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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메인뉴스 10월23일 보도화면. 

JTBC가 대선 직전 ‘윤석열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주며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취재기자가 ‘윤석열 커피’ 인터뷰를 유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취재기자였던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MBN은 “지난해 2월28일 JTBC는 과거 대검 중수부 시절 윤석열 주임검사가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를 봐줬다는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과 일치한다며, 조 씨 회사 직원 A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조 씨가 주임 검사와 커피를 마시고 나서 금방 나왔다고 영웅담처럼 얘기했다는 내용이었다”며 “A씨는 이달 초 검찰 조사에서 JTBC 봉지욱 기자가 채무 관련 도움을 주겠다며 해당 인터뷰를 종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23일 단독 보도했다.

MBN은 “취재 당시 A씨는 부산저축은행 등이 집단 영업 정지되자 조 씨 회사 명의로 받았던 400억 대출을 떠안게 됐다”면서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봉 기자가 ‘보증인을 조우형으로 바꿔주도록 도와주겠다’며 ‘윤석열 커피 얘기 듣지 않았냐’고 인터뷰를 유도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봉 기자가 대가를 약속하며 인터뷰를 요구한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커피’가 등장하는 2022년 2월24일 두 사람 통화에서 대가를 약속하거나 인터뷰를 유도했다고 볼 대목이 있을까.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가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25분간 통화에서 A씨는 5분30초경 봉 기자에게 “우형이 형이랑 얘기해야 되는데 어떠한 경제 활동도 제 이름으로 하기가 지금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봉 기자는 “변호사 상담은 해보셨냐”고 물었고, A씨는 “해봤는데 제가 뭐 금치산자가 아닌 이상은 어쨌든 제가 사인하고 이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고 답했다.

다시 봉 기자가 “아니, 그 (조우형) 판결문이 저한테 있는데 제가 드릴 테니까 그거로 한번 다시 (법적 대응을) 해보세요”, “보면 그 사람(조우형)이 한 거로 다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에 A씨가 “이거(연대보증) 기사를 좀 써주세요. 저는 우형이 형이랑 해결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판결문을 공유해주겠다며 A씨에게 법적 대응을 조언해준 대목이 채무 관련 도움을 주려는 모습으로 보일 수는 있으나 ‘윤석열 커피’ 발언을 유도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화의 맥락상 A씨가 먼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기자는 A씨 입장에 호응하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논란의 ‘윤석열 커피’ 대목은 앞선 대화 이후 4분이 흐른 9분30초경 “조우형씨가 대검 중수부 두 번 출석하고 나서 뭐 얘기했던 거 기억나세요?”라고 봉 기자가 물으며 시작된다. A씨는 “네. 되게 무용담처럼 얘기했어요, 주변에”라고 답했고, 봉 기자가 “박영수라는 사람 이런 얘기는 안 했어요?”라고 다시 묻자 A씨는 “박영수 특검은 나중에 들었고 윤석열이라는 이름도 사실 못 들었다”고 밝힌 뒤 “그런데 김만배가 지검장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고 자기는 담당 검사랑 커피를 마셨다나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라고 답했다. 

이에 봉 기자는 “잘 기억을 더듬어보시죠. 안 그래도 지금 남욱 진술서에 조우형이 김만배가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된다 그랬는데 진짜 커피 한잔 마시고 나왔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A씨는 “그거는, 진짜로. 진짜로 그거는 다 알고, 다. 그러니까 저는 구체적으로 커피 한 잔 마시고 와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조우형) 수사가 굉장히 짧게 끝났어요”라고 답했다. 

이후 13분30초경 봉 기자가 “커피 얘기는 어떤 얘기였냐”고 다시 묻자 “김만배인지 ○○○인지 두 분 중에 한 분이 지검장하고 커피를 마시고, 자기 조사받을 때 그 사람들은 거기 들어가 있고 자기는 주임 검사랑 커피를 마시고 그랬다, 동시에. 그런 얘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궁금한 대목을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종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봉지욱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첫 통화부터 (A씨가) 파산으로 인한 생활고를 호소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분이 억울한 것도 사실”이라며 “(커피 발언이 나온) 24일 통화내용은 유도해서 나올 수 있는 답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봉 기자는 “검찰이 파편적인 사실이나 허위 정보들을 흘리면 기자들이 별다른 검증 없이 받아쓰는 행태가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주요 취재원까지 불러다 조사하며 진술을 압박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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