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자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지난 4월20일자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방송의 질적 향상 기여를 위해 설치된 기구’다. 2019년 Mnet ‘프로듀스101’ 전 시즌 순위 조작 사건 이후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공약했던 기구로, 2020년 4월 출범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시청자위원장,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부위원장을 맡고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와 조상수 변호사, 박혜숙 학부모정보감시단 공동 대표, 임정화 EBS 작가, 강지현 변호사가 시청자위원으로 참여했다. CJ ENM은 “시청자위원회가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시선으로 시청자 의견을 전달해 주고, 당사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과 반영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에 노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4월20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했다. 지금껏 정치인 출연을 찾기 어려웠던 ‘유퀴즈’에 대통령 당선자가 출연했고, ‘유퀴즈’ 제작진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출연 요청은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며 거부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은 제작진을 향한 실망과 비판으로  뒤덮였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제작진은 물론이고 CJ ENM 차원에서도 현재까지 제대로 된 해명은 없다. 

그래서 CJ ENM 시청자위원회에 기대를 걸었다. 시청자위원 평가나 질의에 CJ ENM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올해 상반기 어쩌면 방송가 최대 이슈였던 이 사건에 대한 시청자위원의 질의는 상식적이었다. 시청자 회의는 두 달에 한 번 열리는데, 4월 정기회의록에는 유퀴즈 윤석열 출연 논란에 대한 질의가 없었다. 그래서 6월 정기회의록을 기다렸다. 하지만 6월 회의록에도 질의는 없었다. 유퀴즈와 관련해 질의한 시청자위원이 아무도 없었다. 혹시 논의는 했는데 회의록에서 빠진 건 아닌지 알아봤지만 참석한 시청자위원에 따르면 아예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 

대신 6월 회의에서 박천일 시청자위원장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를 가리켜 “보통 학생이 임신하면 학교를 자퇴할 수 밖에 없는데 여학생이 학업을 지속하고 남학생이 자퇴하는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된 것이 나름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조상수 시청자위원은 tvN ‘이브’를 두고 “2008년에 국정원 직원이 고문을 가해서 사람을 사망케 한다는 설정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작 묻고 따졌어야 할 프로그램은 시간이 흘렀다는 식으로 애써 무시한 것 같다. 

올해 유퀴즈 논란을 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정치 권력의 방송 개입과 미디어 재벌의 자발적 충성이 빚어낸 촌극”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사태가 검사 출신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와 윤석열 당선자의 친분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의심은 예사로이 넘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심은 유퀴즈가 휴식기를 갖고 있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CJ ENM이 굳게 입을 닫은 상황에서, 시청자위원들의 ‘직무유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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