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 제목에 ‘[변화]’라고 달린 기사들이 있다. 뉴스타파는 ‘변화’ 코너를 만들어 이 기사들을 한곳에 모아 놨다. 누리집에선 “‘진실의 수호자’ 뉴스타파 후원 회원과 함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해당 기사들을 소개했다. 

뉴스타파가 독립언론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뉴스쿨’(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 출신 신생 매체 ‘뉴스하다’ 누리집에도 똑같이 ‘변화’ 코너가 있다. 뉴스하다는 지난달 ‘변화’로 <인천시 광고비 집행 잘못했다 인정>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뉴스하다가 지난 7월 ‘인천시, 유정복 측근에 보은성 광고비 집행 의혹’을 보도한 뒤 4개월 만에 인천시 측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담았다. 자사 보도 이후 변화를 기록하는 일이다. 

뉴스쿨을 거쳐 최근 창간한 ‘뉴스어디’는 ‘변화’ 대신 ‘영향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사 보도의 변화 상황 등을 담기로 했다. 뉴스어디 누리집에도 ‘영향력’이라는 별도 코너를 만들었다. 박채린 뉴스어디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뉴스타파 기자들 사이에선 ‘변화’ 기사를 쓰는 게 뿌듯한 일”이라며 “뉴스타파가 취재해서 변화가 생기면 변화 기사를 쓰고, 그 외 작은 변화들도 유튜브나 SNS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리는데 취재 기자가 놓치면 데스크가 찾아서 알린다”고 말했다. 

▲ 뉴스타파 '변화' 기사들. 사진=뉴스타파 누리집
▲ 뉴스타파 '변화' 기사들. 사진=뉴스타파 누리집
▲ 뉴스어디 '영향력'(왼쪽), 뉴스하다 '변화'. 두 매체 누리집 갈무리
▲ 뉴스어디 '영향력'(왼쪽), 뉴스하다 '변화'. 두 매체 누리집 갈무리

뉴스타파와 뉴스하다의 최근 페이스북 등을 보면 검찰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특활비 등을 검증한 보도로 상을 탄 소식을 알리고 있다. 취재 경위와 목적을 밝히고 이를 통해 어떤 상을 받았는지 시상식 현장 사진과 함께 알렸다. 

박 기자는 “광고주에게만 돈을 받는 언론사라면 필요 없을 일일지 모르겠지만 독자가 후원을 해주는 독립언론이기 때문에 독자들 후원으로 보도해서 이렇게 세상이 바뀌거나 영향을 끼쳤고, 밖에서 평가를 받았다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 기자들과 지난 9월 스웨덴에서 열린 ‘글로벌 탐사보도 총회’(GIJC)에 참석했던 경험을 전했다. 해당 총회에서 ‘임팩트’라는 세션이 있었는데 취재와 보도 방식 자체보다는 보도 이후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후원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사엔 보도 이후 변화를 주목하는 게 일반화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독립언론인 ‘셜록’도 독자들에게 충실하게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있다. 눈길을 끈 부분은 두 가지. 일단 연재 기사마다 기획 의도를 꽤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권 침해 사건의 경우 당사자 목소리가 그대로 있으니 읽기 힘겨운 내용이 있을 수 있다거나 앞으로 책으로 묶어낸다는 계획을 담기도 한다. 취재를 시작한 배경이나 취재 목적을 자세하게 알리는 건 기본이다. 

두 번째는 ‘[액션]’ 기사들이다. 셜록은 “알리고, 퍼트리고, 해결합니다”를 내걸고 있는데 실제 자사의 의혹 보도 이후 민원이나 소송 등으로 이어진 경우 ‘액션’ 기사로 이를 소개한다. 검사들의 표절 논문에 대한 국민신문고 민원, 용산어린이정원 출입 관련 ‘블랙리스트’ 보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등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사례를 다루는 후속 기사다. 

▲ 셜록 '액션' 기사 갈무리
▲ 셜록 '액션' 기사 갈무리

셜록 역시 SNS에 셜록 기자가 외부에서 수상한 소식과 시상식 현장, 자사 기자의 방송 출연 영상, 셜록 행사에 참석한 독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 등을 후원자인 독자들에게 ‘보고’하고 있다. 셜록이 ‘변화’를 기록하는 방식은 뉴스타파나 뉴스쿨 출신 독립언론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언론이 공적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 그 원천은 독자에게 나와야 한다. 독자들의 지갑을 열었다면 공익적 변화와 기사에 대한 평가를 독자에게 보고할 의무가 생긴다. 이는 독립언론 입장에서는 매체의 존재 이유이고, ‘변화’에 대한 피드백은 독자가 후원을 지속할 이유가 된다. 

반면 포털이나 광고주가 더 중요한 언론에서는 보도가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이는 기자 개인의 영광이 된다. 일부 언론사가 자사 홍보 목적으로 이를 활용하더라도 여기서 독자들에게 감사할 이유는 별로 없다. 그저 동료들의 시샘 대상이 되지 않으면 다행인 경우도 많다. 비민주적 수익 구조가 만든 씁쓸한 내부 분위기다. 

‘변화’에 대한 기록은 궁극적으로 언론이 특정 이슈를 꾸준히 이어가는 문제와 연결된다. 탐사보도를 내걸지 않더라도 독립언론들은 한번 다룬 이슈를 끈질기게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독립언론은 현실 감각이 떨어져 주목도가 떨어지는 이슈를 계속 다루고 있는 걸까.

광고주만 중요한 언론은 지금 뜨거운 이슈, 다른 말로 당장 클릭 수가 중요하다. 주목도가 떨어지면 언론도 빠르게 발을 빼는 게 효율적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때 그 사건은 어떻게 됐을까?’, ‘이 언론사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내가 후원한 돈은 가치있게 사용되고 있을까?’

소위 ‘판을 흔드는 보도’에만 몰입하는 관행은 언론 신뢰를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다. 어젠다 세팅은 중요한 가치지만 현재 언론계는 어젠다 세팅에만 과하게 몰입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언론사가 이렇게 많은데 특정 기사가 어떻게 쉽게 주목을 받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동료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기사에도 ‘단독’을 달아 포털 눈에 띄려 하거나 자극적 문제 제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 사례지만 최근 권력자 측근 관련 부정청탁 의혹 보도에 언론인이 직접 청탁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취재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평가를 받으며 언론에 대한 냉소를 쌓고 있다.  

언론사 영향력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한번 다룬 이슈를 꾸준히 놓지 않고 여기서 발생하는 변화를 중요하게 여겨 독자들에게 ‘언론 효능감’을 제공해야 한다. 어젠다 키핑(keeping)을 기자 개인의 사명감 정도로 치부하는 언론계 문화는 언론사가 독자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한 개선되기 어렵다. 자사 보도가 가져온 ‘영향력’조차 제대로 기록하고 알리지 않는 언론사부터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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