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지난달 24일 지역민영방송 9개사 대표들에게 <SBS M&C 지분 인수 계약 철회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지역민방의 지분 인수 의도가 SBS M&C의 최대주주 지위를 득해 M&C의 주요한 의사 결정과 경영 행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SBS는 지역민방의 M&C 지분 인수가 확정될 경우, 9개 지역민영방송사들이 그동안 지속되어 온 당사와의 모든 동반자적 네트워크 협력 관계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바, 모든 네트워크 협력 관계를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할 수 밖에 없음을 알린다. 당사는 9개 지역민영방송사 간의 신뢰 관계가 극한으로 치닫기 이전에 지금이라도 귀사의 M&C 지분 인수를 철회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SBS는 왜 지역민영방송사에 위와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을까.

▲ 서울 목동 SBS사옥. ⓒ연합뉴스
▲ 서울 목동 SBS사옥. ⓒ연합뉴스

 

SBS M&C 지분 인수해 발언권 확보하려했던 지역민방

지역민영방송사들은 SBS와의 광고 결합판매와 전파료 배분으로 주요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미디어렙법이 통과된 뒤 9개 지역민방과 SBS는 SBS 프로그램을 지역민방에 내보내고, 민방 광고영업대행을 SBS M&C에 위탁하는 내용 등을 담은 ‘편성 및 네트워크시간대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민영방송협의회는 공동출자한 PP법인 ‘한국민영방송연합’을 통해 지난달 17일 카카오가 소유하고 있는 SBS M&C 주식 10%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카카오가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약 40%가량 인수하면서 본래 가지고 있던 SBS M&C 주식 10%를 처분하지 않으면 방송법 위반 상황이 발생하게 되자, 지역민방이 이를 구매한 것이다. 

▲ 지민노협 소속 지역민영방송사 로고.
▲ 지민노협 소속 지역민영방송사 로고.

지역민방 9개 사는 각각 SBS M&C 지분 2%씩을 가지고 있는데, 카카오 지분 인수로 10%가 더해지면 총 28%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SBS는 현재 ‘자산총액 10조 이상 대기업은 미디어렙사(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주식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는 방송광고판매대행법 규정 위반으로 SBS M&C의 지분 40% 중 10%까지밖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사실상 지역민방이 최대 주주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역민방은 그동안 각각 2%의 의결권을 SBS에 일임해왔다.

지역민방의 카카오 지분 인수 의도는 발언권 확보에 있다. 2012년 민영미디어렙 출범 당시 25% 내외였던 지역민방 9개 사의 광고 점유율은 현재 20%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2021년 12월엔 SBS와 SBS M&C, 지역민방 광고 협약이 개정되면서 공동 협약 형태가 개별 협약으로 바뀌었고, 자사 실적 외엔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1년 대비 2022년 SBS와 달리 지역민방의 광고 매출은 감소했지만, 지역민방 9개 사는 타 사의 매출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디어렙 출범부터 적용된 ‘전체 광고 매출 중 직전 5개년 평균 점유율의 97% 보장’이라는 광고 협약 내용도 지역민방 측에서 꾸준히 지적해 온 독소조항이다. 지역민방의 광고 시장 점유율이 해마다 줄어드는 가운데 0.97을 곱하면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편성 협약의 경우 △‘프라임 타임’(오후 9시~12시)에 SBS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85% 이상 편성 △SBS 외 네트워크사(OBS, 종편, 기타PP) 프로그램은 사전 협의 없이 편성 금지 △지역 뉴스 편성시간 축소와 시작 시간 통일 등 조항이 방송 편성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 과천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오늘.
▲ 과천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오늘.

지역민방협의회 관계자는 9일 미디어오늘에 “전반적으로 지상파방송 광고시장이 위축된 것에 더해 점유율까지 감소하다보니 프로그램 제작 여건이 막다른 골목까지 와있다는 느낌이다. 우린 이 부분에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며 “방송의 공적 책무를 함께 짊어지고 있는 SBS의 이해가 필요하고, 네트워크 관계에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더욱 폐쇄적 상태가 됐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변경 상황을 알 수 없고, 지역민방은 대응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앞으로 광고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변화를 앞두고 있어 투명한 정보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SBS “지분 인수 확정되면 협력 백지 상태 재검토” 강력 경고

하지만 SBS는 지난달 24일 지역민방 9개 사 대표에게 인수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이번 정부는 대기업 소유제한을 대폭 완화할 방침임을 공식화한 바 있고, 제6기 방통위 역시 해당 규제 완화 방침을 수차례 공식 표명한 바 있어, SBS의 의결권 제한 상태는 한시적인 상황으로 이른 시일 내에 의결권 40%가 원상복구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지역민방협의회는 지난 7일 카카오 지분 인수 철회를 결정했다. 중도금까지 모두 지급한 상황에서 계약 해지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계약 해지로 인한 위약금은 지역민방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민방노조협의회(노조)측에서는 아무 조건 없는 지분인수계약 철회는 계약당사자인 카카오의 배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민방협의회 관계자는 “SBS와의 네트워크 관계에 부담이 되다보니 계약을 해지하는 절차에 있다”며“(카카오에) 위약금 없이 해줄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하는 중이다. 그 판단은 카카오가 할 것이다. 우리로선 불가피한 상황이 빚어지다보니 카카오쪽에 양해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는 지역민방을 파트너가 아닌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거 아닌가”

노조는 지난 7일 대전에서 진행된 사장단 회의 장소 앞에서 SBS의 계약 철회 요구에 반발하며 농성을 진행했다. 지난 8일엔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SBS M&C 재허가 조건에는 분명히 ‘네트워크 지역지상파 방송사업자 지원을 위한 사업계획서 내용 및 광고 합의서를 충실히 이행하고, 향후 광고합의서를 갱신할 땐 종전의 합의서보다 네트워크 지역지상파 방송사업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SBS는 필수 조건마저 무시하고 있다”며 “중요한 지역생존의 문제를 SBS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지역민방과 지역민들을 말살하고 있다. SBS는 지분인수를 할 경우 모든 네트워크 협력관계를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지난 7일 지역민방협의회 사장단 회의가 진행된 대전 인터시티 호텔 4층 쥬피터홀 앞에서 지역민방노조협의회가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지역민방노조협의회 제공.
▲ 지난 7일 지역민방협의회 사장단 회의가 진행된 대전 인터시티 호텔 4층 쥬피터홀 앞에서 지역민방노조협의회가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지역민방노조협의회 제공.

지역민방노조협의회 관계자도 지난 8일 미디어오늘에 “불공정한 네트워크 협약을 공정하게 개정하고자 카카오 지분을 인수해 SBS와 대화의 장을 열고싶었는데, SBS의 반응에 지역민방 사장들이 무릎 꿇은 것”이라며 “자괴감이 든다. SBS와 30년 가까이 네트워크 협약을 유지했는데, SBS는 우리를 파트너가 아니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장단의 계약 해지 결정에 대해서도 “지역민방 사장들은 ‘본인 임기 동안만 SBS에 잘 보여 광고료를 더 받아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역민들과 지역민방 종사자들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다”며 “M&C 지분인수로 SBS와 대등한 파트너로 협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마저 스스로 차버리는 사장들의 행태는 지역민방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고 지역민들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SBS에 가져다 바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지역민방협의회 관계자는 “책임의 짐이 다르다보니 사장단은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이 9일 SBS측에 지역민방협의회에 보낸 공문 등에 대해 질의한 결과, SBS는 “SBS는 지역민방측의 SBS M&C 지분 인수 철회 배경에는 지분 인수 목적 및 효과 등에 대한 지역민방사 간 의견불일치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지역민방이 사실상 최대주주 지위를 득하게 되는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SBS와 일체 협의하거나 관련 사실을 공유하지 않은 것은 물론, SBS의 문의에 대해서도 확인을 거부했다”며 “이번 지분 인수 추진은 심각한 경영권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SBS는 “지역민방이 당사와 일체의 소통 없이 네트워크 협력 관계를 부정하고 신뢰를 무너뜨리는 지분 인수를 추진한데 대해 SBS가 강한 우려와 항의를 표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이를 ‘협박성 공문’으로 호도해서는 안된다”며 “계약 합의 철회와 관련해선 일부 지역민방사가 인수를 일방적으로 주도함에 따라 회원사간 의견불일치로 인해 절차상 문제가 발생하여 내부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카카오와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이 합의를 통해 철회할 경우 위약금은 없다고 전해들었다”고 했다.  

SBS는 “SBS와 지역민방 9개사는 한국민영방송협회 회원으로서, 사장단은 물론 실무 레벨까지 정례적으로 회의하고 수시로 협의하는 구조”라며 “지분 인수 철회를 계기로 네트워크 협력관계가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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