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수신료.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TV수신료.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1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에선 입법예고 의견수렴 기간을 최소한으로 축소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고, 방송통신위원회 내부에선 국무조정실 심사 요청을 제때 하지 않고 심사가 하루만에 이뤄지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 논의 전 국무조정실(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요청 과정을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김현 위원은 “규제심사 요청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12일) 간담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14일) 위원회 회의(전체회의) 보고 시에도 규제심사 결과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방통위 법제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방통위 사무처는 시행령을 개정할 때 방통위원 보고 이전에 국무조정실(규제개혁위원회)에 법령안을 보내 규제심사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김현 위원이 파악한 결과 방통위가 규제심사를 요청한 날은 ‘13일’로 안건 상정을 한 간담회 이후였다. 즉, 방통위 사무처가 규제심사를 요청하지 않은 채 안건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 방통위는 14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 방통위는 14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방통위가 13일 심사 요청을 했는데 하루만인 14일 ‘규제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신을 받은 점도 ‘졸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하는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린 날이다. 김현 위원은 “KBS의 재원·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규제 사항임에도 규제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통상 소요기간에서 벗어나, 단 하루 만에 통보된 점은 졸속 심사”라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 보고 이후 절차도 논란이 됐다.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 결과를 토대로 16일 입법예고를 했는데 기간을 10일로 정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입법예고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으로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예고 기간에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와 관련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밀어붙이기 속도전이 가히 숨이 막힐 지경이다. 통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10일로 확 줄어든 입법예고 기간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며 “열흘 동안 개인이나 단체, 기관이 의견을 내놓으라고 하는 말에서 우리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연대는 “반대 의견을 철저히 무시, 배제하면서 이루어진 지금까지의 비정상적 구조가 열흘 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이어질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심사 요청이 뒤늦게 이뤄졌다는 주장에 방통위 관계자는 “규제 심사는 사전에 협의가 이뤄졌고,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라며 “(방통위 논의 전에 규제 심사 요청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 실무가 꼭 그대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실무 지침서 같은 형태다. 구속력이 강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의견수렴 기간이 짧은 점에 관해 방통위는 ‘신속한 국민의 권리 보호’ 등 긴급한 사안으로 보고 법제처와 협의해 입법예고 기간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방통위에 권고하자 방통위는 지난 12일 간담회를 통해 안건을 상정하고 14일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 받았다. 이어 16일 방통위는 입법예고를 했다. 26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이르면 오는 28일 방통위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법제처와 국무회의 논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결정된다. 급속도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7월 중 분리징수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한편 KBS는 “방통위의 입법예고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 등은 시행령 개정을 통한 TV수신료 분리징수가 직무권한 남용이자 입법권한 월권이라며 김효재 직무대행과 대통령 추천 이상인 상임위원 등 2인을 직권남용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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