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27일 ‘KBS 공적책임 수행을 위한 공론조사’를 폐기했다. 지난 7월 출범한 공론조사위는 국민 패널 조사를 앞두고 해산하게 됐다.

KBS 이사회는 지난주 임시이사회에서 논의했던 공론조사 폐기안을 27일 정기이사회에서 표결에 부쳤다. 서기석 이사장을 비롯해 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사 6명 찬성으로 공론조사 폐기가 의결됐다. 재적 이사 11인 중 과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도록 돼 있는 KBS 이사회는 현재 여야 6대5 비중으로 구성돼있다.

▲2023년 7월25일 KBS 공적책임 수행을 위한 공론조사위원회가 1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
▲2023년 7월25일 KBS 공적책임 수행을 위한 공론조사위원회가 1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

표결을 앞두고 야권 조숙현 이사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영방송의 가작 큰 공적 재원이 대규모 결손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결손을 줄이거나 회복하기 위한 그나마 유일한 노력으로 공론조사 같은 것이 필요하다. 집행기관(경영진)이 제출한 예산편성 방향이나 대략의 계획에선 수신료 결손을 회복시키기 위한 아무런 대안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하 노력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그것을 제시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것이 이사회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이고 책임인데 이렇게 폐지해버리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조 이사는 지난 18일 박민 KBS 사장이 국회에서 인건비 1000억 원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면서 “공적 지원 확대를 위한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해야 내부 구성원에 의해 지지받고 협조할 수 있다”며 “미래를 대비하는 아무 것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저 당장 허리띠를 조르고 줄어든 수입에 맞춰 규모만 줄이려는 상황에 이사회가 가담하면 이사회 책임을 오히려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발언 기회를 얻은 야권 이상요 이사는 “공론조사 성격을 지속 가능한 공적 재원 확보 방안으로 하자”면서 기존 공론조사 계획을 일부 수정해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TF팀을 구성해 수신료 제도 재구성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내부 인력을 중점적으로 활용해 기존 7억 원가량의 예산을 일부 축소 조정하자고 했다.

그러자 여권 황근 이사의 경우 “저도 거의 비슷한 생각”이라면서도 기존 공론조사를 먼저 폐기한 뒤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기석 이사장이 표결 절차를 서두르면서 여권 이사 찬성으로 공론조사가 폐기됐다. 표결 직후 일부 이사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고 요청했지만 서 이사장의 폐회 선언으로 이사회가 종료됐다.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연합뉴스

KBS 공론조사는 지난 6월 대통령실이 권고한 사안 중 수신료 분리징수만 이뤄지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남영진 전 이사장 제안으로 추진됐다. 당시 다수였던 야권 이사 7명 찬성으로 결정된 공론조사가 여야 구도가 뒤집힌 뒤 폐기된 것이다.

앞서 7월 출범한 공론조사위원회는 5차례 회의를 진행한 뒤 공론조사에 참여할 300명의 국민 패널 구성 및 대면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기존에 공론조사를 위해 배정된 7억 원가량의 예산 중 2500여만 원이 집행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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