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폐막했다. 이번 올림픽은 시작 전부터 영미 등 일부 나라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대회였다.

개막식부터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기 초반부터 중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으로 부정적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도핑에도 대회를 출전하면서 방송사들이 중계 보이콧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에  공정하지 못한 올림픽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감동의 순간은 적지 않았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으로 갈등이 극도로 고조된 국제 상황에서 러시아 선수가 메달을 딴 우크라이나 선수를 뒤에서 껴안은 장면은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 명장면으로 꼽힌다.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 참가한 일본선수 고다이라를 보며 오랜 라이벌이자 친구인 이상화 해설위원은 눈물을 쏟았다. 고다이라의 애정 담긴 인터뷰 역시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주요 장면 8가지를 정리했다.

1. 시작부터 험난했던 ‘문화공정’과 외교 보이콧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지난 4일 개막했다. 개막식에서부터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명으로 등장해 ‘문화 공정’ 논란이 거셌다. 일부 언론은 중국의 이런 행태가 문화공정이며 대한민국 외교부가 이를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족 참가자의 한복 차림은 자신의 고유 의상을 입었기 때문에 자연스럽지만, 국내에서 불거진 ‘문화 공정’ 논란은 중국이 과거 한복을 ‘한푸’로 주장했던 사례나 김치를 ‘파오차이’로 주장했던 맥락에 기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언론도 있었다. 

[관련 기사:조선족 한복 논란에 뿔나거나 차분한 대응 주문한 언론]

▲지난 4일 열린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 등장한 한복입은 여성. 사진=SBS 영상 갈무리
▲지난 4일 열린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 등장한 한복입은 여성. 사진=SBS 영상 갈무리

개막식 이전부터 미국과 영국 등의 외교적 보이콧이 있었다. 중국이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을 탄압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나라 선수들은 올림픽에 참석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2. 편파판정과 “중국이 메달 가져가라” 기사의 명과암

일부 나라의 외교적 보이콧과 개막식 한복 사건으로 반중정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 감정을 폭발하게 만든 사건은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의 편파 판정이다. 이 경기에서 대한민국 황대헌 선수와 이준서 선수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되고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이날 밤 각종 SNS에 분노의 글들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네이버 포털 등에 노출된 서울신문의 기사 ‘그냥 중국이 메달 가져가라 하자’는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그냥 중국이 메달 가져가라 하자’라는 표현이 반복된 기사였다. 

짧은 시간 노출됐다 삭제됐지만 그 파장은 컸다. 수만개의 공감이 짧은 시간 모였고, 서울신문 홈페이지 서버가 멈추기도 했다. 기사에 대한 반응도 나뉘었다. “편파 판정은 모두가 분노할 만한 일이고 화가 난 국민들에게 속 시원한 기사였다”는 반응과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데스킹 없이, 정제되지 않은 기사를 올리는 것은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17일 해당 기사를 올린 서울신문 기자가 “늦었지만 징계해달라”며 징계를 자청한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관련 기사: “그냥 중국이 메달 가져가라 하자” 서울신문 기사 소동]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서울신문에서 삭제된 기사의 원본.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서울신문에서 삭제된 기사의 원본. 

3. 편파판정 후에도 중국선수 위로한 김민석 선수

7일 쇼트트랙 경기에서 중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으로 반중정서가 증폭했지만, 8일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경기에서 한국의 김민석 선수가 보여준 태도는 스포츠 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김민석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경기장을 돈 후 김민석은 중국의 닝중옌 선수를 발견, 그의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닝중옌 선수는 이날 7위에 머물렀다. 이날 김민석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편파 판정에 대해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나라도 메달을 따서 다른 선수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4. 도핑 적발 발리예바에 방송사들은 보이콧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속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카밀라 발리예바가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지난해 12월에 진행한 도핑 검사이고 발리예바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KBS와 SBS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15일 펼쳐진 발리예바의 경기에 침묵하면서 중계를 보이콧했다. 방송사들은 발리예바 경기가 끝난 후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에서 연기한 선수에겐 어떠한 멘트도 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관련 기사: 방송사들, 도핑 발리예바에 ‘침묵중계’로 보이콧]

▲1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발리예바 선수. 
▲1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발리예바 선수. 

부정적 이슈가 많았던 올림픽이지만 감동적 순간도 있었다.

5. 이상화의 눈물, 고다이라가 전한 감동

13일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전 국가대표이자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KBS 해설위원은 일본 선수 고다이라 경기를 중계하다가 그의 부진한 성적에 눈물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선수 시절 오랜 시간 라이벌이자 친구였다. 경기를 마친 고다이라는 한국어로 “상화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요. 난 오늘 안 좋았어”라며 이상화에게 안부를 건냈다.

이상화 해설위원과 고다이라 나오의 국경을 뛰어넘은 우정은 한일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는 평이다. 두 사람 모습을 담은 유튜브 ‘KBS 스포츠’ 채널의 “라이벌이었던 친구의 올림픽, 결국 터져버렸다”는 영상은 21일 기준 360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관련 영상: KBS스포츠: 라이벌이었던 친구의 올림픽. 결국 터져버렸다]

▲경기 이후 이상화 선수를 찾는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인터뷰. 사진출처=KBS 스포츠. 
▲경기 이후 이상화 선수를 찾는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인터뷰. 사진출처=KBS 스포츠. 

6. 스포츠 정신 보여준 스노보드… 해설도 호응

8일 스노보드 여자 평행대회전에서 출산으로 은퇴했다가 복귀한 글로리아 코트니크(슬로베니아)가 동메달을 획득하자 박재민 KBS 해설위원은 “전국의 어머니들 만세”라며 큰 축하를 보냈다. 이어 “대한민국의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를 출산하면서 경력 단절,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제 시작하셔도 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라는 해설로 시청자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스노보드 해설이 끝나고 메달을 딴 선수와 따지 못한 선수들이 포옹을 나누자 “많은 싸움과 오해가 오가는 시기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받은 점수는 받아들이고, 상대방이 잘했으면 응원해주고 축하하는 것이 스포츠고 올림픽”이라며 스포츠 정신을 강조했다. 이 역시 좋은 반응을 받았다. KBS 유튜브 채널에 10일 업로드된 박 위원의 영상(“우리나라 선수 안나와도 해설 때문에 본다는 동계올림픽 스노보드”)은 조회수 277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관련 영상: 크랩: 우리나라 선수 안 나와도 해설 때문에 본다는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박재민 해설위원의 스노보드 해설 영상. 사진출처=크랩.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박재민 해설위원의 스노보드 해설 영상. 사진출처=크랩. 

7. 흑인 여성 최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메달리스트

“이 금메달로, 앞으로 더 많은 소수자들이 동계스포츠에 도전하면 좋겠다.”

미국의 에린 잭슨 선수가 13일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후 남긴 말이다. 그는 이 경기에서 37초4 기록을 쓰며 우승했다. 흑인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것 자체가 감동이지만, 그가 출전할 수 있도록 조력한 동료 이야기도 주목 받았다.

지난달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져 3위를 기록,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진 에린 잭슨에게 1위인 브리트니 보가 출전권을 양보한 것이었다. 보는 자신의 주종목 1000m와 1500m 출전권이 있었기 때문에 500m 출전을 포기했다. 그러나 이후 추가 쿼터를 얻어 500m에 보도 출전하게 됐다. 보는 인터뷰에서 “잭슨의 금메달을 예상했다. 잭슨은 정말 훌륭한 선수”라고 했다.

▲사진출처=뉴욕타임스 기사 화면 갈무리. 
▲사진출처=뉴욕타임스 기사 화면 갈무리. 

8. 갈등의 한복판, 러시아 우크라이나 선수의 포옹

16일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경기에서 우크라이나 올렉사느르 아브라멘코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했다. 러시아의 일리아 부로프 선수는 동메달을 차지했는데, 아브라멘코가 은메달을 획득하고 기뻐하며 국기를 흔들 때 부로프가 그에게 다가가 뒤에서 포옹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으로 두 나라 사이 긴장이 극에 달한 상황. 올림픽에선 국가 간 갈등을 뛰어넘은 포옹이 나온 것이다. 이에 미국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 사이 고조된 긴장을 극복한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은 내달 4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2024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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