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늦었지만 징계해주세요.”

17일 오전 서울신문 사원 게시판에 올라온 임병선 기자(평화연구소 사무국장 겸 논설위원) 글이다.

임병선 서울신문 기자는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 “그냥 중국이 메달 가져가라 하자 그냥 중국이 메달 가져가라 하자”라는 제목의 기사로, 본문에선 “그냥 개최국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라는 문장이 반복됐다. 이 기사는 편파 판정에 분노한 독자들의 공감을 샀지만 데스킹을 거치지 않은 부적절한 기사였다는 점에서 곧바로 삭제됐다.

기사가 논란이 된 후 서울신문은 8일 온라인 기사 출고 원칙을 변경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그냥 중국이 메달 가져가라 하자” 서울신문 기사 소동]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서울신문에서 삭제된 기사의 원본. 
▲서울신문이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에 거칠게 분노하는 기사를 송고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서울신문에서 삭제된 기사의 원본. 

임 기자는 17일 사내게시판에 “사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 늦었지만 징계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임 기자는 “지난 7일 밤 회사의 제작 시스템을 훼손하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 일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라고 밝혔다.

임 기자는 “지난 15일 밤 발행된 기자협회보 기사를 보고 나서야 제 잘못이 얼마나 큰지 제대로 알게 됐다”며 “여러분의 배려를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착각의 늪에 빠져 있었다. 다음날 경위서를 회사에 제출했는데 사실은 제 잘못을 적확하게 계량하지 못한 내용이었다”고 했다.

임 기자는 “절 배려해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망각하고 계속해서 소관 밖의 기사를 작성해 온라인에 게재했다. 지난 13일 아침까지 그랬다”며 “어제 밤 기자협회보 기사를 읽고 그냥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깨달았다. 회사의 위계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혔고 무엇보다 잘못된 일을 제대로 재량하지 못하고 회사 이미지도 좋지 않게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임 기자 “징계위원회 회부해 내 책임 무겁게 물어야”

임 기자는 자신을 이제라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임 기자는 “이제라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제 책임을 무겁게 물어주실 것을 앙망한다. 잘못이 작지 않다”며 “앞으로 저와 같은 아둔한 이가 전체 시스템을 교란하는 일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책임을 모면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종을 울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기자는 “절 배려해준 분들과 상의해 징계 절차를 밟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사원 여러분과 편집국원들에게 사죄를 하는 것도 이 기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이 아침 글을 올린다”며 “제게 합당한 징계를 내려달라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린다”고 썼다.

앞서 기자협회가 발간하는 기자협회보는 15일 “‘중국 메달’ 기사가 드러낸 온라인 출고 부실”이라는 기사에서 “단순 실수가 아닌 기자가 기사 송출 권한을 남용하면서 일어난 문제”라고 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해당 기사가 올라간 후 서울신문 편집국 측에서 기사 수정을 요구했지만 임 기자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신문이 온라인 기사 송출 권한을 변경한 후에도 임 기자가 소속 부서와 무관한 스포츠 기사를 올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자협회보는 “이번 서울신문의 ‘중국 메달’ 보도는 기자가 송출 권한을 이용해 얼마든지 마음대로 최소한의 게이트키핑 없이 기사를 올릴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17일 임 기자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장에게도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