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부터 서울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3 굿바이전 인 서울’(굿바이전) 전시회가 취소됐다. 이 전시회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민주당 ‘처럼회’ 소속인 김용민·이수진·장경태·최강욱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 등 국회의원 총 12명이 공동 주관했다. 국회사무처의 허가를 받아 80여점의 작품을 닷새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국회사무처가 전시회를 앞둔 9일 새벽 작품을 전면 철거했다. 철거된 80여점의 다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작품들이었다.

10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이 사안을 기사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해당 전시를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막았다는 점에 주목했고, 한겨레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10일자 아침신문들 1면.
▲10일자 아침신문들 1면.
▲10일자 조선일보 6면.
▲10일자 조선일보 6면.

조선일보 6면 기사에서 “논란은 윤 대통령이 나체로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듯이 묘사한 그림 등이 다수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술병 옆에 누워있는 윤 대통령 배 위에 김 여사가 앉아 있는 그림도 있다. 조선·중앙·동아 등 언론사 건물이 9·11 테러를 연상시키며 폭파되는 것처럼 묘사된 그림, 전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일부 기자들을 희화한 캐리커처, 핼러윈 참사 희생자 110명의 실명이 적힌 종이도 전시 목록에 포함됐다”고 했다.

보도를 보면 굿바이전 전시회를 허가한 국회사무처는 작품들을 본 뒤 8일 세 차례에 걸쳐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국회사무처는 내규에 따라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사무총장이 회의실·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애초 이 내규를 위반하지 않는 조건으로 로비 사용을 허가했는데, 행사 주최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최 측이 자진 철거에 불응하자 국회사무처는 이날 밤늦게 그림들을 강제 철거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행사를 불허한 국회 사무총장은 같은 민주당 출신 이광재 전 의원이다. 오죽하면 그랬겠나”라며 “정치를 풍자해도 그것이 전시할 만한 작품이 되려면 최소한의 예술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전시하려던 80여 점은 대부분 증오와 적개심의 배설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전시 예정이었던 작품들을 면면을 거론하며 조선일보는 “표현의 자유도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할 수는 없다. 기자 개인의 얼굴과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는 본인이 원치 않는 한 인권침해다. 이 전시를 주관한 의원들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청담동 술자리’ ‘생태탕·페라가모’ 등 온갖 가짜 뉴스를 퍼뜨린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는 처벌한다는 ‘언론징벌법’을 만들려 했다”고 했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어 “민주당은 2017년에도 국회에서 마네의 ‘올랭피아’를 흉내 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그림 전시를 주선해 논란이 됐다. 당시 전시회 제목과 이번 제목도 비슷하다. 작가란 사람들도 그때와 상당수 겹친다. 전시물의 질, 민주당 의원들 수준 모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반면 한겨레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야기했다.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국회사무처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미술작품 전시회를 기습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무처 쪽은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취소할 수 있다’는 국회 내규를 들었지만, 규정이 모호한 데다 기준 없이 모든 작품을 철거한 상황이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0일자 한겨레 2면.
▲10일자 한겨레 2면.

한겨레는 “철거된 작품 80여점의 다수는 윤 대통령 부부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들이다. 국회 사무처 쪽은 애초 전시회를 허가했다가 작품을 확인한 뒤 8일 저녁 7시께가 돼서야 ‘작품을 밤 1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윤 대통령 부부 풍자화가 ‘비방’에 해당한단 취지다. 국회사무처는 이후 행사를 주관한 민형배 의원실 쪽에서 즉답을 주지 않자 9일 새벽 2시께 작품 전체를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앞서 2017년 20대 국회에서도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전시를 주관해 ‘당직 정지 6개월’이라는 당내 징계를 받은 적이 있긴 하나, 국회사무처가 직접 작품 철거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한국·동아 “전당대회 개입” 조선 “당 대표 출마 무책임”

지난 5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라고 말했다. 자녀를 낳으면 대출을 탕감해주겠다는 출산장려정책을 이야기한 것. 그러자 대통령실은 곧바로 공개 브리핑을 통해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공개 브리핑을 두고 나 부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윤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선거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나 부위원장이 오는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10일자 동아일보 5면.
▲10일자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5면 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 도전을 고민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9일 앞서 연일 내놓은 나 전 의원에 대한 고강도 비판이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라며 “나 전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 선을 넘어 신뢰가 무너졌다”고 맹비난했다. “당 대표 선거를 나가려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다만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해촉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라며 “‘해촉이 자칫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 대신 대통령실 참모들은 “상종할 사람이 아니다” “새빨간 거짓말” “당 대표 선거에 나가려면 부위원장직을 관둬라” 등 나 전 의원을 성토하는 발언을 일제히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여권의 중량급 인사를 향한 맹공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나 전 의원과 남편 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로, 부부 모두 법대 동문인 윤 대통령과 대학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고, 나 전 의원이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2019년을 기점으로 사이가 서먹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부장판사가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며 다시 교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여권 내부에서 정책 방향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두고 신문들 사이에도 시각차가 있었다. 동아일보와 한국일보는 “전당대회 개입”을 지적했고, 조선일보는 나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에 나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10일자 한국일보 사설.
▲10일자 한국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실도 정치적 오해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여당에선 정책에 대한 이견이 나오면 통상 내부적으로 조율해 온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엔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나 부위원장을 직격했으니 단순한 정책 논쟁으로 볼 수 없게 됐다. 대통령실이 공정해야 할 전대를 앞두고 윤심 개입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그렇게 심각한 잘못이라면 사표를 받으면 될 일이지 대통령실이 공공연히 사퇴를 거론하며 망신을 줄 일인가. 당원 지지율 1위인 나 부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당원 축제여야 할 전당대회가 대통령 뜻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고 정권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직 대통령만 바라보는 여당이 돼 민심과 거리가 멀어지고 당내 다양성을 잃게 되는 탓”이라고 했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그러나 조선일보는 대통령실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면서도 나 부위원장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나 부위원장이 중대한 국가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당대표 선거에 나간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애초에 저출산위를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만배와 ‘금전 거래’ 논란 한겨레, 2면에 만평에 회초리 사진

▲10일자 한겨레 1면.
▲10일자 한겨레 1면.
▲10일자 한겨레 2면.
▲10일자 한겨레 2면.

지난 5일 한겨레 간부 A씨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9억 원의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겨레는 다음 날인 지난 6일 곧바로 공식 사과문을 냈다. 10일자 1면에는 ‘대표이사·편집국장 사퇴를 알려드린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겨레신문사는 9일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금전거래를 한 전 편집국 간부를 해고하고, 김현대 대표이사와 류이근 편집국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 내부 자정 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보도했다.

또 2면에는 ‘주주, 독자,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글귀가 실린 한겨레 신문과 종아리를 걷은 다리, 회초리 등이 그려진 만평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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