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 지역성과 다양성 구현을 위한 공적 재원 지원과 함께 중소 방송사 자구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 기사: 헌재 결정 앞둔 ‘결합판매’ 방송계 지각변동 예고]

방송광고 결합판매란 방송의 지역성·다양성 구현을 위해 지역·중소·종교방송사 등의 광고를 지상파 3사가 결합해 판매하는 제도다. 현재 KBS와 MBC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코바코)는 지역MBC·EBS·종교방송 등 광고를, SBS 미디어렙은 OBS를 비롯한 9개 민영방송 광고를 함께 팔고 있다.

19일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선 중소방송 공동 주최(BBS, CBS, CPBC, EBS, 경인방송, OBS, TBS, WBS)로 ‘방송광고 결합판매의 현 과제와 중소방송 공적지원 방안 모색’ 세미나가 열렸다.

▲19일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방송광고 결합판매의 현 과제와 중소방송 공적지원 방안 모색'.
▲19일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방송광고 결합판매의 현 과제와 중소방송 공적지원 방안 모색' 세미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결합판매 제도의 역할을 두고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구현’을 강조하며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이용권과 정보 접근 기회 제공 △방송 편익 관련 전체 국민 대상 서비스 구현 △중소방송사업자의 사회 공익적 역할 지원 △중소방송 광고 매출 하락 문제 해결 △지역·종교·공공 등 방송의 공적 기능 수행 등을 꼽았다.

그러나 결합판매 제도는 각 주체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광고주는 이 제도가 매체 영향력이나 노출효과, 시청률 등 객관적 지표를 무시하게 만들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3사는 광고매출 하락에 따른 부담이 있다. 중소·지역 방송사업자의 경우 결합판매를 하지 않을 시 공공성·공익성·다양성·책임성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합판매제도 헌법소원에서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광고주가 미디어렙사를 통해 지상파 방송에 광고를 내고자 할 때 반드시 결합판매 하도록 한 현행법(방송광고판매대행법 제20조)이 헌법 제23조에서 보장하는 광고주의 재산권 행사를 저해하는지 여부다.

▲지난 5월 지상파 방송 광고 결합판매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출처=홍문기 교수. 
▲지난 5월 지상파 방송 광고 결합판매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출처=홍문기 교수. 

홍문기 교수는 “결합판매제도 개선을 위해 정책의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며 실질적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활성화해 단계적 개선과 일몰을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적재원으로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외 방송제작지원 방식으로 중소방송발전기금을 통해 직접 제작비·인력·시설·장비 등 프로그램 관련 제반 비용을 지원해주자는 방안과 중소방송 광고 규제 개선, 중소방송 진흥기구 설립 등의 제도 개선도 제안했다.

홍 교수는 “결국 결합판매제도 문제는 방송 광고 속성과 결합 판매가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 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광고 가치가 가진 효율성 문제를 공익성 문제와 접목시킬 방안”이라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역시 중소방송 지원과 관련해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심 교수는 “현재 방발기금 납부 의무대상을 OTT나 포털 사업자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법률 개정을 통해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대상에 포털사업자, 인터넷동영상제공사업자(OTT), 매출규모가 큰 일반PP사업자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기금을 확대해 확대분을 지원에 쓰자는 것이다.

종교 방송의 기부금 관련 규정 신설 필요성도

심영섭 겸임교수는 지상파 광고 매출 감소로 결합판매 금액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방송이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다양성을 실천하는 공공서비스 방송인지 △중소방송이 받는 제도적 인센티브로 현재 경영난을 극복할 수 없는지 △중소방송에 대한 새로운 인센티브가 가능한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짚었다.

심 교수는 중소방송 대다수가 재단전입금이나 특별한 사내유보금이 없는 경우가 많고, 자체적 수익 사업에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종교방송의 경우 사실상 기부금(종교적 목적에 따른 기부)에 대한 예외적인 조세특례법상 세액공제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현재 결합판매를 하고 있는 중소방송사 중 OBS나 TBS의 경우 지역성이라는 책무를 가져야 하는데 지역 자본에 종속되는 등 좋지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종교방송에는 기부금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하는데 양면성이 있다. 종교 재단이 거액의 기금을 기부할 경우 지배 구조나 편성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 정책 논의만큼 중소방송사의 자구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최윤정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광고정책과장은 “지원도 중요하지만 중소방송사의 자구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며 “정책적 지원 논의도 중요하지만 방송사들의 자구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방송사들의 변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