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 신뢰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주제 토론회 모습. ⓒ정철운 기자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 신뢰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주제 토론회 모습. ⓒ정철운 기자

24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 신뢰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자유언론실천재단 조성호 이사장(전 한국일보 기자)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 외신 인터뷰에 대해선 비판은커녕 비호하는 투의 기사를 써서 분노케 했다. 촌지 문제는 기사형 광고 형태로 더욱 야비해졌다”며 “(기자들이) 기레기 같은 멸칭을 참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대수롭지 않게 듣는 것 같다. 언론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스스로 반反언론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돌이켜보면 언론이 신뢰받았던 적은 없다. 매 순간 언론은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성 언론은 사실을 다루고 유튜브는 주의·주장만 담고 있다고 하는데 아닐 수 있다. 한국언론은 그동안 사실에 강했던 적이 없다”고 했으며 “디지털화를 통해 뉴스 품질에 대한 이용자 기대는 높아지지만 언론사 스스로는 제자리걸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마다 언론 신뢰를 판단하는 기준도 다르다”며 “최근에는 언론인도 독자들을 불신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박진우 교수는 “뉴스 신뢰의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언론인-뉴스이용자 상호 간의 문제”라고 한 뒤 “언론인들끼리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보도 관행에 대해 이제 뉴스 이용자들도 알게 되었고, 이는 언론 신뢰도를 판단하는데 결정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만배 사태는 독자들이 언론 신뢰를 판단할 때 치명적”이라고 강조한 뒤 “언론인들은 내부 문제에 대해 관대하다. 그러나 독자는 관대하지 않다”고 했다.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연합뉴스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출신 김만배는 법조기자 지위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부동산개발 사업 리스크관리에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한겨레 한국일보 중앙일보 등 타사 법조팀장들은 김만배와 수억 원대 부적절한 돈거래를 했다. 그러나 김만배 사태와 관련해 법조기자단에서 여태껏 자기반성적 공식 입장은 없었다. 박 교수는 언론계를 향해 “문제를 바로잡는 가시적인 노력을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대장동 사태에서 우리가 국민주 언론으로 창간했던 한겨레까지 연루가 된 건은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다. 예전에 전교조 논란 많았을 때 촌지 안 받는다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 한겨레 대응은 독자들이 실망한 대목을 감동적으로 씻어줄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또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언론 간의 상호 비판이 없었다. 침묵의 카르텔은 언론계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을 역임한 이봉현 한겨레 논설위원은 “김만배 돈거래 사건은 우리 내부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독자나 사회가 받은 충격은 훨씬 컸을 것이다. 한겨레를 독자들이 믿어주신 이유가 그래도 도덕성·윤리성은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텐데 그에 대한 배신감을 준 사건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편집인·대표이사 사퇴하고 조사위원회 만들어 두 달 간 자세히 조사해 전모를 밝혔다”며 “기자단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된 시스템을 점검해 하나씩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이봉현 논설위원은 언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엘리트 중심 취재 관행을 버리고 투명성·다양성·유용성에 주목해야 한다. 언론사가 왜 이 사안을 중요하게 봤는지, 어떤 취재원을 만났는지, 어떤 오보를 냈는지 더 투명하게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신뢰 측정 문제는 복잡하다. 독자들은 신뢰를 친근함 정도로 보는 것 같다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기회만 되면 기자들이 기업으로 가고 있다. 언론계가 몰락하고 있는데 신뢰 회복을 이야기하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는 “뉴스의 품질을 경쟁할 수 없는 구조를 봐야 한다. 출입처 관행에 따른 이슈 쏠림현상, 포털에 의한 뉴스 파편화, 그에 따른 맥락의 붕괴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으며 “정보의 접근 경로가 늘어나면서 언론이 제안하는 가치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시대다. 대중은 언론을 신뢰할 경험이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하며 차별화해야 한다. 뉴스의 맥락을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진순 민언련 대표는 “언론이 언론의 문제에 대해 엄정하게 성찰하고, 노력하는 모습 속에서 다시 언론에 대한 시민의 기대가 샘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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