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3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2020년 4월3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2020년 4월3일 새벽 3시경. 조선일보는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9일 뒤 MBC ‘檢·言 유착’ 보도> 기사에서 MBC에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을 제보한 지아무개씨가 횡령‧사기 등으로 복역했고 열린민주당 지지자이며 뉴스타파가 그의 증언을 토대로 ‘죄수와 검사’ 시리즈를 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어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들은 지씨를 ‘사기꾼 정도’라며 평가절하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지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캡처 화면까지 공개했다. 이날은 대검 감찰부장의 검언유착 의혹 감찰 개시가 임박했던 상황이었다. 

같은 날,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는 김웅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에게 지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등 이미지 88장과 ‘제보자X는 지○○’이란 메시지, 지씨 관련 판결문 3건을 전송했다. 같은 날 김웅 후보는 조성은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라며 손 검사에게 받은 자료를 전달했다. 일명 ‘고발사주’가 이뤄진 순간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 검사의 이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를 기소했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손준성 검사 선거법 위반 사건 공판에 지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수처는 이날 공판에서 2020년 4월3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이 당시 지씨의 전과기록과 실명, 지씨가 ‘죄수와 검사’ 제보자라는 점까지 모두 알고 있는 주변인은 없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검찰을 통해 지씨의 각종 정보가 조선일보에 흘러갔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제보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고, 이후 민주당의 ‘검언유착’ 공세에 맞서 미래통합당의 ‘정언유착’ 공세가 높아졌다. 

반면 손준성 검사 변호인측은 4월3일 이전에 기자들은 이미 제보자X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며, 조 부위원장에게 건네진 고발장대로 고발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는 가운데 ‘제보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3년 전 프레임을 재차 강조하는 식으로 맞섰다. 손준성측은 “(2020년) 2월22일 김어준에게 이동재(채널A 기자가 이철 전 VIK대표에게 보낸) 편지를 이야기한 적 있느냐”며 ‘정치공작’ 가능성을 따져 물으려 했고 지씨는 이를 부인하며 “김어준이 종종 실수를 한다”고 답했다. 지씨는 “(이철에게) 편지가 지속적으로 온다고 하니까 (이동재 기자를) 만났다. 브로커나 사기꾼으로 보고 처음부터 녹음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조기자 중에도 브로커가 있다. 가까운 예가 김만배”라고 덧붙였다. 

손준성측은 지씨가 이동재 기자와 만남에서 ‘검찰과의 교감’과 관련한 질문을 한 것을 가리켜 “편지에 그런 (검찰과의 교감 같은) 내용은 없다”며 일부러 ‘검언유착’ 함정을 판 것 아니냐는 뉘앙스로 물었고, 이에 지씨는 “읽기 나름이다”라고 반박하며 “일반 기자들이 수사 방향이나 수사 인력을 알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철측이 검찰과의 교감 여부를 물어봐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동재 기자와의 첫 번째 만남에서 지씨가 총선 얘기를 먼저 꺼냈다는 지적에는 “툭툭 던져본 것”이라고 답했다. 지씨는 이날 이철측 변호사에게 이동재 기자와의 녹취 중 일부만 전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관련한 질의는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최 전 부총리 측은 자신의 신라젠 투자 의혹 보도가 오보라며 장인수 MBC 기자와 제보자 지씨를 형사 고소한 바 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손준성측은 “단순 취재윤리 위반사건을 검찰-수구 언론의 협작으로 몰고 간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지씨는 “한동훈 검사장 이동재‧백승우 기자가 부산에서 만나지 않았나. 거기서도 유시민을 언급했다”며 “이동재를 만날수록 (총선개입) 의구심이 짙어졌다. 이동재가 유시민을 1번으로 치고 싶다고 말했었고, 3월 말 4월 초 보도시기도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준성측은 두 사람 간 녹취를 근거로 “이동재 기자는 총선에 관심 없다고 했는데도 지씨가 선입견에 빠져 취재윤리 위반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주장한 것”이라 주장했다.

지씨는 “채널A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이다. 그렇게 당당했다면 (이동재 기자가) 증거 인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으며 “검찰이 총선에 개입하려다 발각되자 프레임 전환을 하려고 보수언론과 협작해 4월3일 고발사주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질답 과정에서 변호인과 지씨간의 언성이 높아져 재판부가 중간에 “말다툼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지씨는 손준성 검사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이날 재판부는 변호인을 향해 “채널A 사건 관련 질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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