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의 첫 유죄 판결에서 김씨가 법조기자 시절 배성준 YTN 기자의 소개로 대장동 개발사업 대관업무에 뛰어들어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 성남시 조례제정과 수익배분, 청탁 등 적극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기소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설립을 도와달라며 최 전 의장에게 청탁하고 뇌물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김씨와 최 전 의장 뿐 아니라 검찰도 각각 지난 19일과 20일 모두 항소해 다시 2심에서 다투게 됐다.

미디어오늘이 수원지법 공보관으로부터 받은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그동안 검찰과 언론에 나온 기자 김만배씨가 어떻게 이사업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우선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검찰은 핵심 증인이자 관련 사건 피고인이기도 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2011년 말경 배성준 기자를 통하여 피고인 김만배를 소개받았고, 대관업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김만배를 대장동 개발사업에 영입하였다고 기재했다.

재판부가 소개한 증인 진술을 보면, 남욱 변호사는 “2011년 말경 배성준 기자를 통해 소개받은 김만배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대관업무 및 여론조성(인허가)를 도와줄 수 있느냐’라고 직접 물었고, ‘내 인맥을 통해 도와주겠다’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성남시의회에서 공사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김만배가 많이 도와준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남 변호사는 “(시 의회와)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김만배가 해 준 것이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조례안이 통과되어 공사설립이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특히 “김만배는 공사설립 조례안이 의안으로 상정된 2012년 12월31일경 성남시의회 본회의에도 참석해 있었다”고도 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청탁 및 뇌물공여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은 데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공동취재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청탁 및 뇌물공여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은 데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공동취재단)

정영학 회계사는 증인 진술에서 “2011년 말경 대장동 개발사업에 민관합동개발방식으로 참여하려면 공사설립이 필요했는데, 남욱이 성남시 쪽에 인맥이 닿지 않았다”며 “그래서 인맥이 되는 사람을 YTN 법조기자 배성준의 소개로 기자인 김만배씨를 소개받아 성남시나 시의회 쪽 업무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정 회계사는 “2011년 말경부터 2012년 초순경까지 남욱은 시행사 대표이사로서 성남시 인허가 담당, 김만배는 성남시와 시의회에 대한 관계유지, 나는 자금조달과 회계업무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진술을 두고 대체로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상호 부합한다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 김만배씨를 두고 △성남시와 시의회 동향을 파악해주는 정도의 단순한 조력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대관업무를 담당해 시행사 이익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가결을 위해 최윤길의 성남시의장 선출을 제안하고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의원에 부탁했으며 △공사 설립 이후 직접 민간사업자로 참여해 남욱 정영학 사이의 수익분배를 협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만배씨가 청탁을 직접 실행하지 않았다 해도 청탁의 핵심적 경과를 촉진해 본질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또 최윤길이 성남시의장으로 선출된 후 의사진행을 통해 새누리당이 반대한 공사 설립 조례안이 가결될 수 있었고, 이것이 대장동 개발사업이 가능하게 된 출발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최윤길 전 의장에 대해 △대장동 사업 참여하려던 시행사 관련자들로부터 공사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통과시킬 목적으로 대장동 주민들에게 회의장에서 시위하게끔 조장 내지 지시하는 부정한 행위를 했으며 △9년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이 현실화되자 김만배 소유 화천대유와 성과급 계약 체결을 가장해 총 40억 원가량을 지급받기로 약속하고 8000만 원 가량을 실제로 지급받아 뇌물을 약속 및 수수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시개발사업 및 시의회 의사 및 표결 업무와 관련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며 “피고인들은 범행을 반성하지 않은 채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죄책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 판결문에서 김씨는 청탁을 하지도 않았고, 했다해도 청탁의 주체도 아니라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고, 최 전 의장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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