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시절 검찰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유시민‧최강욱 등 인사와 MBC기자 등 언론인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일명 ‘고발사주’ 의혹 재판에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5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동수 전 대검 부장은 윤 총장과 함께 일했으며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 이후 손준성 검사 등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2020년 불거진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본질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사건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현 범죄정보기획관실, 일명 범정) 소속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는데, 유죄가 나오면 이 사건은 검찰의 선거 개입으로 남게 된다. 또 범정이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는 만큼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현직 대통령의 공모 여부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한동수 전 부장도 이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전 부장은 이날 재판에서 2020년 총선 직전 상황을 떠올리며 “윤석열 총장은 총선에 관심이 있었고 대검에서 전국 선거 대책 회의가 있었는데 그때 (윤 총장) 메시지가 가짜뉴스 엄벌이었다”고 전하며 “(당시) 이분은 선거에 관심이 많으시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 무렵 “유시민이 독일로 출국한다, 조국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실시간으로 한동훈 검사에게 보고되고 검찰총장에게 직보되는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그해 3월31일 MBC보도 이후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감찰 지시에 따라 당시 한 부장은 4월2일 윤 총장에게 한동훈 검사 등 감찰 계획을 보고했다. 윤 총장은 “조사해”라면서도 “일일보고 해”라고 지시했다. 한 전 부장은 “보고는 지시가 수반된다는 의미였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다음날(3일) MBC보도 제보자가 문재인 정부 골수지지자이자 전과자 지○○이라는 조선일보 단독기사가 나왔다. 한동수 전 부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4월2일 대검 감찰부에서 MBC 제보자가 지○○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당시 이 사실은 감찰부와 범정 정도만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연합뉴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연합뉴스

대검 감찰부장으로서 직접 고발사주 의혹 사건을 들여다봤던 한 전 부장은 이날 재판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들을 언급하며 현 공수처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전 부장은 “4월3일자 고발장은 작성자가 복수인 것 같다. (내용을 보면) 당사자성이 강한데 이런 글은 극우 유튜버의 글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으며 “‘그 무렵’, ‘마음먹고’ 이런 형식은 검사들의 공소장 문구”라고 지적했다. “고발장 접수처가 대검 공공수사부였던 것도 특이했다”고 전했다.

또 “법조인대관 사이트 검색은 주로 인사철이나 검사 상훈할 때 빼고는 (검사들이) 검색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수정관실에서 4월3일 법조인대관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프로스에 있는 고소장 형식을 다운로드했다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문서위조 사건에 대한 2018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작성자들이 모두 사문서 위조를 부인했지만 유죄를 인정했다”며 “(고발사주 의혹 사건도) 고발장 자체에 대해 모두 부인할 때 간접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상식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동수 전 부장은 특히 ”김건희·한동훈의 무고함을 주장하고, 윤석열을 탄압받는 존재로 부각하는 (고발장이 갖는) 범행 동기 속에서 채널A 사건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으며 ”4월2일 (감찰 계획을) 보고하니 상황이 급박하게 이뤄진 것이다. 검사들은 밤새워서라도 고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4월3일 고발장은 급하게 작성된 흔적들이 있다“며 윤 총장과 한동훈 검사의 공모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연합뉴스

한 전 부장은 재차 “고발장 내용 자체가 당사자성이 강하다. 한동훈은 채널A 관련 없다, 김건희는 주가조작 사실 없다(는 내용으로) 굉장히 기괴하다”며 “이런 중요 문서는 같은 청에 있으면 대면보고를 마땅히 하는 것이다. (손준성) 관여가 있다면 (총장) 컨펌을 받았을 가능성, 그 부분에 대한 메신저 기록들을 공수처가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의문)”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 검사가 자기 일도 아닌데 왜 이런 위험한 짓을 하나"라고 되물은 뒤 “이 사건에 대해 매일 직보하고 수정관실이 관여했다는 강력한 간접사실들이 있다. 휴일에 권순정 대검 대변인, 손준성 검사, 윤 총장 셋이 걸어오는 모습도 봤다. 공범의 연결고리 전모가 밝혀지지 않으니까 이 사건 자체가 신문보도 상으로 이상하게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 공수처에 특수한 경험칙 해석 능력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한 전 부장은 이날 증인 출석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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