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반의 OTT 업계가 시장의 출혈 경쟁이 우려된다며 정부 차원의 투자,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실효성 낮은 ‘보호정책’이나, 인위적 투자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한국OTT포럼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주최한 세미나(OTT 시대 영상콘텐츠 진흥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김유석 오픈루트 실장은 5명의 미디어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FGI(표적심층면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 2명(연구기관, 대학교수)과 사업자 3명(OTT 1명, 제작사 2명)이 참여했다.

조사 참여자들은 국내 OTT와 관련해 지적재산권(IP) 확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교수인 B는 “웹소설, 웹툰 기반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애플TV의 그림책 기반 키즈콘텐츠처럼 다양한 분야, 장르의 콘텐츠가 확산할 수 있도록 초기 팬덤을 형성할 때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작사 관계자 E는 “방송, 영화, 캐릭터 등을 OSMU(원소스멀티유즈)로 활용하는 것이 트렌드인데, 플랫폼마다 저작권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창작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육성 관점에서 콘텐츠 유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4일 한국OTT포럼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주최한 'OTT 시대 영상콘텐츠 진흥을 위한 정책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OTT포럼 유튜브 생중계
▲24일 한국OTT포럼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주최한 'OTT 시대 영상콘텐츠 진흥을 위한 정책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OTT포럼 유튜브 생중계

반면 국산 OTT 콘텐츠를 일정 비율 이상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OTT 쿼터제’나, ‘국내 콘텐츠 제작 재투자 의무화’ 등 보호정책은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이 모였다. 넷플릭스의 아시아 콘텐츠 투자가 한국에 집중되는 시점에선 쿼터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투자 관련 요구는 ‘중소 규모엔 직접 지원, 대형 콘텐츠엔 규모 자본’으로 요약된다. 제작사 관계자 E는 “대기업이 들어올 수 없는 시장이라는 시그널이 위험하다. 오히려 모태펀드 등 시드머니를 확보하고, 투자를 환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했다. B는 “소외장르에 대해 제작비를 직접 지원하되, 시장성이 있는 경우 VC(벤처 캐피털)에 맡기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했다. D도 “세제 혜택은 받기까지 오래 걸려서 영세한 제작사 입장에서는 직접 제작비 지원을 선호한다”고 했다.

김용희 한국OTT포럼 연구이사(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도 콘텐츠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OTT 플랫폼별로 선호하는 콘텐츠의 종류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신규 가입자 확보와 구독자 유지를 위해서는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고 신속하게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획기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만간 (OTT 시장이) 성장 정체에 도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기 어려운 한계를 고려해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Mnet ‘스트릿우먼파이터’처럼 새로운 중소 규모 콘텐츠 발굴을 위해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OTT 활성화로 활황을 이룬 제작사들의 경우 다소 시각이 다르다. 제작사를 대표해 참석한 김세연 초록뱀미디어 부대표는 “(제작사들은) ‘레거시 채널’이라 하는 KBS, MBC, SBS 등에 종속돼 불합리하고 불리한 계약 조건을 감내하다 OTT 시장이 열려 행복한 시간이 됐다. 이런 입장에선 OTT 경쟁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특정 OTT 지원을 강화하고 다른 OTT들이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럼 우리 같은 콘텐츠 제작사들은 판로를 잃어버린다”고 했다. “특정 부분을 지나치게 지원해 역효과가 나는 건 지양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국내 OTT 로고. 왼쪽부터 왓챠, 웨이브, 티빙.
▲국내 OTT 로고. 왼쪽부터 왓챠, 웨이브, 티빙.

다만 김세연 부대표는 “제작사들이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가 버추얼 스튜디오, VFX(시각효과) 등”이라며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OTT 측도 필요성을 주문한 대목이다. 전혜린 티빙 팀장은 “콘텐츠 투자도 중요한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중간 과정, 세트 등이 점점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오징어게임’처럼 비주얼적으로 달라진 부분을 시청자들이 요구하다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은 커졌으면 좋겠다”며 “이는 결국 제작비가 줄고 투자비가 늘어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장은 “작년, 재작년 웹툰 기반 드라마가 많았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 같은데 한쪽으로만 집중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기획·개발 사업을 다시 진행하려 한다”며 “예전엔 수출용 콘텐츠 재제작 지원 등을 했는데 후반 작업에 대해서도 지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 표준계약서 등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OTT 업계에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심의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율등급제’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앞서 7개 부처로 구성된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자율등급제를 포함한 ‘디지털미디어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5월 관련 개정안(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입법 예고됐지만 진척은 없는 상태다.

김유석 오픈루트 실장은 “등급분류 대상 비디오물은 2021년 8월 기준 1만351건으로 전년 대비 2394건이 증가했고, 기간도 전년 대비 5일 이상 증가한 12일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난다”며 “사전등급 분류 제도와 콘텐츠 공급 지연으로 인한 편법 증가, 콘텐츠 접근권 침해 등 문제로 자율등급제 도입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했다. 전혜린 티빙 팀장은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실제로 저희 쪽 콘텐츠(심의)가 밀린다던가 하는 현상들이 일어났다”며 규제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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