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이 적발된 후에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에 출전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에 대해 방송사들이 침묵 중계를 하며 보이콧 의사를 표명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속 카밀라 발리예바는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키릴 리히터의 ‘인 메모리엄’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이에 KBS와 SBS는 3분 50초 동안 이 경기에 침묵한 후 금지 약물을 복용한 선수의 경기는 해설할 수 없다고 밝혔다. MBC도 간단한 기술만 설명한 후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1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발리예바 선수. 
▲1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발리예바 선수.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발리예바 연기가 끝난 후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에서 연기를 한 선수에겐 어떤 멘트도 할 수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현경 SBS 캐스터 역시 “평생 어렸을 적부터 노력해 출전 자격을 얻은, 정정당당하게 싸운 다른 선수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 건가요?”라고 지적했다.

KBS 캐스터와 해설위원도 발리예바 중계를 보이콧했다. 발리예바 경기가 끝난 후 남현종 KBS 캐스터는 “올림픽은 공정한 무대여야 하는데 약물 복용 도핑 논란이 있었다”며 “당연히 약물을 복용한 발리예바 선수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다.

전 국가대표 출신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책임지려면 출전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MBC의 경우 간단한 기술만 설명했다. 김해진 MBC 해설위원은 “(발리예바는) 자신이 만든 도핑이라는 감옥 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그 감옥 안에서 죄책감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초롱 캐스터도 “도핑한 선수와 경쟁하는 게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25일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도핑 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 금지약물 성분인 ‘트라이메타지딘’이 검출돼 도핑 의혹이 불거졌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에 출전 중지 징계를 내렸지만 발리예바는 이에 항소했고, 러시아반도핑기구도 징계를 철회했다.

국제검사기구(IT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징계 철회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CAS는 지난해 12월에 진행한 도핑 검사 결과이고 발리예바가 미성년이라며 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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