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뉴스제휴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면 언론계는 들썩였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입점하는 최고등급인 뉴스콘텐츠부터 뉴스스탠드, 뉴스검색 제휴까지 매체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400개가 넘는 매체가 심사를 신청했다. 심사를 통과한 뉴스콘텐츠 매체는 1개, 뉴스스탠드 매체는 8개였다. 마지막 등급인 뉴스검색 제휴 심사를 통과한 매체도 8.4%에 불과했다.

제평위는 ‘심사’와 ‘퇴출’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통해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딜레마가 존재했다. 포털에 입점하기 위해선(심사에 통과하기 위해선) 어뷰징과 같은 꼼수를 쓰지 말아야 한다. 기본적인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는 게 자격 조건이다. 심사를 통과해도 이후 ‘꼼수’가 드러나면 퇴출된다.

반면 포털에 입점하기만 하면 검색 빈도수가 늘면서 광고 단가가 뛰기 때문에 사활을 건 경쟁을 시작한다. 눈에 드러나지 않도록 기사형 광고를 실거나, 일방적 기업 비판 보도를 통해 광고 및 협찬을 얻는 장사를 하기도 한다. 포털에 종속된 한국 언론의 명과 암이다. 포털을 향한 시선은 복잡하지만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 2015년 9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정 설명회에서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합의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5년 9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정 설명회에서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합의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뉴스를 검색하면 기존 전체 언론사(1200여개)에서 뉴스콘텐츠 언론사(150여개)로 한정해 보여주는 것으로 카카오가 변경한 것을 놓고 여럿 말이 나온다.

지난 5월 카카오는 뉴스콘텐츠 언론사 기사만 검색으로 보여주는 것을 추가 옵션으로 도입했는데 아예 검색 기본값을 뉴스콘텐츠 언론사 보도로 설정한 것이다. 카카오는 뉴스 소비자 편익을 근거로 들었다.

카카오는 기사 소비량이 전체 언론사 대비 뉴스콘텐츠 언론사가 22%포인트 높았다고 주장했다. 이미 포털 ‘대문’에서 뉴스콘텐츠 언론사 기사가 인링크(포털 내 뉴스) 형식으로 월등히 많이 소비되고 있다. 반면 아웃링크(매체 페이지 연결)로 보여지는 전체 언론사 보도의 경우 자체 광고가 붙기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진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고 오래된 문제다.

▲ 지난 11월22일 개편한 다음 검색 화면 갈무리.
▲ 지난 11월22일 개편한 다음 검색 화면 갈무리.

소비자 불편이 있다면 해결해야겠지만 왜 하필 지금 카카오가 뉴스 소비자 편익을 앞세워 뉴스 검색 기본값 설정을 바꾸는 ‘모험’을 단행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당장 1200여개 매체 반발이 거세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유관단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카카오가 폭탄을 던져버린 것이다. 매체 입장에선 뉴스 검색창에 기사가 걸리지 않으니 트래픽이 급감한다. 광고 단가가 낮아지는 수익 문제에 더해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더 이상 매체를 운영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많은 뉴스 검색 제휴 매체는 더 높은 등급으로 포털에 입점하기 위해 어뷰징과 기사형 광고 같은 것을 하지 않는 등 점수 관리를 해왔다. 일종의 허들이 작용하면서 건강한 언론 문화를 형성하는 효과를 줬는데 카카오의 이번 조치는 뉴스 검색 제휴 매체에 ‘당근’을 없애고 ‘채찍’만 휘두른 결과인 셈이 됐다.

이젠 포털 눈치를 봐야 할 필요도 없다. 사실상 포털 시장에서 버려졌다고 판단해 더욱 질 나쁜 콘텐츠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150개 뉴스콘텐츠 매체 보도만 주로 보여주기 때문에 여론 다양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치인 이름을 검색하면 150개 매체 보도 중 정파적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은 보도를 클릭할 여지가 높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네이버로 확대되고, 결국엔 뉴스 서비스를 폐지하는 시작단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누가 이득을 보게 될까. 정권 입장에서 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통제되지 않는 1200개 매체보다는 150개 매체를 관리하는 것이 수월할 수 있다. 겉으론 뉴스 소비자 편익을 내세우면서 정권 편익을 위해 평소 같으면 절대 가지 않을 길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를 받고 있는 카카오가 정권 눈치를 보고 비판적 보도의 싹을 원천 잘라버렸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전체 언론판으로 눈을 돌려보면 윤석열 정권의 대언론 정책 일환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나온다. 입맛에 맞는 사장을 꽂기 위해 공영방송 이사들을 해임시키고, 정권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를 몰아붙이는 것도 모자라 민영화 조치를 밟고 있다. ‘눈엣 가시’ 같은 언론은 일단 내치고 보자는 식이다.

▲ 카카오 판교아지트. ⓒ 연합뉴스
▲ 카카오 판교아지트. ⓒ 연합뉴스

이번 카카오 조치가 정권 압박에 따른 것이라면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과 비견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정권과 ‘합작품’이 아니라고 한다면 1200개 매체 보도가 포털 검색창에서 사라지는 비상식적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