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문제 제기로 시작한 당 내부 쇄신안 내홍이 긴급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열린 끝에 마무리됐으나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깔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도 선거 후 본격적인 당 내부 투쟁이 확산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하루에 문자 폭탄을 1만 통을 받아봤다고 밝혀 팬덤 정치의 부작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30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박지현과 민주당을 지지해주시는 분들께 보내는 편지’에서 “민주당은 대선에서 지고 왜 국민들에게 지지를 잃었는지 반성하고 개선하겠다면서 저에게 함께 해 달라 요청했는데, 참 쉽지 않더라”며 “곳곳이 보이지 않는 벽으로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비판해온 ‘폭력적 팬덤 정치’의 근거로 문자 폭탄의 폐해를 들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문자 폭탄도 맞아봤다. 하루에 문자가 만 통이 오더라”며 “이 분들이 누구인지도, 어떤 목적인지도 모르겠더라. 한편으로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박 비대위원장은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민주당이 ‘민주’ 정당으로서 갖춰야 하는 기본 품격과 상식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반성과 변화의 약속을 제안했다”며 “갑자기 나이 드신 분들 다 몰아내자는 주장처럼 이야기가 번지는 바람에 소란도 있었는데, 진통 끝에 제가 제안한 5대 혁신안을 선거 뒤에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5대 혁신안 합의 과정을 두고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오후 당 지도부가 ‘5대 혁신안’을 모두 수용했다며 당은 선거 이후 권리 당원, 청년 당원, 대의원, 지역위원장, 국회의원 등이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와 구조를 만들어 실천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비대위원장 된 지 76일 만이라고 했다. 그는 5대 혁신안에 대해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대문구청장 후보 신촌 유세에서 지원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현 페이스북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대문구청장 후보 신촌 유세에서 지원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현 페이스북

 

이와 관련해 이번 합의로 근본적 갈등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선거 후 본격적인 논쟁과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연결에서 지난 28일 토요일 밤 8시에 긴급 비대위원회에 참석해 합의에 이른 과정을 소개하면서 “선거 이전에 구체적으로 쇄신안을 마련해 뭔가 변모해야 한다는 박지현 위원장의 쇄신론과 ‘선거 임박해서 이러면 안 된다, 선거에 집중하고 당신 말 다 맞는데 선거 직후로 미루자’는 현실론”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 비대위원은 ‘586 용퇴와 팬덤 정치와 결별 문제의 선거 후 논의 가능성’에 “대원칙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선거 끝나고 난 다음에 저희가 피하고 싶어도 이건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명 대통령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지낸 현근택 변호사도 CBS 같은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이번 합의가 봉합이라고 진단했다. 현 변호사는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공천을 하면서 물론 80년대 생, 90년대 생 이런 분들도 386(86 그룹)이라든지 기성세대에 맞서 도전하겠다는 건데, 1대 1로 파편화 되다 보니까 세력화가 잘 안 된다”며 “이걸(86 그룹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세대 교체가 확실하게 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당대회 과정이나 이후에 당 혁신 과정에 분명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586 그룹의 대표 정치인이자 당내 주류인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연결에서 이번 합의가 봉합에 불과하다는 언론과 정치권의 평가에 “봉합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있었던 것은 좀 과도하게 갈등이 부풀려져서 전달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정당 혁신을 그동안 계속 해와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시스템 공천, ‘여성 청년 의무 공천체’ ‘경선 룰을 통한 여성 33%, 청년 20% 공천’으로 지난 지방 선거에 비해 신인이 1.5배 늘었다”고 자평했다.

박 비대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둘러싼 논란에 윤 비대위원장은 “쇄신을 할 거냐 말 거냐에 대한 논란이 아니었고, 선거 막판에 사전투표를 바로 앞둔 시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옳으냐는 이견인건데, 과도하게 갈등으로 부각됐다”고 해명했다. 지난 25일 자신이 책상을 탁 치고 나갔다는 보도에 윤 비대위원장은 “당내 갈등으로 언론에 의해서 이용당할 우려가 있는 이슈라고 많은 분들이 지적했는데 그 발언이 이어진 데 대해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답했다.

586 용퇴 문제를 두고 윤 비대위원장은 “586 정치인들에 대한 문제는 청년 정치의 문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더 엄격하게 (이들의) 실력이나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나이를 가지고 ‘몇 살 됐으니까 그만해야 한다’는 방식은 적절하진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강욱 의원 징계에 윤 비대위원장은 “최강욱 의원 문제만이 아니라 그동안 성비위와 관련된 의원과 구성원에 대해서는 비대위 출범 이후에 엄격하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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