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중국 선수들에 대한 편파 판정에 분노한 많은 시청자들이 짧게 노출된 기사에 공감을 표했지만 데스킹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 기사는 바로 삭제됐다.  

이날 오후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대한민국 황대헌·이준서 선수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되고, 그 대신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편파 판정’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후 서울신문 온라인과 포털사이트에는 오후 10시17분 “그냥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 그냥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송고됐다. 기사도 “그냥 개최국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라는 문장의 반복이었다. 이 기사는 오후 10시21분 한 차례 수정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정제되지 않은 문장은 그대로였다.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서울신문에서 삭제된 기사의 원본.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서울신문에서 삭제된 기사의 원본. 

임병선 서울신문 기자는 기사 중반부에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간판 황대헌과 기대주 이준서가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각각 1조 1위와 2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에 희생됐다”며 “중국 셋이 편파 판정에 힘입어 결승에 올랐는데 깔끔히 무시해 버리자”라고 했다.

그 밖에도 “박장혁은 준준결승에서 충돌해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반칙에 어드밴스로 준결승에 올랐지만 왼손을 다쳐 기권했다.?”라는 등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기사에 포함돼 있었다.

기사 마지막 문장 역시 “심판은 대놓고 중국 선수들 결승 올리느라 여념이 없고, 이런 대회 이런 레이스 메달은 없는 셈 치자. 중국 선수들 메달 따도 알리지도 말자”라는 내용이었다.

▲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기사에 달렸던 댓글. 
▲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기사에 달렸던 댓글. 

기사는 오후 10시40분경 삭제됐다. 짧은 시간 노출됐음에도 4만여 개의 공감 표시와 3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중국 선수에 대한 편파 판정에 화가 난 누리꾼들은 댓글로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이 분 경위서 안 쓰게 해주세요”, “더럽다. 4년을 참 허무하게 만드네” 등의 감상을 남겼다.

기사에 갑자기 몰린 관심 때문에 서울신문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서울신문 홈페이지에는 “시스템 점검 중입니다. 접속자 수가 많아 페이지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노출됐다.

▲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7일 서울신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7일 서울신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새로운 형식으로 보기에는 오타나 비문,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다수 포함된 기사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아무리 중국의 편파 판정에 화가 나더라도 이런 식의 무(無) 데스킹 기사를 올리는 건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삭제된 기사 현재 모습.
▲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삭제된 기사 현재 모습.

미디어오늘은 8일 기사를 작성한 임병선 서울신문 기자에게 기사 경위를 물었으나 임 기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편집국장, 인터넷뉴스부장에게도 기사 경위와 후속 조치 계획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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