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연합뉴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연합뉴스

“임기제 공직자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권력기관일수록 감찰의 독립성이 더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국록을 받는 공직자로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강력한 의지에 잠시 뒤로 물러서 볼 뿐입니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한동수 부장은 이날 “사정기관의 전현직 고위공무원은 공사를 구분하고 권세와 재물을 염두에 두지 않도록 하는 업무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지난 5월9일 국회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0년 채널A 검언유착 의혹사건 당시 감찰 방해와 관련한 구체적 증언에 나서며 사건의 ‘큰 그림’을 강조했으나 발언의 파급력에 비해 언론의 주목은 높지 않았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한동훈 후보자가 채널A 기자와 공모했다는 정황에 대해 어떤 판단을 했느냐”는 질의에 “(채널A 기자) 범죄는 강요미수만 기소됐고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검사가 최종 변론을 했는데 무죄 하라고 하는 거라 굉장히 낯설었다”고 밝힌 뒤 “(채널A 사건은) 강요미수가 본질이 아니고 공직선거법 위반이 본질이다. 보수언론 권력을 배경으로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야심 있고 똑똑한 부하들과 함께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9일 한동훈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한동수 감찰부장(왼쪽).
▲지난 5월9일 한동훈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한동수 감찰부장(왼쪽).

한동수 감찰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감찰 방해와 관련, “당선자가 측근(한동훈)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에는 극히 이례적인 몇 가지 행동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4월2일, 책상에 다리를 얹어 놓고 스마트폰을 하면서 굉장히 굵고 화난 목소리로 보고서를 저기 놓고 가라고 하셨다. … (관련 증거를) 임의 제출 받고 안 되면 압수수색하겠다고 했더니 ‘쇼하지 말라’고 그러셨다. 반말을 쓴 적 없던 분이었는데, (전에는) 으레껏 자리에 앉으라고도 했는데 굉장히 격분을 하셨다.” 

앞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2020년 12월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의 사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결정했고,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검사징계위는 “윤석열이 한동훈에 대한 감찰 및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4월8일 대검 차장검사를 통해 정당한 이유 없이 감찰을 중단하게 하고, 감찰 및 수사 권한이 전혀 없는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를 담당하도록 지시해 검찰총장의 권한을 남용해 부당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인권부에서 (채널A 사건) 조사를 하라고 그래서 그러면 인권부와 병행해서 감찰부에서도 하겠다 하니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병행?’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저는 그때 서 있었는데 저한테 접근을 하셨다. 특수수사할 때 피의자들이 상당히 위협감을 느꼈겠구나 (생각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다.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한동수 부장은 이날 또 다른 ‘검언유착’ 정황도 공개했다. 그는 “(2020년) 4월7일 감찰 개시 보고를 했는데 (윤석열 총장이) 병가를 내셔서 만날 기회가 없었다. 문자로 보고하라고 하셔서 문건을 첨부해 보고 드렸는데 다음날 조선일보에 감찰 개시 보고했다는 기사가 실렸다”면서 “공무상 비밀이었다. 이런 중요한 정보가 왜 조선일보에 갔지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정보가 “윤 총장이 세계일보 김모 기자를 통해서 조선일보 박모 기자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런 것도 굉장히 이례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선 “감찰부장에 대한 공격이었다. 그때부터 저에 대한 정치적인 낙인이 찍혔다”고 평가했다. 

한동수 부장은 또 “중앙일보에서 오보가 났다.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열기로 했다, 이 사실을 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보도가 났는데 그 부분에서 (윤 총장이) 박모 공보관에게 직접 전화해서 오보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 굉장히 이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한동수 부장은 두 사건을 언급하며 “지금 드는 생각은 함께하신 거다. 이 모든 상황을 지시받고 공유하면서 함께하셨다. 3월19일 (윤 총장의) 쿠데타 발언의 의미도 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검사장 감찰을 방해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사건의 ‘내부자’라는 의미였다. 

2020년 4월1일 윤석열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간 통화는 12회 이뤄졌고, 2일에는 17회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이 무렵 채널A 기자에게 직접 음성파일 존재 여부를 물어본 사실도 드러났다. 한동수 부장은 채널A 사건을 “(윤석열 총장이) 보수언론 권력을 배경으로 해서 야심 있고 똑똑한 부하 검사들과 함께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자신의 대권을 획득하고 검찰의 이익과 권한을 영속화하고자 하는, 검찰 개혁을 저지하고자 하는 일련의 행동들”로 평가했다.

한동수 부장은 채널A 사건과 고발사주 의혹 사건이 연결된 사건이라고 강조했으며 “공수처가 채널A(사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고발 사주에서 일부 무혐의가 나왔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채널A 사건을 덮기 위해 고발 사주가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한동수 부장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던 인사청문회 당일 밤, “실제 검사장 이상에 대한 수사와 징계는 굉장히 어렵다, 이것들이 제가 2년 7개월 정도 검찰에 있으면서 본 고백”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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