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11월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태원 참사 직후 사흘 간 언론이 포털에 송고한 기사 가운데는 ‘추모행렬’을 다룬 기사가 가장 많았다. 보수언론에서 ‘사고현장 묘사’ 기사를 더 많이 쓴 반면 진보언론은 ‘사전대책 소홀’ 문제에 더 주목했다.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미디어오늘은 포털에 송고한 기사 수가 많은 언론 40곳의 기사 1만908건을 수집해 분석했다. 경찰의 늑장 대응이 밝혀진 이후에는 보도 양상이 비교적 일관되기에 그 이전 사흘치(10월29~10월31일) 보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언론의 주제별 보도 비율은 ‘합동분향소 추모행렬’ 기사가 전체의 12.17%를 차지했다. 이어 ‘사고당일 속보’(11.03%), ‘지자체별 대응’(10.71%), ‘사고현장 묘사’(8.97%), ‘정당별 반응’(8.45%), ‘사전대책 소홀’(7.65%), ‘문화행사 취소’(7.02%), ‘지자체장 추모발언’(6.69%), ‘사망자수’(5.67%), ‘이태원역 추모행렬’(5.41%), 중대본 회의(4.09%), 윤석열 대통령 발언(3.81%), 책임자 및 범인 수사(2.97%), 실종자 접수(2.81%), 국과수 현장감식(2.53%) 순으로 기사의 양이 많았다. 

▲ 이태원 참사 주제별 기사 비율
▲ 이태원 참사 주제별 기사 비율

언론 성향별로 나눠보면 차이가 두드러졌다. 보수언론은 ‘사고현장 묘사’ ‘정당별 반응’ 기사를 진보언론보다 많이 다뤄 주제 편향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진보언론은 보수언론에 비해 ‘사전대책 소홀’, ‘문화행사 취소’ 주제의 편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보수언론이 진보언론에 비해 두 번째로 많이 보도한 주제인 ‘사고현장 묘사’ 기사 가운데는 선정적인 기사들이 많았다. 해당 주제 클러스터(기사 묶음)의 핵심에 가장 가까운 15건을 보면 사고의 잔혹함을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참사 당시 인근 시민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기사들이 다수였다. 

▲ 이태원 참사 기사의 주제별 언론보도 편향성
▲ 이태원 참사 기사의 주제별 언론보도 편향성. 오른쪽은 보수 언론, 왼쪽은 진보언론. 한쪽의 비율이 클수록 해당 성향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주제다.

‘구급대원 옆에서 춤추고 시신 인증샷…“악마의 놀이판 같았다”’ ‘"'밀어라' 분명 들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밝힌 참혹한 그 순간’ ‘응급차 막고 춤춘 사람들… 클럽 전광판엔 ‘압사 ㄴㄴ, 즐겁게 놀자’’ ‘[르포] "젊은이들, 바로 옆에 시신 보고도 코스튬 차림으로 사진 찍고 놀고 있더라"’ ‘"'야! 밀어' 소리 들린 후 와르르 다 넘어졌다"…생존자 생생 증언’ ‘사망사고에도 "우리는 논다"…핼러윈 축제날 지옥같았던 이태원’ 등 기사가 대표적이다.

전체 기사 가운데 ‘사전대책 소홀’을 지적하는 기사 비율은 6위(7.65%)로 중간 정도 위치를 보였지만 진보언론은 해당 주제가 보수언론에 비해 많이 다룬 기사(이슈 편향성)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두드러졌다.

▲ 이태원 참사 기사의 주제별 신문 및 인터넷신문 보도 편향성. 오른쪽은 보수 언론, 왼쪽은 진보언론. 한쪽의 비율이 클수록 해당 성향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주제다.
▲ 이태원 참사 기사의 주제별 신문 및 인터넷신문 보도 편향성. 오른쪽은 보수 언론, 왼쪽은 진보언론. 한쪽의 비율이 클수록 해당 성향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주제다.

특히 방송을 제외하고 ‘신문 및 인터넷 신문’으로 한정하면 진보신문은 ‘사전대책 소홀’ 기사가 보수신문에 비해 가장 많이 다룬 주제로 나타났다. 반면 보수신문은 진보신문에 비해 ‘사고현장 묘사’ 주제를 가장 많이 다뤘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3개 진보신문은 ‘사전대책 소홀’ 주제의 기사를 전체 주제 가운데 가장 많이 다뤘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한국경제, 매일경제,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채널A, YTN, SBS, MBC, JTBC는 ‘사고현장 묘사’ 주제의 기사가 가장 많았다. 보수성향 신문사들과 방송사들이 관련 사안에 주목도가 높았는데, 방송사의 경우 성향을 불문하고 현장 영상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는 매체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이태원 참사 주제별 보도 추이
▲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이태원 참사 주제별 보도 추이

물론 보수언론이 가장 많이 보도한 ‘정당별 반응’은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으로 다룬 기사가 많지는 않았다. 진보 언론이 두 번째로 많이 다룬 ‘문화행사 취소’ 역시 정치적 성격을 판단하기에는 모호하다. 이와 관련 언더스코어는 “이는 언론사들이 각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명확한 의견을 드러내기보다는, 독자들에게 노출되는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정보의 비율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프레이밍 전략을 실행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위해 10월29일~31일 사흘 간 포털 뉴스의 정치 및 사회 섹션에 업로드 된 기사들 중 제목과 본문에 ‘이태원’, ‘할로윈’, ‘참사’, ‘압사’, ‘애도’ 등의 어휘를 포함한 경우를 모두 수집했다. 이후 기사 송고율 40위권 언론의 기사들을 한차례 더 필터링해 1만908건의 뉴스를 수집했다.

조사 대상 언론은 JTBC, KBS, MBC, MBN, SBS, YTN, 경향신문, 국민일보, 노컷뉴스, 뉴스1, 뉴시스, 더팩트, 데일리안, 동아일보, 디지털타임스, 매일경제, 머니S,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서울경제, 서울신문, 세계일보, 시사저널, 아시아경제, 아이뉴스24,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오마이뉴스, 이데일리, 조선비즈, 조선일보, 중앙일보, 채널A, 쿠키뉴스, 파이낸셜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한국경제, 한국일보, 헤럴드경제다. 

뉴스를 주제별로 분류하기 위해 문서들을 유형화(document clustering)했다. 구체적인 분석 방법과 주요 키워드 정보 및 개별 언론사별 주제 비율, 세부 데이터는 리포트 페이지(https://minvv23.notion.site/72-b1ab05b5fde3494aa510616e4d0727b8)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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