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BS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예능프로그램 ‘워맨스가 필요해’를 놓고 시청자위원과 제작진 사이의 이례적인 논박이 오고 갔다. 시청자위원들은 예능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의견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상황까지 이어졌고, 결국 SBS가 시청자위원에게 사과한 일이었다.

지난해 10월27일 진행된 SBS 시청자위원회에서 SBS 예능 프로그램 ‘워맨스가 필요해’에 대한 논쟁이 오고갔다. ‘워맨스가 필요해’는 “여자들이 혼자가 아닌 둘 이상 팀으로 뭉쳤을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기는지 관찰하는 ‘여자 관계 리얼리티’”를 기획의도로 하여 지난해 9월30일 새로 편성됐고, 12월 30일 종영됐다. 메인MC는 신동엽, 홍진경, 장도연이며, 배우 오연수, 윤유선, 차예련,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양궁 선수 안산 등의 일상을 담았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김소리 위원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예능이라는 점에서 반가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메인MC는 남성인 신동엽씨였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며 “메인MC도 여성으로 하고, 남성 출연자가 있는 것을 원했다면 보조MC로 남성출연자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했다. 

▲ SBS 워맨스가 필요해 1화 방송화면 갈무리.
▲ SBS 워맨스가 필요해 1화 방송화면 갈무리.

이어 “방송 내용만 봤을 때는 여느 관찰예능과 마찬가지로 연예인들의 일상, 연예인들의 친목 모임을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출연자들간 특별한 케미 등 위 기획취지에 맞는 어떤 특별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며 “특별한 이벤트 없이 평화로운 일상에서 ‘워맨스’를 찾으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칫 여성을 대단히 특별한 존재로 그리거나 대상화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성을 지나치게 특별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 또한 남성이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판타지에 기반한 차별적 시선”이라며 “여전히 남성의 시각에서 그려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소리 위원이 지적한 사안은 구체적으로 1회에서 오연수, 윤유선, 이경민 관찰시 소제목으로 ‘~의 사생활’이라고 표현한 점과 1회의 부제목인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이다. 김소리 위원은 “사생활이라는 표현이 관찰예능에서 사용되니 몰카, 훔쳐보기 등이 연상되었다. 부제목도 그렇지 않다는 점을 드러내려 한 취지였을 것이라 생각하나, 차별적 표현이 분명함에도 이를 마치 논쟁적 주제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공감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 SBS 워맨스가 필요해 1화 방송화면 갈무리.
▲ SBS 워맨스가 필요해 1화 방송화면 갈무리.

이에 민의식 예능2CP는 “만약 모든 MC들을 여자들로 구성했다면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자칫 여성을 대단히 특별한 존재로 그리거나 대상화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에 더 위배되는 부분”이라며 “오히려 출연진을 모두 다 여성으로 구성했다면 이 프로를 보면서 남성 시청자들은 어떤 느낌을 느낄까? 중앙에 앉아있다고, 여자들 사이에 있는 남성이기 때문에 메인MC라고 느끼는 건 편협한 사고”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금 우리사회 전반에 외치는 워맨스에 대한 얘기에 귀 기울여 보았나”라며 “해당 프로그램은 리얼버라이어티가 아닌 리얼리티 관찰 프로그램이다. 만약 이 인물들이 보통의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도전을 관찰 포맷 아래 담아낸다면 과연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상대적으로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소제목, 부제목에 대한 지적에 관해서는 ”시청자 게시판을 보시면 위원님이 느끼셨던 감정과는 다르게 다수의 시청자들은 그런 고리타분한 편견을 깨줬다는 의견들이 다수“라며 ”좋은 지적 감사하며 좀 더 세밀한 의견과 비평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 SBS 워맨스가 필요해 1화 방송화면 갈무리.
▲ SBS 워맨스가 필요해 1화 방송화면 갈무리.
▲ SBS 워맨스가 필요해 1화 방송화면 갈무리.
▲ SBS 워맨스가 필요해 1화 방송화면 갈무리.

이밖에도 김문희 위원은 “여자들이 팀으로 뭉쳤을 때의 시너지를 보여준다는 기획의도가 단순한 관찰예능의 형식으로 구현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로그램만의 독자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이 무엇인지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의식 예능2CP는 해당 지적에 대해 “워맨스를 지나치게 신성화해서 바라보시는 게 아닐까”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가고 역경을 뛰어넘어야만 워맨스가 아니다. 나와 함께 오늘 하루의 고충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워맨스의 상대”라고 답변했다.

‘집사부일체 위기탈출 넘버3’ 특집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김민정 부위원장은 “지금 이 시점 우리사회에서 진정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깡그리 잊어버린 게 아니라면 어떻게 ‘너도 건물주가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방송을 지금 ‘위기탈출’이라는 제목 하에 내보낼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400억 자산가인 박종복 사부가 자녀들에게 사전증여를 했다고 하자 고정 출연진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장면은 ‘돈 많은 부모가 제일’, ‘건물주 부모가 제일’이라는 현 세태를 여과 없이 보여줬고, 청소년 자녀가 빌딩을 소유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 것처럼 그려졌다.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부동산 집중과 부의 대물림에 대한 문제의식이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의식 예능2CP는 “‘노동을 통한 소득’만이 정당하고 신성한 것이라는 낡은 고정관념이 현재의 청년들을 벼락거지로 만든 가장 큰 이유”라며 “과거와 다르게 방송에 다뤄졌다고 해서 무모하게 투자를 하거나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나라 시청자의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만이 알고 있던 정보와 방법에 대한 공유는 일반 시청자분들을 위해 오히려 꼭 필요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해당 논쟁 후 11월24일 시청자위원회에서 김민정 부위원장은 “지난 달 예능 부문 제작진의 답변을 보면 제작진은 시청자위원들의 의견을 ‘부당하고 불쾌한 공격’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이에 예능 부문에 대해 더 이상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달에는 드라마 부문에 대해서만 의견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12월22일 최영인 예능본부장은 지난 논쟁에 대해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나왔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그 점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저희가 잘하겠다. 죄송하다. 유감 표시한 것에 대해서 충분히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다. 저희 후배들이랑 다 얘기를 나눴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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