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등학생의 윤석열 대통령 풍자 만평을 문제 삼으면서 불거진 검열 논란이 문화예술계의 대대적인 반발로 번지고 있다. 11일 서울 용산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선 257개 단체 1310명의 문화예술인들의 정부 규탄 입장이 나왔다. 

이날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윤석열차 예술검열사건,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에 엄중 경고한다’는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4일 부천국제만화축제에 고등부 카툰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가 전시됐다는 이유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했다. ‘문체부 후원’ 명칭 사용의 결격사유(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에 해당된다고 했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박보균 장관이 “문체부가 문제 삼는 건 작품이 아니라 순수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아온 중고생 만화 공모전을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만든 만화진흥원”이라 주장했다.

▲10월11일 서울 용산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윤서결 정부의 검열 논란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10월11일 서울 용산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윤서결 정부의 검열 논란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문화예술계는 “박보균 장관의 인식은 문화계가 좌편향 예술가들 때문에 ‘이념 오염’되었다고 하면서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했던 김기춘 비서실장의 인식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바로 문화예술을 순수예술과 정치 오염 예술로 나누고 정치 오염 예술을 박멸해야 할 대상인 것처럼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며 박보균 장관을 비판했다.

문체부가 ‘정치적 의도’라는 결격사유를 제시한 데 대해서는 애초 해당 조항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열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후원 승인을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원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것은 문체부가 여전히 ‘검열’이 이 사태의 본질임을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문체부의 후원 명칭 사용 승인 취소 처분은 그럴듯한 사유를 들어 배제 지시를 이행하고자 하는 눈속임에 불과할 뿐 명백한 블랙리스트 실행”이라고 주장했다.

▲10월11일 서울 용산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윤서결 정부의 검열 논란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10월11일 서울 용산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윤서결 정부의 검열 논란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들은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국가폭력을 명백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라. ‘윤석열차’ 검열 사건에 대해 창작자에게 사과하고 표현의 자유 증진 등 재발방지 대책을 공표하라”며 “만약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사과하고 해명하지 않는다면, 다시 현장 문화예술인들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화예술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현 정부의 예술검열을 규탄하는 움직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및 피해자회복을 위한 국회 협의 간담회,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 대토론회 등을 진행하는 한편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대통령 릴레이 풍자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달 4일에는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6주년을 맞아 ‘다시 시국선언 “예술 검열차를 멈춰라”’(가칭)를 예고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