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왓챠’가 경영권 매각설을 부인하고 “투자 유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인플레이션 등으로 투자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OTT 업계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위기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인력 감축도 진행 중이다.

허승 왓챠 이사는 28일 미디어오늘에 “다각도로 투자 유치 등의 가능성을 두고 있는 단계”라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투자 유치 등의 단계를 거치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이사는 “왓챠의 사업 구조를 개편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손익 분기점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며, 공식적인 입장은 방향이 결론이 나고 밝힐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

왓챠는 최근 사업 구조를 개편하며 ‘왓챠 2.0’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웹툰, 음악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하려 했지만 기존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왓챠는 2012년 콘텐츠 추천 및 평가 서비스로 시작했으며 2016년 OTT 서비스 ‘왓챠 플레이’를 선보였고 2020년에는 ‘왓챠’로 서비스명을 변경했다. 왓챠는 국내 OTT 중에선 초기 사업자이지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거대 OTT 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국내의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등 OTT 산업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OTT 이용자 수는 6월 실사용자(MAU) 기준 넷플릭스 1117만 명, 웨이브 423만 명, 티빙 401만 명, 쿠팡플레이 373만 명, 디즈니플러스 168만 명, 시즌 156만 명, 왓챠 108만 명이다.

▲왓챠 로고
▲왓챠 로고

넷플릭스 제외한 국내 OTT, 매출은 높아져도 영업손실

지난해 한국 내 OTT 매출을 살펴보면 넷플릭스는 매출 6317억 원, 영업이익 171억 원이었다. 반면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는 매출은 높았지만 영업이익이 아닌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웨이브는 매출 2301억 원이었지만 558억 원의 영업 손실을, 티빙 역시 매출은 1315억 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762억 원, 왓챠의 매출은 708억 원이었지만 영업손실 248억 원이었다. 

OTT 플랫폼 중 가장 큰 넷플릭스도 최근 구독자가 감소되면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이나 ‘광고 모델’을 올해안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방송사처럼 OTT도 이용자의 구독료 외 광고 수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OTT 산업자들은 OTT 사업자에 대한 인식이 넷플릭스에 대한 인식으로 대표되면서 지원보다는 규제 정책 중심의 방향으로 간다는 우려를 나타내왔다. 정부 역시 OTT 산업 정책에 있어 넷플릭스 등을 의식한 글로벌 중심으로 정책을 짤지 국내 시장 중심으로 짤지 방향이 명확치 못했다. 

국내 OTT 산업자들은 이용자들로부터의 이용요금 압박과 함께 콘텐츠 제작 투자 등 콘텐츠 비용에 관한 압박을 동시에 받아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구독료를 낮춰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 창작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요구 안에서 OTT 진흥 정책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 국내 OTT 플랫폼 관계자는 “OTT 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부처 간 이견이 있고 직접적인 지원은 부족한 상황에서 2~3년이 흘렀는데 지속 가능한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며 “OTT 플랫폼 산업 주체의 입장에서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적고, 예를 들어 정부에서 OTT 지원 정책 성과로 내세우는 세제 지원도 제작사를 위주로 적용되고 플랫폼에 대해서는 직접 지원이 부족하다”라고 전했다.

▲27일 왓챠 매각설이 보도되자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로 '왓챠 지지마' 키워드가 뜨는 등 응원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27일 왓챠 매각설이 보도되자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로 '왓챠 지지마' 키워드가 뜨는 등 응원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OTT 플랫폼의 다양성 차원에서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왓챠’도 이용자 평점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에 맞는 추천 시스템이 강점인 OTT이며, 영화 매니아들이 찾는 고전 영화나 독립 영화, 비인기 장르 등 다양한 콘텐츠를 들여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매각설 기사가 나왔던 27일 트위터에 ‘왓챠 지지마’라는 키워드를 담은 실시간 트윗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되기도 했다.

앞서 고창남 티빙 국장은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OTT진흥 포럼에서 “OTT가 발전하고 콘텐츠와 상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OTT가 있어야 한다”며 그 이유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거의 모든 권리를 산다. 저작권과 관련된 IP를 넷플릭스가 사간다. 물론 그만큼 돈을 많이 준다. 넷플릭스가 OTT 시장을 지배했을 때 다른 플랫폼도 이같은 정책을 따라할 것이고 콘텐츠 제작사의 힘은 대형 OTT로 갈 것이다. 결국 콘텐츠가 힘을 얻으려면 플랫폼이 많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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