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가 지난 16일 TV수신료(KBS·E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5기 방통위 정책과제 및 연도별 추진 계획에 수신료 징수제도 개선이 없었다”고 했다.

20일 언론연대는 <김효재 대행은 방통위를 거수기로 만들 셈인가> 논평에서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은 현 방통위가 정치적 독립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걸 보여준다.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의 입법예고 기간을 10일 이하로 단축한 건 역사상 전례가 없다. 가벼운 고시를 바꾸는 행정예고도 통상 20일을 둔다”며 “하물며 공영방송 재원의 근간인 수신료 제도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정한 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KBS.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KBS.

5기 방통위 정책과제 및 연도별 추진계획에 ‘수신료 징수제도 개선’이 없었다는 점을 짚었다. 언론연대는 “수신료 제도와 같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5기 방통위 정책과제’에 ‘수신료 징수제도 개선’을 포함하고, ‘연도별 추진계획’에 따라 전문가 연구 및 공청회 등을 거쳐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신료 징수제도는 ‘5기 방통위 정책과제’가 아닐뿐더러 방통위가 불과 몇 달 전에 발표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도 전혀 언급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이어 “대통령실은 프랑스, 일본 등이 수신료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려 한다고 내세우지만 이들은 공론의 과정을 거치고, 새로운 재원 조달 방법을 함께 논의했다”며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어느 나라도 난데없이 인터넷 ‘좋아요’ 개수나 댓글여론으로 수신료를 축소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논의는 물론 대안 마련도 없이 시행령 한 줄을 바꿔 공표하는 건 세계방송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졸속처리”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거듭 말하지만 수신료 분리징수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순서와 절차가 있는 법이다. 이미 방통위에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정책과제가 산적해있다. 장기간 연구와 논의를 거치고도 처리하지 못한 현안이 수두룩”이라며 “공영방송 제도만 해도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지배구조개선안, 공적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공적책무협약제도, 수신료 산정과 배분의 투명성을 위한 회계분리 방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를 다 제쳐두고 계획에 없던 일을 불쑥 꺼내 처리할 일이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3인 체제의 5기 방통위에 “이견이 적은 묵은 과제부터 선별해 처리하고, 합의가 부족한 사안은 6기 위원회가 풀도록 넘기는 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임기를 고작 두 달 남긴 5기 위원회가 돌이킬 수 없는 정책을 대못 박듯이 서둘러 결정해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며 “대행은 방통위를 거수기로 만드는 행태를 당장 멈추라. 대통령 거수기 노릇하는 방통위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윤석열 정부는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공식화했다. 지난 14일 방통위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방통위는 16일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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