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강성 지지층이 찬성과 무효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 명단을 작성하고 문자폭탄, 협박, 공격을 일삼자 뒤늦게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너무 늦었다”, “본인이 부추겨 놓고 이제와서”, “진정성을 못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친명 인사는 지지자들이 그 정도 얘기는 할 수 있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명단 제작, 문자폭탄, 제명 요청..누가 이득 볼까요?’라는 글에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이후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명단을 만들고 문자폭탄 등의 공격을 하는 일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이낙연 전 대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제명요청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을 매우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썼다.

이 대표는 특히 “시중에 나와 있는 명단은 틀린 것이 많다”며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해도 5명을 비난하면 1명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자신이 한 일도 아닌데 누명을 당하는 심정..누구보다 제가 잘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안의 갈등이 격해질수록 민생을 방치하고 야당 말살에 몰두하는 정권을 견제할 동력은 약해진다”며 “이럴 때 가장 미소 짓고 있을 이들이 누구인지 상상해달라. 이간질에 유효한, 전혀 사실과 다른 명단까지 나도는 것을 보면 작성 유포자가 우리 지지자가 아닐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이간계 추측도 했다.=

이 대표는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이것은 상대 진영이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 요청했다. 그는 “민주당이 잘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검사 독재정권이 벌이는 무도한 수사의 진실은 무엇인지 더 많이 알려달라”며 “민주당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져야 검사독재정권과 더 결연히 맞설 수 있다”고 썼다.

그러나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이미 이런 행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도록 그대로 방치했다가 너무 늦게 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마지못해 한 것 아니냐’,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센터 소장은 4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팬심에 기대는 정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지층의 결속은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르나 다수의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오늘(4일) SNS에 올린 것은 좀 늦었다”고 비판했다. 장 소장은 “상황이 악화되는 일주일 동안 가만히 있다가 어느 정도 색출작업이 끝나니까, 면피성으로 이런 얘기를 한게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 상황을 ‘나 죽어도 감옥 안갈거야’, ‘내가 공천 다하고, 선거 내 얼굴로 치를거야’ 이런 생각을 가지면 민주당 진흙탕 속에 빠져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나 감옥갈 각오’를 하면서 정정당당하게 이 상황을 맞닥드려라”라고 조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건물로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건물로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구 당협위원장도 이날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큰 책임이 있는 이유가, 국민의힘 전신 정당(자유한국당) 가운데 가장 우리당이 형편없을 때 했던 모습을 지금 민주당에 보여주는 것 같다”며 “44명 좌표 찍어서 누구는 1급이고 누구는 2급이고, 말그대로 리버스 태극기, 민주당 버전 태극기”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국민의힘 가장 못났을 때 보면 ‘탄핵의 주역이 누구다, 1급이다 2급이다’ 비하해서 좌표, 명단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그걸 민주당이 똑같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 대표가 지금 와서 이러지 말자고 진화를 하는 모양새는 취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가 (과거) 했던 얘기 중에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을 정의한 점을 들어 “검찰 좌표찍고, 수박 만들고 한 장본인이 이재명 대표인데, 이제와서 사안이 수습이 안될 것 같으니까, ‘여러분 그러지 마십시오’하면 그 진정성을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9월22일 이 같은 표현을 페이스북에 썼으나 현재 삭제된 상태다.

구속된 이재명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변호를 맡고 있는 친명 인사인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이 방송에서 “검찰에 좌표를 찍는다고 바뀌겠느냐”며 “수박 논쟁은 아픈 부분이다. 대선때부터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일부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현 변호사는 “저는 노선 투쟁이나 논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래야 합의가 도출되고 그 다음이 이어지는 것이지,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끝나고 통합 선대위도 꾸렸는데, 선거운동을 안한다. 민주당의 실제 의석수가 169석이 아니라 138석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소속은 민주당에 있지만 생각은 다른 데에 있다고 개인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운동권적인 시각일지 모르지만 노선투쟁은 본인 생각을 드러내놓고 색깔 드러내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누구도 자기가 어떤 표를 던졌는지 얘기를 안하고 숨어있는건데, 그게 과연 좋은 길이냐. 개인적으로 꼭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이탈 표결 의원의 공개를 촉구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구 당협위원장이 4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명단작성, 문자폭탄 공격 자제요청이 뒤늦었고, 진정성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정치인싸 영상 갈무리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구 당협위원장이 4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명단작성, 문자폭탄 공격 자제요청이 뒤늦었고, 진정성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정치인싸 영상 갈무리

 

이에 장성택 소장은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일은 노선투쟁이 아니라 화풀이이자 감정의 배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념적 정책적 방향이 아니다. ‘너 왜 내편 안들었어, 너 나가’라고까지 정성호 의원이 얘기한다. 이게 노선투쟁이냐, 건전한 상식적 논쟁은 아니다. 이런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김준우 변호사는 “민주당 분열을 치유할 어른이 부재하다”며 “이 사람을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어른이나 권위있는 책임자 이런 게 없다보니까 싸움이 격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근택 변호사는 재차 “김기현 의원이 대표 된다고 해도 그 당에서 김기현 체포영장 들어왔는데, 찬성 기권하는 사람이 있으면 뭐라고 할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당 대표인데, 당대표를 검찰에 갖다 바치냐. 지지모임이나 동네 반창회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지지자들이) 그런 부분은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되레 지지자를 두둔했다. 중간에 이 말을 듣던 장성택 소장은 “또 물타기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현근택 변호사가 4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후 벌어진 강성 지지층의 명단작성, 문자폭탄, 협박전화 등의 행태를 두고 수박논쟁은 아픈 부분이라면서도 노선투쟁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MBC 정치인싸 영상 갈무리
▲현근택 변호사가 4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후 벌어진 강성 지지층의 명단작성, 문자폭탄, 협박전화 등의 행태를 두고 수박논쟁은 아픈 부분이라면서도 노선투쟁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MBC 정치인싸 영상 갈무리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게 다 이재명이 부추긴 것”일며 “이제 와서 말리는 척 해봐야...”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군중은 자기동력을 갖고 있다”며 “일단 불이 붙으면 통제가 안 된다. 그들을 세뇌시켜 써먹는 이들은 결국 그 군중에 잡아먹히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입장을 밝히기 직전인 지난 3일 저녁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에게 “(화해와 통합 요청을) 바로 했어야 한다. 그걸 안 하고 개딸들이 저 난리치도록 놔두고. 이재명 대표가 말로는 ‘중지하라’ 했지만 속으로는 더 하라고 했겠지. 저렇게 하면 안 되는 거거든”이라고 냉담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고문은 “리더십은 저러면 안 된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않고, 위기를 완전히 파탄으로 끌고 가버린다”고 비판했다. 이 고문은 “그걸 보고 내가 저거 진짜 내가 일말의 기대를 했던 야당이라는 게 저게 형편없구나”라고 털어놨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그냥 집중적으로 문자 폭탄이나 욕설 이렇게 하고 색출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고 공산당 무장공비 색출, 공산 전체주의 시대 때 색출도 아니고”라며 “나치 시대 때 너 기독교 신자야, 아니야? 하느님 믿어, 안 믿어? 안 믿습니다. 그럼 십자가 밟아. 이런 거 아니냐. 이게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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