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신학림 돈 거래’로 보도 윤리에 큰 타격을 받은 뉴스타파가 두 사람 사이 거액이 오고간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올 1월 초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지난 9월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김만배·신학림 돈 거래 의혹이 알려지자 뉴스타파는 그 직후 “신 전 위원장이 자신의 저작물을 김씨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돈 거래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돈 거래 사실을 왜 인지 시점에 공표하지 않았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 뉴스타파가 지난 9월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가 지난 9월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뉴스타파는 지난해 대선 사흘 전인 3월6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 전 위원장의 대화 육성을 단독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두 사람 발언 가운데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와 윤석열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취지의 김만배 음성을 12분짜리 리포트로 내보냈다. 보도 골자는 대장동 개발 종잣돈을 끌어모은 대출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씨가 김씨의 법조 로비를 통해 2011년 대검 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월 검찰 수사를 통해 뉴스타파 보도에 한 해 앞서 김·신 사이 거액 1억6500만 원이 오갔다는 사실 등이 확인되며 보도 윤리 문제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9월 이뤄진 인터뷰를 대선 직전 보도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신 전 위원장에게 1억6500만 원을 전했고, 신 전 위원장이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6일 뉴스타파를 통해 김씨 육성을 보도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와 신 전 위원장 만남은 2021년 9월15일 있었고, 그로부터 5일 뒤 김씨는 신 전 위원장에게 거액을 송금했다. 신 전 위원장이 김씨와 나눈 대화 녹취를 뉴스타파에 제보한 것은 이로부터 6개월 뒤인 지난해 3월4일. 제20대 대선을 5일 앞둔 시점으로 보도는 이틀 뒤 공개됐다. 

반면, 신 전 위원장은 자신이 집필한 책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1세트(책 3권)를 판매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김씨도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13일 외부 인사 5명으로 구성한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 진상조사위를 구성하여 김·신 돈 거래를 포함한 뉴스타파 보도 결함을 살피고 있다.

언론 보도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신 전 위원장은 지난 1월9일 매일경제 기자로부터 “김씨로부터 100억 원을 받고 대본대로 허위 인터뷰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를 만나 매일경제의 취재 사실과 자신이 김만배씨에게 ‘혼맥지도’ 책을 판매한 사실을 토로했다. 

이에 김 대표는 자문 변호사와 뉴스타파 일부 팀장들을 소집하고 신 전 위원장을 불러 경위를 상세하게 확인·조사했다. 신 전 위원장과 김씨가 1억6500만 원에 달하는 책 판매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거래 대금이 법인 계좌가 아닌 김만배 개인 계좌에서 들어온 사실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신 전 위원장에게 김씨와의 만남과 거래 과정에 관한 정식 경위서를 요구했고, 신 전 위원장은 문건으로 제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 전 위원장은 뉴스타파 전문위원 자리에서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 뉴스타파 직원들이 지난 9월14일 오전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으로 압수수색 중인 서울 중구 뉴스타파 출입문 앞에 팻말을 붙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뉴스타파 직원들이 지난 9월14일 오전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으로 압수수색 중인 서울 중구 뉴스타파 출입문 앞에 팻말을 붙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 대표와 뉴스타파가 올 1월 김·신 두 사람의 돈 거래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뉴스타파 측은 김·신 두 사람 거래는 사인 간 거래로 보이고 신 전 위원장의 경우 김만배씨가 타 언론인에게 금품을 제공했던 사례와는 다르다는 판단을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매일경제는 지난 23일자 보도에서 “저널리즘 윤리에 기반한 상식에 따른다면 기사와 관련해 결정적인 사실의 오인이나 대가성이 확인될 경우 이를 공개하고 기사를 철회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며 “뉴스타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뉴스타파는 검찰이 지난 9월1일 신씨 등을 압수수색하며 김씨와 신씨 사이의 돈거래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약 8개월간 이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김 대표가 신씨로부터 돈거래 사실을 보고받은 시점이 ‘허위 인터뷰’ 보도 이후라고 해도 기사 정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뉴스타파의 한 기자는 27일 “뉴스타파 보도 10개월 후인 올해 1월에야 김·신의 돈 거래를 인지했다는 사실은, 보도 당시 뉴스타파가 두 사람 사이 돈 거래를 몰랐다는 뉴스타파 입장을 오히려 지지해주는 것”이라며 “이 사실은 검찰이 내세운 김만배·신학림·뉴스타파의 ‘사전 공모 대선 개입 사건’이라는 프레임과 180도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이 기자는 “신 전 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후 뉴스타파가 밝힌 입장은 ‘보도 당시 돈 거래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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