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JTBC·채널A·MBN 등 종합편성채널의 시청자위원회 운영방식이 회사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처럼 회의록을 모두 공개해 시청자가 회의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한 방송사가 있는가 하면 요약본만 제공한 곳도 있었다. 이를 두고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청자위원회’는 방송 시청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구다. 방송법은 방송사가 시청자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하도록 했으며 △방송 편성 및 내용에 대한 의견제시 및 시정 요구 △시청자 권익 보호와 침해 구조 △시청자평가원 선임 등 시청자위원회의 권한과 직무를 규정하고 있다.

방송사가 시청자위원회를 설치한 것만으로 시청자 권익이 보장됐다고 볼 순 없다. 시청자위원회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옥상옥 조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달 방송사로부터 월간 시청자위원회 운영실적으로 보고받고 있으며, 방송사는 회의록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시청자는 방송사가 공개하는 회의록을 통해 시청자위원회 논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JTBC, MBN, 채널A, TV조선) 로고
▲종합편성채널(JTBC, MBN, 채널A, TV조선) 로고

TV조선·JTBC 회의록 전면 공개…MBN·채널A는 요약본만

미디어오늘이 종합편성채널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방송사별로 회의록 공개 범위에 대한 편차가 컸다. 시청자위원회 회의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송사는 TV조선·JTBC였다. TV조선·JTBC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녹취록 수준으로 공개하고 있다. 방송법과 시행령에는 시청자위원회 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평가에서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방송사에 5점, 회의록을 요약공개한 방송사에게 2점을 부과한다. 종합편성채널 방송평가는 600점 만점이다.

녹취록 수준의 회의록이 공개되면 시청자는 위원이 어떤 의견을 냈고, 방송사가 어떤 해명·반론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실제 TV조선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콘텐츠뿐 아니라 편성에 관한 대화도 확인할 수 있다. 장지헌 TV조선 시청자위원(서울예대 영상학부 교수)은 9월 회의에서 예능 ‘바람의 남자들’이 3주째 결방이라면서 “편성은 방송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약속을 못 지키는 것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TV조선 시청자위원회 9월 회의록 바람의남자 결방 관련 발언 갈무리.
▲TV조선 시청자위원회 9월 회의록 바람의남자 결방 관련 발언 갈무리.

이에 천현주 TV조선 편성기획팀장은 “신중하고 자세하게 미리 알렸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백번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며 “채널 자체가 시청률 정체기에 있고 추석이라는 시즌 상의 이유에서 고민을 했다. (추석)특집 편성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람의 남자들’ 결방 소식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TV조선의 구체적 입장이 공개된 건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이 유일하다.

채널A·MBN은 녹취록 형태의 회의록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들이 공개한 회의록은 위원 발언과 방송사 답변을 요약한 수준이다. 특히 MBN은 발언자가 누군지 공개했지만, 채널A는 발언 주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채널A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그렇게 하는 것(회의록 요약본을 공개하는 것)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한 거로 알고 있다”고 했다. MBN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정리된 시청자 운영실적 형식을 갖춰서 제공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MBN 시청자위원 A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의록 공개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회의록을 전면 공개한다면) 시청자위원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달라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채널A 시청자위원회 9월 회의록 일부분 갈무리.
▲채널A 시청자위원회 9월 회의록 일부분 갈무리.

MBN 성비는 8:3…채널A, 홈페이지에 운영규정 공개 안 해

시청자위원회 운영규정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방송사는 TV조선·JTBC·MBN이다. 운영규정에는 시청자위원회 운영방식과 위원 위촉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공통적으로 ‘성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TV조선과 JTBC의 시청자위원회 남녀 성비는 5대 5다. 반면 MBN 시청자위원회 남녀 성비는 8대 3으로 남성이 더 많다. 채널A는 홈페이지에 방송법 내용을 소개하고 운영규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채널A 시청자위원회 남녀 성비는 6대 4다.

대표이사의 시청자위원회 참여도도 차이가 있었다. 김민배 TV조선 대표이사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열린 모든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했다. 이수영 JTBC 대표이사와 류호길·이동원 MBN 대표이사는 5월과 7월을 제외한 모든 회의에 참석했다. 채널A 대표이사는 올해 1월·2월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한 이후 불참했다.

JTBC는 종합편성채널 중 유일하게 ‘시청자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2년마다 나오는 자료로 시청자위원회 회의 결과 및 분석, 시청자평가원 활동 내역, 시청자상담실 운영실적, 시청자 의견제시에 대한 답변 등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JTBC는 “(백서는) 단순한 정리가 아닌, 시청자 권익 향상을 위한 지침서로 활용해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라고 자평했다.

▲JTBC 시청자백서 갈무리.
▲JTBC 시청자백서 갈무리.

“회의록·운영규정 공개는 방송법 지키겠다는 다짐”

채널A·MBN이 녹취록 수준의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비판이 제기된다. 시청자위원회의 의미를 생각했을 때 전체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YTN 시청자위원을 역임한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는 “시청자위원회는 법정위원회인데, 회의록과 운영규정을 제대로 공개하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회의록·운영규정을 공개하는 건 방송법이 정한 원칙을 지키겠다는 다짐”이라면서 “회의록 전문을 공개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요약된 회의록만 공개한다면) 시청자로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YTN 시청자위원을 역임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역시 “시청자위원회가 기밀 사항을 다루는 조직도 아닌데 요약본만 공개하는 건 설립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데, 진입장벽을 높이면 안 된다”며 “국회가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고 요약회의록만 공개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시청자위원회 구성 다양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주로 교수·법률가가 시청자위원을 맡고 있는데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청자위원회 인사권은 사측에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현재 시청자위원 대다수는 교수이거나 법률가”라면서 “시청자위원회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될 경우 시청자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일반 시청자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배심원제’를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임명권이 방송사에 있어 방송사가 원하는 대로 시청자위원회가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배심원제도처럼 일반 시청자로 이뤄진 ‘시청자위원 풀’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일반 시청자가 시청자위원회에 참여한다면 진짜 시청자 의견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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