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기사는 ‘정치’ ‘사회’가 아닌 ‘생활/문화’ 분야로 나타났다. ‘생활/문화’ 분야 기사 상위 랭킹을 보면 ‘생활/문화’ 소재와는 거리가 먼 가십성 기사가 다수였다. 

언더스코어는 미디어오늘과 함께 네이버 콘텐츠 제휴 언론사 가운데 주요 30개 언론사 기사 19만6443건(2021년 1월 30일~2022년 2월 22일)의 언론사별 랭킹 20위 기사 조회수를 수집해 분석했다.

조회수 높은 ‘생활’ 분야, 면면 보니 ‘가십성’ 

네이버 전송 기사는 ‘정치’ ‘사회’ ‘오피니언’ ‘경제’ ‘세계’ ‘IT/과학’ ‘생활/문화’ 등 7가지 분야로 나뉜다. 언론사가 네이버에 기사를 송고할 때 섹션(분야)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1년 1개월여간 평균 조회수가 가장 높은 분야는 ‘생활/문화’ 분야로 나타났다. 이어 ‘IT/과학’ 분야 기사의 평균 조회수가 높았다. 반면 ‘사회’ ‘정치’ ‘오피니언’ 세 분야의 기사는 평균 조회수가 낮았다. 뉴스의 주요 분야로 꼽히는 ‘정치’ ‘사회’ 기사는 생산량은 1~2위였지만, 정작 주목도는 높지 않았다. 

▲ 네이버 랭킹 뉴스 기사 카테고리별 평균 조회수 추이
▲ 네이버 랭킹 뉴스 기사 카테고리별 평균 조회수 추이
▲ 네이버 랭킹 뉴스 기사 카테고리별 빈도수(기사 수) 추이. (앞서 평균 조회수 추이와 비교해보면 생활/문화 기사 수 자체가 증가하지 않았지만 조회수는 폭등했음을 알 수 있다.)
▲ 네이버 랭킹 뉴스 기사 카테고리별 빈도수(기사 수) 추이. (앞서 평균 조회수 추이와 비교해보면 생활/문화 기사 수 자체가 증가하지 않았지만 조회수는 폭등했음을 알 수 있다.)

시기별로 보면 2021년 5월 이후 ‘생활/문화’ 분야 기사 조회수가 급증했다. 평균 조회수가 낮은 정치, 사회 분야 기사는 2022년 들어 조회수가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치 현안 관심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 데이터만 보면 네이버 이용자들은 ‘생활/문화’ 분야 기사를 가장 선호한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실제 ‘생활/문화’ 소재의 기사를 주로 읽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생활/문화’ 기사의 소재를 살펴보면 연예 기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가십을 전한 기사가 많았다. 조사 기간 랭킹 기사 가운데 조회수가 가장 높은 기사 30건을 분석한 결과 18건이 ‘생활/문화’ 기사였다. 이 가운데 16건이 연예인·유명인에 관한 가십성 기사였다. 1건은 코로나19 관련, 또 다른 1건은 연봉이 높은 직업군을 정리해 전하는 기사였다. 연예/스포츠 매체가 아닌 경우 관련 기사를 송고할 수 없는데, ‘생활/문화’ 분야를 통해 사실상 연예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 네이버 제휴 30개 언론사 랭킹기사 톱 20.  '생활/문화' 분야 기사가 가장 많지만, 내용은 연예 기사 성격이 강하다.
▲ 네이버 제휴 30개 언론사 랭킹기사 톱 20.  '생활/문화' 분야 기사가 가장 많지만, 내용은 연예 기사 성격이 강하다.

‘생활/문화’ 분야 기사 순위는 1위 ‘악동클럽 이태근 4차 맞고 중태... 아내 ‘뼈만 남아, 남편 살려달라’’(중앙일보, 199만3551회)였다. 이어 2위 ‘‘나도 신기하다’... 50kg 뺀 먹방 유튜버에게 생긴 놀라운 변화’(중앙일보 182만4995회), 3위 ‘전신 피멍 아옳이, 대학병원 감사 결과는 반전’(조선일보, 172만5850건), 4위 ’이혼 후 자연인된 송종국, 해발 1000m 산속서 약초 캔다’(중앙일보, 156만3201건), 5위 ‘前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 배달 근황 ‘포착’’(서울신문 152만2446회) 등이다.

NG팩터 개편 이후 ‘생활/문화’ 분야 조회수 급증

주목할 만한 점은 2021년 5월 이후 ‘생활/문화’ 섹션 기사의 평균 조회수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언론의 기사작성 패턴 변화, 네이버의 정책 변화 등을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실제 이 시기 언론과 네이버 간의 선정적 기사 작성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2021년 5월 네이버는 ‘저질 기사’에 수익을 떨어뜨리는 NG팩터를 확대 적용했다. NG팩터는 기사를 쓴 언론사에 광고 수입(네이버 콘텐츠 제휴 언론사들은 기사에 따른 광고비 등 수익을 네이버로부터 정산받는다)을 줄이는 조치로 유튜브의 ‘노란딱지’(광고 수입 제한 조치)와 유사하다. 이전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대응 기사에만 NG팩터를 적용했지만 2021년 5월부터 네이버는 △ 섹션 오분류 기사 △ 가십성 기사 △ 따라쓰기 기사 등에 NG팩터를 확대 적용했다. ‘섹션 오분류’ 기사는 ‘생활/문화’ 기사로 보기 어려운 연예 기사를 이 섹션으로 송고하는 기사를 말한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NG팩터’ 적용 대상이 확대됐으나 ‘생활/문화’ 기사의 조회수는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2021년 미디어오늘은 NG팩터 도입 이후 일부 언론이 오히려 더욱 선정적인 기사를 쓰거나 가십성 기사를 늘려 수익을 만회하는 대응 방식을 지적했는데, 이 영향일 수 있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섹션 오분류’ 기사, 선정적 기사 문제가 심각해지자 자제를 촉구하는 ‘협조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는 NG팩터 확대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생활/문화’ 기사 조회수가 높아진 데는 알고리즘 조정 등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다.

‘온라인 이슈대응’ 언론 조회수 격차 컸다

조사 기간 언론사별 조회수를 집계해보면 ‘온라인 대응 여부’가 조회수 순위를 갈랐다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언론 가운데 온라인 대응에 적극적인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순으로 1~3위를 차지했다. 언론사별 기사 작성 수 차이를 고려해 ‘평균 조회수’로 집계할 경우 중앙일보, 한국경제, 조선일보 순으로 1~3위를 차지했다. 중앙일보는 랭킹 기사 평균 조회수 24만6545회를 기록했다. 이어 한국경제(21만1188회), 조선일보(19만1010회)순이다.

▲ 언론사별 평균 조회수 추이(17위까지 집계. 주요 일간지 간 평균 조회수 격차가 크다.  
▲ 언론사별 평균 조회수 추이(17위까지 집계. 주요 일간지 간 평균 조회수 격차가 크다.  

반면 비교적 선정적 온라인 기사 작성에 적극적이지 않은 신문사들의 평균 랭킹기사 조회수는 10만 건 미만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7만2782회), 세계일보(6만2937회), 한겨레(6만1201회), 경향신문(5만8245회), 한국일보(5만7675회) 등이다. 다만 이들 신문 가운데 일부는 계열 스포츠 매체를 통해 온라인 대응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는 자회사 또는 별도 조직을 마련해 온라인 공간에서 주목 받을만한 기사를 집중적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 조선일보 사보에 따르면 조선일보 온라인 대응 전담 자회사 조선NS 출범 일주일 만에 조선닷컴 전체 기사에서 조선NS 기사가 차지하는 페이지뷰(PV) 비중이 55%를 넘어섰다. 

김창숙 이화여대 연구교수와 이나연 연세대 교수가 네이버 모바일 구독판 기사를 대상으로 한 ‘한국형 모바일 포털 저널리즘의 타블로이드화’ 연구 결과 기사 제목과 주제에서 타블로이드화가 가장 심한 언론이 중앙일보로 나타났다. 반면 타블로이드성 뉴스 생산이 적은 언론으로는 동아일보와 한겨레가 꼽혔다.

이번 조사 대상 언론은 네이버 콘텐츠 제휴 언론사 가운데 30곳(JTBC, KBS, MBC, MBN, SBS, SBS Biz, TV조선, YTN, 경향신문, 국민일보, 노컷뉴스, 뉴스1, 뉴시스, 동아일보, 매일경제, 문화일보, 미디어오늘, 서울신문, 세계일보,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오마이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채널A, 프레시안, 한겨레, 한국경제, 한국경제TV, 한국일보)이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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