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과 함께하는 ◎◎◎’ 제목이 달린 기사들이 있다. 지면에는 어김없이 광고주 로고나 이름이 실린다. 언론은 이런 기사를 협찬 기사 혹은 기획 기사라고 부른다. 언론사에서 미리 기획성 지면을 마련해 가지고 온다. 우리가 할 일은 한가지다.” (전 공무원 A씨.)

#사례 2.  “특정한 맥락 없이 광고주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나온다. 그러면 우리는 ‘감’을 잡는다. 그리고 그 매체의 영향력을 가늠한 후 매체에 접근한다. 이런 기사는 백이면 백, 들어맞는다.” (온라인 쇼핑몰 업체 홍보팀 B씨.)  

두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광고 홍보성 기사라는 점이다. A씨나 B씨는 모두 이런 사례에 대해 광고비를 책정해 해결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광고주를 협박하거나 칭찬하고 광고를 받아내는 형식이다. 

경제지 C기자는 “기획기사는 광고를 매번 실어줄 수 없어서 광고를 한 번에 몰아주는 기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광고성이다. 

인터넷 언론사 D기자는 “열심히 쓴 기사를 두고 데스크에서 기사를 출고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주로 ‘나중에 쓰자’, ‘문제가 더 커지면 쓰자’고 하는데 그런 경우 대부분은 회사의 주요 광고주였다”고 말했다. 

‘사례1’이 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언론사의 쏠쏠한 광고 수입이 된다면 ‘사례2’는 신생 매체들이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광고를 얻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홍보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원인 모를 비판’이 쏟아져 신생 매체의 비판은 아예 무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광역시·도급 관공서 공무원이던 A씨는 “예산 편성에 손댈 수 있는 소위 힘 있는 공무원을 통해 기획안을 넣어야 하는 만큼 매체 영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기존 언론에서도 영향력 있는 매체가 하면 관심을 보이지만 신생 매체에서 협박성 기사를 쓰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둔다”며 “대변인실에서 1일 구독 매체가 70~80개인데 모든 매체를 일일이 상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는 노보인 한소리를 통해 편집국이 삼성 기업주에 대한 기사와 노사 관계에 대한 기사를 다루는 맥락을 짚었다. 한소리 지면 일부.
 

 

언론도 반작용을 한다. 언론계에는 ‘광고를 꼭 받아낼 수 있는’ 기사 유형이 있다. △오너 이름 노출 △기업 관련 부정적 기사 반복적으로 우려먹기 △경영관련 데이터 왜곡해 깎아내리기 △광고형 특집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사회적 기업에까지 기사로 영업하는 기자들)

언론과 광고주는 ‘견제와 감시’의 긴장을 잃어버린 관계로 타락했다. 매체 다양화와 함께 미디어 디바이스 환경에 따른 광고 경쟁 악화가 언론과 광고주의 부적절한 밀회 관계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뉴미디어 등장·매체 다변화 …추락하는 광고 시장

언론계는 배고프다. 매체가 늘고 광고시장이 다변화하면서 개별 언론사의 광고 영업 수입이 현저히 떨어졌다. 2014년 말 발표한 제일기획 광고연감에 따르면 방송 매체는 전년 대비 2013년 -1.0% 2014년(추정치) -1.6%로 떨어졌고 인쇄 매체는 하락폭이 더욱 커 2013년 -7.0%, 2014년 -6.3%로 곤두박질쳤다. 

인터넷은 2013년 2.5% 증가였으나 2014년 -6.0%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됐다. 모바일만 각각 119%, 6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바일 광고 규모 자체가 작아 방송·인쇄·인터넷 매체의 감소분을 상쇄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양승진 CBS 기획조정실 매체정책부장은 “인터넷과 모바일이 뜨면서 뉴미디어 광고 시장이 열리고 경기 후퇴와 경제 정체 상황, 비시장적 원리로 돌아가는 방송광고 시장의 폐해 등 다양한 원인이 광고시장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양승진 매체정책부장은 “광고 시장 전체의 침체는 프로그램 질적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양 부장은 “방송을 비롯한 언론이 민주화 시기를 거치면서 권력 눈치 보기에서는 일정정도 벗어났지만 금권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광고 수주 경쟁에 내몰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언론과 광고주의 밀착 

언론사가 광고주와 밀착하는 경우는 적극적으로 변했다. 편집국장을 지낸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석사 논문에서 “광고주의 편집권 침해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인식에 이견이 없었다”며 “현재 열악한 언론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비관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미 다수 언론사가 편집국 출신을 광고국장으로 임명한다.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0여년 이상 광고국장직을 지켜온 이들은 광고국이 아닌 편집국 출신이었다. 

2004년 1월 발령 받은 김영모 문화일보 광고국장, 2006년 1월 광고국 국장대우로 승진한 김광현 조선일보 AD본부장(현 이사대우)은 편집국 기자 출신으로 현직을 지키고 있다. 

경제지 기자 A씨는 “신문사 내에서도 경영직군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광고국을 거치는 것이 순리이기도 하지만 기자와 광고주의 밀접한 관계를 이용하기 위한 의도도 숨겨져 있다”며 “우리 회사도 편집국 출신을 광고국으로 보내자고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협찬비와 광고 수주가 주 목적인 주요 언론의 특집 섹션. 언론과 광고주는 이런 광고와 협찬비 등을 매개로 일상적으로 서로를 관리한다. 
 

 

홍보대행업체 관계자인 B씨는 “요즘은 기자 출신 광고국장이 많다”며 “이들과 이전에 쌓인 관계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들이 언제 편집국으로 돌아갈지 모르니 광고나 협찬을 집행하는데 눈치를 전혀 안 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편집국과 광고국이 밀착해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경제지 기자 A씨는 “광고국에서 전년 동월 광고 통계를 가지고 ‘○○ 기업 실적이 안 좋다, 신경 좀 써 달라’고 하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실제 경제·산업팀 기자들이 회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20~30% 가량 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일상화된 언론 ‘관리’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도 나온다. 광고주는 꾸준한 광고로 언론을 관리하고 언론사는 이런 광고를 이유로 해당 광고주의 치명적 약점을 살짝 비켜가 주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언론과 업계에서 일상화 돼 있다.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국내 10개 일간지 전·현직 편집국장을 인터뷰한 석사논문에 따르면 전·현직 편집국장은 “대기업으로부터 기사 조정을 요구하는 전화를 자주 받았다. 굉장한 부담감을 느꼈고 사실상 무시하기 어렵다”, “기사를 톤다운 해달라는 협조 요청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충재 논설위원은 “(편집국장들이) 광고주의 압력과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묘사했다”며 “신문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광고주 압력의 강도가 세지고 지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 C씨는 “평상시 관계를 잘 맺어놔야 기사를 톤다운 시키거나 빼거나 할 수 있다”며 “업계에서 광고는 점점 만일을 대비한 ‘보험’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동아일보의 광고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지만 광고비를 줄일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라며 “광고비용 대비 효과가 비례하지 않아도 매체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포 광고’ 시대에서 ‘유령광고’ 시대로 

광고 수급이 어려울 때 언론은 종종 ‘대포광고’를 낸다. ‘대포광고’는 무료광고다. 광고면을 비워둘 수 없는 언론이 기업 광고를 무료로 싣지만 광고를 실은 후 광고주에게 광고비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유령광고’ 시대다. 광고업계에서는 대략 5~6년 전부터 이런 관행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 C씨는 “광고 효과가 없더라도 광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협찬’으로 진행한다”며 “지면이나 온라인 홈페이지에 광고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갈음해 언론에 광고비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광고 판매 확인 방법은 세금영수증과 광고가 실린 지면을 확인하던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유령광고’는 세금영수증만 확인하고 광고 배치된 면 확인은 생략한다. 이런 협찬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다는 온라인 쇼핑몰업체 홍보팀 D씨는 “한정된 광고비를 쪼개 지급했는데 비슷한 급의 다른 매체에서도 ‘광고를 달라’고 달려들면 감당할 수 없게 돼 노출 효과 없는 협찬 광고를 진행했다”며 “말 그대로 만일을 위한 보험용으로 광고 효과가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않는 것보다 다른 매체에 알려지지 않도록 조용히 끝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협찬광고 규모가 상당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광고이다 보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업계에서도 감을 잡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경제지는 기업편? 

언론사가 알아서 기업의 홍보처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말 경제지들은 일제히 기업인 사면·가석방을 주장했다. 한 경제지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기업인 사면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특별취재팀에 속했던 E 기자는 “해당 기획 예상 출고 시점은 지난해 11월 말~12월 초였으나 취재팀에 차출된 기자들의 ‘창피하다’는 반발이 이어지면서 한 달여 가량 기사 출고가 밀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 기자는 “기자들은 논조를 맞춰 줄테니 기자 이름만 빼달라고 해 ‘특별취재팀’으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E 기자는 “이런 얼토당토 않은 기사가 나가면 내부에서는 광고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기 마련이지만 경영진은 오히려 ‘경제지가 기업 편을 들여야 한다’는 강박이라도 있는 듯 밀어 붙인다”며 “기업 입맛에 좋은 기사가 곧 국민 경제에 좋은 기사가 아니라는 인식 전환을 해야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여년 째 언론의 1등 광고주인 삼성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논문에서 “각 신문사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삼성”이라며 “다른 대기업과 달리 삼성은 신문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편집국장이 받아들이는 압력의 정도는 비교가 안될 만큼 컸다”고 평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지난해 6월 25일 발행한 노보 한소리에서 “‘무리한 비교’라는 욕먹을 각오로 쓴다”며 한겨레의 5월 26일치 <“혼수상태 이건희 회장 ‘이승엽 홈런’에 눈 번쩍”> 기사와, 5월 19일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 사망 사건 기사(16면)에 대한 한겨레 지면배치를 비판했다. 

한겨레지부는 “누구도 발제하지 않았지만 종합면까지 나간 ‘이건희 눈 번쩍’ 기사와 신중하고 엄밀한 검토를 거친 끝에 ‘약소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기사는 ‘삼성-기업’ 보도와 ‘삼성-노동’ 보도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겨레지부도 “별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언론사와 광고주 건강한 긴장관계 회복해야 

광고주는 광고를 줄일 수 없다. 종합편성채널 등 매체가 늘어나고 미디어환경이 방송·신문에서 인터넷을 거쳐 모바일로 넘어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광고비가 분산되는 효과를 막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언론이 저널리즘이라는 본질을 버리고 영리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도록 방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훈기 뉴시스 노조위원장은 “현실적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수익률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광고성 기사’를 아예 안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신 공정보도위원회 등을 강화해 기사-광고 맞바꾸기나 기사 삭제 등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내부 견제 장치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신문 산업이 하향산업으로 전락하고 있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신문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올해 언론노조도 중점을 두고 지원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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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미래 (03)
○ “오너 관련 기사는 1억 주고라도 빼야”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오는 5월 창간 20주년에 맞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20회 연속 기획 시리즈를 내보냅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콘텐츠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급기야 저널리즘의 근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퇴행적인 일련의 변화를 비판하고 혁신과 대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창간 20주년, 미디어오늘은 언론 보도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연재 순서 >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01) 뉴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02) 온라인 저널리즘이 불러온 재앙.
(03) 붕괴하는 광고 시장, 추락하는 저널리즘.
(04) 현장에 기자들이 없다.
(05) 퇴행적인 취재 시스템.
(06) 차별성 없는 콘텐츠.
(07) 신문시장의 구조적 위기.
(08) 방송의 통신 종속.
(09) 무늬만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
(10) 뉴스 구독 행태의 변화.
(11) 콘텐츠 수익모델 다변화.
(12) 뉴스 다양성과 경쟁력 확보.
(13) 기자 재교육과 전문성 강화.
(14) 기자의 미래.
(15)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
(16) 신문읽기 교육의 현재와 대안.
(17) 뉴스룸 쇄신, 조직의 동력을 바꿔라.
(18) 대안 언론의 등장과 주류 언론의 틈새 시장.
(19) 에버그린 콘텐츠를 찾아라.
(20) 저널리즘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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