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유일한 기자인 미디어 감시 매체 ‘뉴스어디’는 11월9일 첫 기사를 내보내며 창간했다. 광고는 받지 않고,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독립언론이다. 일시 후원만 받은 11월은 후원금 8만5천 원을 모았다. 12월1일 정기 후원자를 모집하기 시작해 18일 현재 후원 회원은 9명이다. 감사한 후원이지만, 생존 가능성만을 잣대로 보자면 전망은 일단 ‘흐림’이다. 그럼에도 뉴스어디 같은 비영리 독립매체를 시민들이 원하고 또 이런 매체가 생존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기암시를 매일 되뇐다.

▲ 미디어 감시 매체 ‘뉴스어디’ 홈페이지
▲ 미디어 감시 매체 ‘뉴스어디’ 홈페이지

나는 지난 1년4개월간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취재를 배우며 창업을 준비했다. 그때 이 매체의 한 기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뉴스타파는 언젠가 유튜브에서 나가야 한다” 모두가 유튜브 ‘떡상(인기 급상승)’을 못해 안달인데 무슨 말인가 싶었다. 뉴스타파는 유튜브에 광고를 안 붙여 수익은 없지만 구독자는 122만 명이나 된다. 그럼에도 ‘탈’ 유튜브를 바라는 이유인즉슨, 언론의 ‘독립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데,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는 그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거다. 시대에 뒤처진 선비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뉴스타파에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다시금 생각하게됐다.

최근 ‘뉴스타파 유튜브서 나가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던 일이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뉴스 검색이 가능한 매체를 축소하면서 언론사 1000여 개가 포털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KBS 사장이 바뀌고 하루아침에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출연자가 교체됐다. 반민주적 행태인 건 맞지만 이와 별개로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무기인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언론은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의문이다. 독립언론 창간을 준비하면서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은 지키면서도, 공익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의 수익 구조를 찾으려 했는데 국내에선 보고 배울만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결국은 독립언론이 대안’이라는 게 나의 첫 번째 ‘근거 있는’ 자기암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탐사보도 기자들이 대량 해고되면서 저널리즘 위기로 이어졌는데 그때 비영리 독립언론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INN(Institute for Nonprofit News) 같은 독립언론 지원 단체가 생겨나면서 10년 새 20여 개였던 독립언론이 300여 개로 늘었다. 한국은 어떤가. 재정 등의 이유로 언론사의 탐사보도팀이 사라진 지 오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언론의 광고 시장 몫도 많이 줄었다. 더 나은 언론을 위한 대안이 필요한 시기는 빨리 다가오고 있다.

▲ INN(Institute for Nonprofit News) 홈페이지
▲ INN(Institute for Nonprofit News) 홈페이지

두 번째 ‘근거 있는’ 자기암시는 독립 언론에 후원할 이들이 한국에도 많다는 것이다. 뉴스타파 출입구 문을 열면 왼쪽 벽에 붙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무엇이 있다.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 후원자 명단이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난해 3월 전월 대비 모금액이 44배 늘었다.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에서 새로운 독립언론에 후원할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었다. 독립언론이 시민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다면 후원 모델도 가능성이 있다는 걸 ‘44배 모금액’이 보여줬다.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로 탄생한 독립언론은 뉴스어디 외에도 뉴스하다, 코트워치가 있다. 이들 매체도 나와 비슷한 자기암시를 하며 취재하고, 쉽지 않은 하루를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원래 시작은 다 미미하다. ‘100개 만들기’가 성공하기 위해선 독립언론의 노력 그리고 시민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잠깐만 시간을 내어 기사를 읽고, 응원도 보태주시면 좋겠다. 앞으로 독립언론 뉴스어디의 ‘자기암시’와 같은 생존 몸부림을 이 지면에서 나누며 독자 여러분께 말을 걸어보겠다.

▲ 뉴스. 사진=gettyimagesbank
▲ 뉴스. 사진=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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