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제휴평가위원회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부터 언론사의 포털 입점과 퇴출, 제재를 심사해왔고 2.0이라는 이름으로 새 조직 출범을 앞둔 제평위가 사실상 전격 해체된 것이다. 이번 활동 중단 발표 배경엔 여러 함의가 담겨 있다. 정치권의 포털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굴복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2015년 9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정 설명회에서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합의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5년 9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정 설명회에서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합의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으레 따라붙었던 것이 포털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였다. 포털 대문에 걸린 기사가 어느 한쪽 진영을 편들고 있다거나, 노출된 빈도수로 봤을 때 불리한 내용이 더 많다는 내용이다. 알고리즘을 개선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면서 사회악으로서 포털만 남는 모습이 계속됐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은 포털을 때려잡는 것이 언론개혁의 제1 과제인 것처럼 공세 수위를 높여왔는데 포털사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희생양 삼은 것이 제평위 해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포털에 걸린 팩트체크 보도 소재가 정권 비판에 집중돼 있다는 점, 윤석열 대통령을 검색하면 불리한 보도가 상단에 뜬다는 점 등의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포털이 불공정하고 반정권 세력인마냥 낙인을 찍었다.

포털 알고리즘은 완벽하지 않다. 아니 어떤 알고리즘도 완벽하지 않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포털 알고리즘은 상대편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끝내 항복을 받아낸 모양새가 됐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뉴스 품질을 평가하는 자율규제 시스템을 안착시키는데 제평위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는 한국 현실에서 좋은 뉴스를 독자에 확산시키려는 제평위의 목표는 그 자체로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언론개혁의 방향은 포털을 손보는데 있었고 윤석열 정부와 여권은 실현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정확히 1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힌 내용이다. 당시 박성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잘못된 정보가 알고리즘을 통해 여과없이 그대로 포털에 유통되는 것이 가짜뉴스의 확산”이라며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라는 기구를 포털 내부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자율기구인 제평위를 유명무실화하면서 관 주도의 제재기구를 설치하겠다는 발상인데 제평위 해체 다음 단계만 남은 셈이다.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언론이 정치권의 압박을 제평위 활동 중단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하면서 마치 먼 산 보는 듯 중계식 공방 보도를 내놓고 있는 것도 무책임하다. 언론계에선 입점과 퇴출, 제재 심사의 불투명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포털 속 보도의 품질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한다.

네이버 구독자 수 300만 명을 ‘자랑’하는 한 통신사가 지난 4월 직접 ‘픽’(언론사가 지정한 기사를 네이버 주요 기사로 노출)해 편집한 메인 뉴스는 중국의 인플루언서가 카메라를 끄지 않아 샤워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는 내용과 브라질의 시장이 16세 여성과 결혼했다는 내용이다. 포털 내 트래픽이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이 같은 뉴스를 포털 주요 뉴스로 내 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일각에선 포털을 통한 트래픽수가 급감하자 연성화 보도를 포털 대문에 집중 배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포털에서 읽히는 기사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단서를 달고 연성화 보도를 배치한다는 항변은 매체가 비판하는 포털의 가두리 양식장에 스스로 갇혀버린 꼴이다. 제평위 활동 중단 선언에 반색하며 기사형 광고 등 주요 제재 콘텐츠가 활개를 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우려스럽다.

언론계가 해야될 것은 포털과 언론의 생태계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정화할 것인지 합의점을 찾는 일이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는 비중이 줄어들고, 검색률마저 떨어지는 현실과 맞물려 업계 전체의 위기로 파악하고 뉴스 회피 현상을 타개할 방안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당장 제평위 이후 포털 제재기구가 관 주도의 통제 기구 성격을 갖는다면 언론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냉정히 따져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결국 포털 문제를 언론의 신뢰 문제로 연결시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마틴 배런(성직자 아동 성추행 사건 특종 보도 당시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은 이런 말을 했다. “신뢰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것이 혼란에 빠지면 비즈니스적 성공도 거둘 수 없다. 저널리즘의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은 공정하고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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