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 위헌 주장에 공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속에 중소·지역방송사들이 선제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방송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소·지역방송사들의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방송광고 결합판매란 지상파 3사가 광고를 판매할 때 지역·중소·종교방송사 등의 광고를 묶어서 판매해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방송의 지역성·다양성 구현과 방송 공생을 위한 제도다. 2012년 방송광고 판매 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제도화됐다. 현재 KBS와 MBC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SBS는 자회사 미디어렙(SBS M&C)이 광고 판매 대행을 하며 결합판매를 하고 있다.

▲ 지민노협 소속 지역민영방송사 로고.
▲ 지민노협 소속 지역민영방송사 로고.

결합판매 제도는 2019년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이 제기된 상태로,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헌법소원에서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광고주가 미디어렙사를 통해 지상파 방송에 광고를 내고자 할 때 반드시 결합판매 하도록 한 현행법(방송광고판매대행법 제20조)이 헌법 제23조에서 보장하는 광고주의 재산권 행사를 저해하는지 여부다. 광고주는 이 제도가 매체 영향력이나 노출효과 등 객관적 지표를 무시하게 만들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3사는 광고매출 하락에 따른 부담을 말하고 있다. 

중소·지역 방송사업자의 경우 결합판매를 하지 않을 시 공공성·공익성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지역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지민노협)은 지난 25일 낸 성명에서 “결합판매 제도의 속뜻에는 지역방송의 다양성과 공공성 유지를 위한 광고재원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궁극적으로는 지역과 수도권의 차별 없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라며 “결합판매의 수익은 지역방송의 자금을 확보하고 운영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지역의 공정성·공익성인 보편적 가치 공급에 사용돼 왔다”고 했다. 

지민노협은 “결합판매의 헌법적 판단이 급한 것이 아니라 지역방송에 정부의 공적 재원과 기금 확충 및 신설 그리고 정부광고 우선 지원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헌재가 판단해도 늦지 않다”며 “대책 없이 성급한 판단은 수도권 방송사만 배불리고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형 방송사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지민노협은 “수도권 방송사들은 결합 판매와 관련해 자사 이익에만 치중하는 의견을 피력하며 지역방송들과의 공생의 노력은 등한시 하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수도권 중심의 문화로 지역의 역차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아무런 대책과 준비 없이 한 회사로 이익을 몰아주는 판단을 한다면 지역 방송의 가장 중요한 지역성 구현과 지역의 가치는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했다. 

▲ 지상파 3사.
▲ 지상파 3사.

방통위에 대한 책임 촉구도 이어졌다. 지민노협은 “방통위에 지상파 지역방송의 공공성을 과연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묻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미디어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동어반복이었고 그 어떤 혁신도 없었다”며 “방통위는 결합판매제도를 시혜와 같은 지원 정책으로 폄하하지 말라. 방통위는 헌재의 판단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역방송지원특별법에도 명시된 정부의 기금 확충 및 신설 그리고 정부 광고 우선 지원 등 모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는 25일 “헌재의 결합판매제도 판단에 따라 경인지역을 포함한 2천6백만 수도권 시청자주권이 정해진다. 만일 제도가 없어진다면 지역성·다양성을 담는 OBS뿐만 아니라 지역 중소방송사 또한 함께 사라질 것”이라며 “방통위는 헌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에 더 이상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로 일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CBS지부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가뜩이나 취약한 경영구조를 가진 중소방송사들은 정치·경제권력들과 생존을 담보로 공익성을 거래해야 하는 길로 내몰릴 것”이라며 “방통위가 방송의 공공·공익성을 최우선시 하는 정부기관이라면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방관하는 것이 국가에 대한 배임이자 직무유기라는 점을 잘 알 것이다. 방통위는 결합판매제도 존속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책무를 다해야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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