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훌륭한 소통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실 신임 대변인에 임명된 김수경 통일비서관의 일성이다. 김 대변인은 “국민 여러분께 왜곡 없이 정확하게 국정을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인사 흐름 속에 70년대생 여성 공직자의 출현은 반갑지만 기자와 최일선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임 이도운 대변인은 “제가 대답하지 않은 질문은 있지만 단 한 번도 거짓말하거나 미스 리딩한 적은 없다고 자부한다”고 했지만 훌륭한 소통 파트너가 되는 것에 대해선 한참 못미쳤다.

▲ 신임 대통령실 대변인에 임명된 김수경 통일비서관이 12월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명 소감을 밝히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신임 대통령실 대변인에 임명된 김수경 통일비서관이 12월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명 소감을 밝히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이상적인 대변인의 첫 번째 조건은 국민을 대신해 묻는 기자의 질문을 예상하고 대통령에게도 직접 답을 요청해 대변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침묵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도 소통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브리핑 방식과 횟수, 도어스테핑 재개에 대한 생각 등을 소상히 묻고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불통의 공간으로 전락한 대통령실을 어떻게 바꿀지 ‘서오남’과 다른 신임 대변인만의 혜안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자회견의 본래 의미부터 찾아야 한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1년 만에 기자들 앞에 서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이었다. 대국민담화문 형태로 입장을 발표하고 취재진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럴거면 국무회의를 통하거나 대독을 시키는 게 낫다. 유치 가능성에 대한 오판은 왜 이뤄졌는지, 민관 합동 유치 과정의 문제는 없었는지,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도인지 등 담화문이 해소시키지 못한 질문이 수두룩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해외에서 브리핑룸에 선 국가지도자가 질문을 받지 않고 일방 발표만 한 경우도 흔치 않다. 담화문 발표는 대통령 결단이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참모진이 기자 질문을 받아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과감히 전달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었야 했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을 일컫는다. 현재 윤석열 정부 기자회견은 사이비 기자회견이다. 질문이 사라진 대통령실에 기자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부터 찾아야할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소환돼 윤석열 대통령과 비교되는 상황도 안타깝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두 달 동안 30번이 넘는 기자회견을 했다. 낮은 지지율이 기시다 총리가 언론 앞에 서는 모습을 궁여지책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자신의 말이 국민에게 제대로 닿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아사히 신문)이라는 기시다 총리의 진단에 따른 언론과의 접촉면 늘리기는 우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어도 국민과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기시다 총리의 진정성은 인정받는 분위기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도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사임 입장을 밝힌 기자회견에서 끝까지 불통의 모습을 보였다.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전 사임은 직무정지 기간을 줄이고, 비정상적 방통위 체제를 유지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고, 사실상 경질로 봐야 하는지부터 사임 방통위원장의 입으로부터 직접 답을 얻으려는 자리였다. 이 위원장은 단 두 개의 질문만 받고 자리를 떴다.

추가 질문에 대한 요청에 방통위 직원들은 상식밖으로 대응했다. 본지 기자를 향해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소리쳤고, “기자가 벼슬이냐”라는 말까지 했다. 종종 브리핑 현장에서 질문 요청을 놓고 충돌이 벌어지지만 항의 표시 차원으로 기자 직군 전체를 모욕하는 말은 처음이다.

▲ 12월1일,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직속의 오명진 정책연구위원과 문재웅 보좌관이 이동관 전 위원장에게 질문한 기자를 찾아와 소리치고 있는 모습.
▲ 12월1일,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직속의 오명진 정책연구위원과 문재웅 보좌관이 이동관 전 위원장에게 질문한 기자를 찾아와 소리치고 있는 모습.

[관련 기사 : “예의가 없다” 기자 질문 막아… 끝까지 불통이었던 이동관 사의 표명 기자회견]

공직자 심기 보호가 우선시되는 기자회견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보도전문채널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안건 의결을 취재하기 위해 사전 절차를 밟은 뉴스타파에 대한 퇴거조치 역시 이동관 위원장 심기 보호를 위한 게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기자들의 존재를 눈 앞에서 치우는 방식으로까지 윤석열 정부의 불통이 극단으로 치닫는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언론을 훌륭한 소통 파트너를 돌려세우려면 기본을 지켜야 한다. 언론과의 소통에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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