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분야에서 검열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검열 당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 시민단체는 규탄 논평을 발표했다.

문화연대는 10일 ‘반복되는 윤석열 정부의 예술검열 규탄한다’는 논평을 통해 “예술검열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검열 사건들을 방관하고 ‘윤석열차 사건’을 자행하며 사실상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에 예술 검열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승일 감독의 '금정굴 이야기'의 한 장면. 사진출처=EIDF 홈페이지. 
▲전승일 감독의 '금정굴 이야기'의 한 장면. 사진출처=EIDF 홈페이지. 

이들은 지난해 5월 5·18 거리미술전 후원 명칭 취소 사건, 7월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평등 전주’가 예술인 전시를 배제한 사건, 8월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금정굴 이야기’ 방송이 불허된 사건, 9월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연출자 및 가수 이랑의 출연을 배제한 사건 등을 열거했다.
[관련 기사: EBS영화제 공식 상영작 선정 ‘금정굴 이야기’ 방송 불가 논란 확산]
[“가수 이랑의 노래 교체, ‘검열로 느낀다’가 아니라 검열 그 자체”]

▲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10월에는 ‘윤석열차’ 검열 사건이 일어났고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포스터를 그린 작가 이하가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 이어진 서울도서관 문화예술검열 사건까지 매달 한 건 이상의 예술 검열 및 배제 사건이 터지고 있다.
[관련 기사: 고교생 풍자화에 ‘죽자고 달려드는’ 문체부]
[서울시 ‘이태원 참사’ 언급 전시 검열 사건에 “한 편의 회귀물 보는 듯”]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 서울도서관의 예술과 노동 전시 검열 사건을 규탄한다'라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 서울도서관의 예술과 노동 전시 검열 사건을 규탄한다'라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지난 9일에는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시회 작품이 철거되는 일도 발생했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와 굿바이전 전시조직위원회는 국회사무처의 사용 허가를 받고 9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로비 2층에서 ‘굿,바이전 인 서울展’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8일 오후부터 국회사무처가 전시 공동주관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에게 자진 철거를 요청했고 전시 당일 새벽 작품을 강제로 철거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풍자 작품 등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전시를 공동주관한 의원들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헌법에 따라 누구든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지닌다. 국회란 공간은 누구에게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마땅하다. 국회의 본질적 역할을 망각한 채 예술인을 억압한 국회사무처의 야만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철거된 윤 대통령 풍자 작품들에 조선일보 “적개심의 배설 수준”]

▲1월10일자 한겨레 2면 기사. 
▲1월10일자 한겨레 2면 기사. 

문화연대는 “국회에서 중대한 예술검열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윤 대통령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박 장관은 장관 후보 시절 ‘블랙리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악몽처럼 과거에 존재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할 수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지만 지난 수건의 예술검열 및 지원배제 사건에 대해 박 장관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술검열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러한 사건들을 방관하고 ‘윤석열차 사건’을 자행함으로써 사실상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에게 예술검열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게 됐다”며 “이런 점에서 최근 예술검열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히려 블랙리스트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블랙리스트 사건을 통해 학습한 권력기관이 더욱 치밀한 방식으로 예술검열을 자행할 우려마저 있다”고 전했다.

문화연대는 “이번 국회사무처의 예술 검열 행위는 예술·표현의 자유 침해를 금지한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인 지원을 차별한 행위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문화연대는 “법치주의 근간인 국회에서 이번 검열사건이 일어났음에 대해 매우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정부는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검열 및 지원 배제 행위를 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연대는 ‘블랙리스트 이후의 블랙리스트’ 사건에 단호히 맞설 것이며 예술 검열 및 문화예술인에 대한 차별과 지원 배제로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과 적극 연대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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