이 커지자 현근택 부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술자리를 함께 했던 분들에게 확인해 보니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했다”며 “(피해자에게) 계속 연락했지만 되지 않았고, 찾아뵙고자 노력하였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현 부원장은 “(피해자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몇 번이 되었든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겠다는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현 부원장 징계를 지도부가 상의하는 장면은 더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데일리는 이날 오후 <[단독]이재명 대표, ‘친명 좌장’ 정성호와 현근택 징계 논의>에서 이 대표와 정성호 의원의 텔레그램 문자 대화를 촬영한 사진을 보도했다. 이데일리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이 대표는 정 의원에게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정 의원은 “당직자격정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는 “너무 심한거 아닐까요?”라고 보냈고, 정 의원이 다시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다”고 답했다.

▲JTBC가 지난 9일 지금 이 뉴스 코너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여성 비서에 "부부냐? 같이 사냐?"고 말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JTBC가 지난 9일 지금 이 뉴스 코너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여성 비서에 "부부냐? 같이 사냐?"고 말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이에 성희롱 문제는 지도부가 밀실에서 징계 감경 논의를 했다는 비판으로까지 확산됐다. 이원욱 의원은 10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짜 황당한 일”이라며 “당의 윤리 감찰에 대한 시스템이 있는데, 이건 공당으로서는 있을 수가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완전 사당화 되지 않은 정당이라고 한다면 있을 수 없다. 사당화의 완전 증거를 보여준 사례”라고 성토했다.

이런 가운데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오후 백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표가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윤리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문자와 관련해 정성호 의원이 당직도 없는데 그런 문자를 한 것에 대해 “가까운 사람들끼리 현안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데일리가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과 현근택 부원장의 징계를 상의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해 보도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사이트 갈무리
▲이데일리가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과 현근택 부원장의 징계를 상의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해 보도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사이트 갈무리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대표가 중진 의원 한 분한테 의견을 물어본 것이고, 징계 수위는 윤리감찰단에서 판단하고 최고위에서 결론을 낼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냐’면서 의견수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현근택 예비후보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당 지도부에 철저한 조사와 그에 따른 강력한 징계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여성위는 “성평등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오고 있으나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해 더욱 치열하게 반성하고 당지도부와 구성원 모두 노력해야 할 때”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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