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신문사들이 일반 독자 의견 수렴 창구를 적극 운영하지 않는 가운데 기사의 오류를 지적하면 독자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례가 주목 받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2년 자체 연구과제로 작성한 ‘언론사의 독자/이용자 소통 현황 및 전략’ 보고서를 통해 언론사 소통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 사항을 담았다. 

조선 동아 기사 오류 지적에 ‘리워드’ 제공

보고서는 신문사들이 일반 독자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이례적인 사례로 다뤘다. 보고서는 “조선일보는 독자 의견 가운데 오류를 지적한 경우에 사례를 하고 신문 2면에 ‘바로잡습니다’라는 고정 코너를 운영하며 이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었다”며 “동아일보 또한 지면 제작에 참고가 될 만한 의견, 기사 내용 중의 오류를 지적해주는 독자들에게 감사편지와 문화상품권을 보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조선일보 2면. 정정보도란 안내와 함께 독자 의견수렴 창구를 소개하고 있다.
▲ 조선일보 2면. 정정보도란 안내와 함께 독자 의견수렴 창구를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 인터뷰에 참여한 최홍렬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장은 “기사 오류를 지적해준 독자에게는 본사 계열사 발행 잡지, 단행본 중 1가지를 선택하면 사장 명의의 감사편지와 함께 발송해드린다“며 ”‘오류를 지적해주셔서 감사하다’, ‘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으로 성의를 표시한다”고 했다. 

지난 20일 조선일보는 ‘2022년 조선일보 고충처리인 활동사항’ 온라인 기사를 통해 △독자들의 오류 지적에 따라 사실 확인 후 바로잡은 대표적인 사례 △소송·언론중재를 통한 정정·반론보도 게재 사례 △독자권익보호위원회의 주요 지적 사항 등을 전했다.

독자위에 데스크 전원 참석시키는 인천일보

보고서는 언론사가 위원을 선정해 의견을 전달 받는 ‘독자·시청자위’ 현황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실효성 확보 측면에서 시민편집위원회에 데스크 전원을 참석시키는 인천일보 사례를 다뤘다. 인천일보는 데스크가 시민편집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편집국장과 시민편집위원장에게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 김칭우 인천일보 논설실장은 “처음 할 때는 데스크들 중에서 소신 때문에 지적을 못 받겠다고 하는 비율이 절반쯤돼서 반 정도만 참여했는데, 두어 달 지나니까 데스크들 만족도가 높았다”며 “이전에는 술자리 같은 데서만 지적을 받았다면, 공식 통로를 통해 의견을 받고 그 자리에서 답변하는 게 괴롭긴 하지만 나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언론, 독자·시청자위 실효성 느끼지만 난감할 때도

보고서는 ‘독자·시청자위’ 운영에 관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담기도 했다. 언론사 관계자들은 ‘독자·시청자위’의 지적 사항이 의미가 있어 반영하면서도 일부는 반영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고 밝혔다.

시청자위원의 의견이 방송에 즉각 반영된 사례들이 있다. SBS는 메인뉴스 오프닝에 수어통역이 없었는데 시청자위원 지적 후 2주 만에 오프닝에 수어를 넣는 개편을 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내가 키운다’에 싱글맘만 나온다는 의견이 있어 싱글대디를 섭외한 사례, 뉴스 프로그램인 ‘아침&’ 의 전체 다시보기가 안 된다는 지적에 전체 다시보기를 도입한 사례 등이 있다. MBC의 경우 의대 교수가 시청자위원으로 참여해 전문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 사진=Getty Images Bank

안범진 SBS 심의팀장은 “논조나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개선 방향과 같이 합리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비교적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신정원 JTBC 시청자파트차장은 “의견이 제시된 날과 반영된 날짜를 말씀드리면 시청자위원들이 자신의 역할이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다만 방송사 입장에서 과도한 요구를 듣는 경우도 있다. 보고서는 “독자·시청자위원의 지적사항들 가운데 일정 정도는 사실을 잘못알고 있거나 제작환경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고, 위원의 개인적 취향이나 편향된 관점 때문인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전자는 언론사 측에서 충분한 설명을 통해 오해를 풀 수 있는 여지가 있겠으나, 후자는 본질적으로 사실이 아니라 의견의 영역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환경 개선 의견에 반응 없어”

‘독자·시청자위’ 위원 경험이 있는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낸 의견 가운데 상당 부분 반영이 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독자·시청자위’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송사 시청자위원을 지낸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콘텐츠에 대한 지적을 하면 반영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방송 노동환경,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과 같은 의견을 냈을 때는 반응이 없었다. 시청자위원회가 그저 프로그램 모니터를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방송사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민단체 활동가는 “신문사의 독자위원회 회의 내용은 지면에 보도가 된다고 알고 있다. 방송사 시청자위원회 결과도 메인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뤄서 사람들이 보게 해야 하지 않을까. 앵커가 시청자위원장을 직접 인터뷰하는 코너 같은 것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중간데스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범진 SBS 심의팀장은 “시청자위원회 의견을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 안에서 일리 있는 부분을 찾아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반영하려는 것은 관점의 차이”라며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서 중간에 있는 CP, 데스크, 부장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업의 주니어 PD들이 위원회 의견을 잘 소화할 수 있게 간부들이 중간에서 잘 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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