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왓챠’가 음악, 웹툰을 결합한 구독 모델을 예고했다. 왓챠는 2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2022년 왓챠 미디어데이’를 열어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원지현 왓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왓챠’는 ‘왓챠피디아’로 시작했다. 2011년 내가 본 영화를 별점으로 평가하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 받는다는 서비스를 TV프로그램, 도서로 확장하면서 놀랍도록 많은 평가데이터를 쌓았다. 현재 30개국 1100만 명 유저로부터 6억5000만 개 평가 데이터를 갖고 있다”며 “OTT 서비스는 콘텐츠를 잘 수급하고 각 유저에게 잘 전달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왓챠2.0’은 이런 추천 서비스를 기존의 영상에서 웹툰, 음악으로 확장하는 서비스다. 유튜브가 영상과 음악 플랫폼을 묶은 ‘프리미엄’ 요금제를 내놨듯 ‘왓챠2.0’은 영상, 웹툰, 음악 서비스를 결합한 번들형 구독 요금제를 출시한다는 것이다.

▲왓챠 로고
▲왓챠 로고

왓챠는 조만간 공개될 오리지널 음식 예능 ‘조인 마이테이블’ 뒷이야기를 웹툰으로 제작 중이고, 중소기업 소재로 화제를 모은 ‘좋좋소’의 경우 영상과 연계한 웹툰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보통 작가와 왓챠가 협업한 프로젝트도 예고했다. 음악의 경우 영상과 관련된 OST, 플레이리스트, 출연 배우와 연관된 음악 등을 추천하게 될 거라고 왓챠 측은 설명했다.

원 COO는 “‘왓챠2.0’은 왓챠피디아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영화, 드라마, 도서에 이어서 웹툰이 작년 말 추가됐고 오픈 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100만 개의 평가데이터가 쌓였다”며 “특히 주목하는 것은 웹툰 취향과 영화 취향의 관계성이다. 거의 모든 웹툰 평가 유저가 영화, 드라마, 도서의 취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다리면 무료’로 회차가 공개되는 모델의 웹툰 구독이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원 COO는 “웹툰 시장을 선도한 플랫폼이 50회차 이상의 길고 서사성 강한 모델에 최적화된 작품만 선호하다보니 작품이 획일화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창작자가 적응하는 게 아니라 창작자가 재능을 펼치도록 플랫폼이 깔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웹툰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오랜 세월 소통, 공감으로 많은 사람 위로했으나 이제는 보기 어려워진 일상, 생활툰도 있고 좋은 스토리임에도 단편, 중편이란 분량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한 작품들이 있다”며 “왓챠의 철학에 공감하는 작가님들이 뜻을 함께 해주실 거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웹툰 시장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2일 '2022년 왓챠 미디어데이'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22일 '2022년 왓챠 미디어데이'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박 대표는 또한 “음악은 매년 만들어지는 양과 아티스트가 영상보다 압도적이고 콘텐츠 수명도 훨씬 길다. 음악이야말로 개인화 경험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 중이나 업무 중 남는 시간에도 충분히 자주 감상하기에 OTT 플랫폼이 점유하기 어려운 시간을 점유할 수 있다”이는 것이다.

음악 저작권과 관련해 왓챠는 몽키3를 시작으로 MBC 음악 자회사 ‘블렌딩’,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 등을 인수해왔다. 박 대표는 “‘블렌딩’의 K팝 팬덤 플랫폼 ‘뮤빗’의 경우 월 액티브 유저가 220만 명이고 85% 이상이 해외 이용자”라는 강점을 덧붙였다.

다만 기존의 영상 기반 OTT에서 여러 카테고리의 플랫폼으로 확장될 경우 요금 인상은 필연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 질문에 원 COO는 “이용료는 연내 (왓챠2.0을) 출시할 때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새로운 구독 요금제로 통합된 형태이다’ 까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출혈경쟁에 접어든 OTT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박 대표는 “출처마다 다르지만 한국 시장에서 1000만 명 정도가 OTT를 사용하는 걸로 보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는 3500만 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OTT 시장의) 큰 성장이 기대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팬데믹 이전 미국을 기준으로 가구당 4.5개의 월정액 VOD 서비스를 구독한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구독이 이뤄질 거라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투자 규모와 관련해 김요한 왓챠 콘텐츠개발이사는 “수년간 수천억 원의 비용은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계획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OTT 경쟁사들이) 큰 돈을 부어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흥행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TV와 극장일 때, 돈을 한 방에 회수할 가능성이 있을 때의 흥행 공식”이라며 “기존의 공식이 붕괴되고 효율성을 따져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효율성을 따져 팬덤을 만드는 방법은 왓챠가 굉장히 경쟁력 있게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간 꾸준히 제기된 왓챠의 인수합병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였다. 인수합병설을 부인해온 박 대표는 “(왓챠가) 다른 데서 구하기 어려운 고품질 데이터를 다루다보니 많은 제안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저희 비전과 목표를 잘 달성하는 게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는 말로 답변을 갈음했다. 기업공개(IPO)는 이르면 올해 안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왓챠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723억 원으로 전년대비 82%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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