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고발사주’ 사건으로 알려진 손준성 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2021년 9월 뉴스버스 보도로 세상에 드러난 문제의 ‘고발장’이 뉴스타파의 도이치모터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보도,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권언유착’을 주장했던 만큼 재판 과정에선 보도의 정당성을 놓고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의 선거개입’이라는 논란과 더불어, 고발장 작성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관여 의혹도 있는 만큼 향후 재판 결과가 미칠 파장은 크다. 

공수처가 적시한 손준성 검사의 혐의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5월 손준성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했다. 공수처는 공소장에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은 김웅(현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공모해 검찰총장, 그의 가족, 검찰 조직에 대한 공세에 대해 수사정보정책관실 공무원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마음먹고, 주가조작‧검언유착 의혹 보도 제보자인 지○○의 전과 내역 수집‧검토를 지시하는 한편, 최강욱‧황희석‧유시민‧MBC기자‧뉴스타파 기자 등을 피고발인으로 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측에 제공해 검찰에 고발하도록 해서 검찰총장, 그의 가족, 검찰 조직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범여권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에 의하면 손준성 검사는 2020년 4월3일 김웅에게 조선일보 4월3일자 기사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9일 뒤 MBC 검언유착 보도’ 기사 링크, 진중권 페이스북 ‘윤석열을 잡아라-사기꾼과 MBC의 콜라보’ 게시글, 지○○ 등의 페이스북 게시글 캡처 사진 88장, ‘제보자X는 지○○’이라는 메시지를 텔레그램으로 전송했다. 김웅은 같은 날 조성은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과 통화하며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만들어서 일단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말한 뒤 같은 날 손준성으로부터 받은 자료들을 조성은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 

손준성 검사는 이날 지○○에 대한 판결문 3건을 촬영한 뒤 김웅에게 전송했고, 김웅은 같은 날 조성은에게 순차 전달했다. 손준성은 이날 오후 3시20분 경 성명 불상으로 작성된 1차 고발장을 촬영한 뒤 김웅에게 전송했고, 김웅은 이를 그대로 조성은에게 전달하며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피고발인은 황희석, 최강욱, 유시민을 비롯해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장인수 등 MBC 기자 6명이었다. 이들의 죄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이었다. 이들이 유착‧공모를 통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는 것. 1차 고발장엔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고 적혀 있었다.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검사가 김웅과 공모해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특정 정당에 고발장 및 관련 자료 등을 제공함으로써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김웅 의원에 대해선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 9월 김웅 의원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리고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 공판에 출석한 손준성 검사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손 검사측 변호인단은 ‘권언유착’ 프레임을 강조하는 가운데 고발사주와 관련된 의혹 제기는 모두 추측이나 의견일 뿐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2020년 3월31일자 MBC 보도화면 갈무리.
▲2020년 3월31일자 MBC 보도화면 갈무리.

 

장인수 MBC기자의 증언 

고발사주 재판의 첫 번째 증인신문. 2020년 3월31일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 보도한 장인수 MBC기자가 출석했다. 장 기자는 보도내용 중 잘못된 것이 없느냐는 변호인 질의에 “없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와 지○○ 사이를) 지인이라고 표현한 게 맞는지만 빼고 나머지 내용은 틀림없다. 이동재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그런 (협박) 편지를 보낸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장 기자는 “한동훈이 이동재와 공모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뒤 “이동재가 과연 이걸 혼자 할 수 있었을까. 기자라면 당연히 의혹을 가져야 하는데 권언유착이라는 기사가 아무 근거 없이 나갔다”며 2020년 당시 언론 보도를 떠올렸다. 

이에 변호인측에서 “이동재-한동훈 공모관계는 드러난 것이 없다. 검언유착 보도가 오보라는 지적을 지금도 인정 못 하나”라고 질의하자, 장 기자는 “오보라고 입증된 게 있나. (법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오보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 반박했다. 검언유착 의혹 보도 무렵 한동훈-손준성-권순정 3인의 카톡방이 있었던 사실과 관련해선 “권순정 대검 대변인과 당시 연락도 주고 받았는데 카톡방은 고발사주를 하기 위한 방으로 의심한다. 대변인이 그 방에 끼어 있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변호인측은 장 기자를 향해 “증인은 3인 카톡방 내용은 확인 못 했다. 친분에 비추어서 이들의 카톡량이 많은지 적은지 증인이 알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카톡방의 존재만으로 ‘고발사주 공모’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장 기자는 이날 “보수언론 통해 권언유착으로 불리는 걸 처음엔 이해 못 했는데 (나중에) 고발장을 보고 이해했다”며 “고발사주는 한동훈이 기획하고 윤석열이 승인한 사건”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변호인측은 “한동훈과 윤석열에게 직접 들었느냐”고 되물었고, 장 기자는 “개인 의견”이라고 답했다. 

지○○씨가 이동재 기자에게 보낼 문자를 장인수 기자에게 먼저 보낸 이유를 묻는 질의에는 “내게 숨기는 게 있으면 보도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그런 차원에서 나와 소통한 것”이라고 답했다. “제보자X가 지○○이라는 사실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고 했으며 “(이철 전 대표는) 코로나 시작 시점이라 (취재 당시) 접견이 불가능했다. 이철과 지○○이 구치소에 같이 있던 적이 있어 지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손준성 검사가 지난해 12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손준성 검사가 지난해 12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황희석 변호사의 증언 

두 번째 증인은 문재인정부 법무부에서 인권국장과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을 지낸 황희석 변호사(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였다. 황 변호사는 1차 고발장을 두고 “나와 기자들이 한통속으로 선거에 유리한 결과 만들기 위해 뉴스타파 보도와 MBC 보도를 공작했다는 취지로 접근했던 것 같다”고 평가한 뒤 “나와 지○○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려고 (고발장 작성자가) 애를 쓴 것 같다. 그래서 (고발장에) 민○○ 변호사를 언급했던 것 같은데 아무 상관 없는 인물이다. 나와 민○○이 가깝다는 건 넘겨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고발장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나”라는 변호인단 질의에는 “윤석열‧김건희‧한동훈의 설명이나 요청없이 고발장 작성이 어렵기 때문에 이들이 고발에 관여했을 거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한동훈 김건희가 항변하지 않았다면 누가 작성했겠나”라고 답했다.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서) 한동훈의 공모관계는 보도가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변호인 질의에는 “드러날 것이다. 휴대전화를 열었다면 달랐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고발사주 관련, “조국 사태 때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내부 수사기관에서 알 수 있는 내용으로 고발장이 나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 변호사는 “내가 지씨를 만난 건 분명하다. 이철 측 변호인을 통해 2020년 3월26일 처음 만났다”며 “이동재 기자 편지에 녹음파일, 문자메시지까지 있어서 제보내용을 신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MBC 보도 직전 ‘작전 들어간다’는 페이스북 게시글과 관련해선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촬영을 하면서 최강욱과 함께 (선거에) 이기는 작전에 들어가자고 한 것을, 제보자X가 공유하면서 악용이 되었던 것 같다”고 반박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윤석열‧김건희 등의 고발을 사주한 적 있느냐”는 변호인단 질의에는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공수처 검사들은 “이 사건에서 (고발장) 작성자가 누구인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단은 “작성자가 누군지 모른 채 손준성이 작성했다는 건지 작성을 지시했다는 건지 (애매한) 전제로 주장하면 안 된다”고 맞서기도 했다. 증인들에게는 “고발장 작성자를 알고 있냐”, “수사기관이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다음 공판에선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