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이 정부 지원금 수백 억 원을 받으면서 소매상으로 계약사와 경쟁한다.” 

연합뉴스 얘기를 꺼내자 한 종합 일간지 고위 임원은 이 같이 말했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를 향한 ‘볼멘소리’는 신문 종사자로부터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연합을 둘러싼 종사자들의 이해 충돌과 쏟아지는 입말. 진부하다. 그러나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는 정보주권의 수호, 국민 간의 정보격차 해소, 국가의 홍보역량 강화 등을 이유로 연합뉴스를 국가기간통신사로 지정, 매년 350억 가량의 세금을 지원하고 있다. 신문 종사자들은 막대한 국고를 지원 받으며 온라인상에서 계약사와 경쟁하고 있는 연합의 소매 행위를 다시 문제 삼고 있다.
  
2003년부터 투입된 혈세만 ‘4300억원’

과거 뉴스통신사는 뉴스 서비스 도매상으로서 신문‧방송사나 정부 부처, 기업 등에 정보와 뉴스를 공급했다. 그 대가로 언론사로부터 전재료, 기업이나 정부 부처로부터 통신 수입을 얻어 살림을 꾸려 왔다. 하지만 전재료가 수년째 동결 상태이다 보니 적자를 면할 수 없었다. 정부를 향한 연합의 ‘구애’는 계속됐다. 그 결과가 뉴스통신진흥법이었다. 

법이 보장한 정부 지원금은 성장의 디딤돌이었다. 연합은 2015년에도 정부로부터 369억 원(정부구독료 349억 원 +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 지원금 20억 원)을 받는다. 2003년부터 구독료를 포함한 정부의 각종 지원금 총액이 4300억 원을 상회한다. 

1999년 연합 매출액은 554억, 2013년 매출액은 1542억 원이었다. 한국 신문 시장 2/3를 차지하는 조선‧중앙‧동아의 같은 기간 평균 매출액 변화(3453억 원->3726억 원)와 비교해도 연합은 악화하는 언론 시장 속에서 약진해왔다고 볼 수 있다.

   
▲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연합뉴스
 

연간 전재료 7~8억 원을 부담해야 했던 중앙 일간지 입장에서는 당연히 입이 나온다. 한 일간지 편집국장은 “손익을 350억 원 이상 남기려면 보통 매출 3000억 원 정도를 올려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세금으로 꼬박꼬박 타 가는 게 온당한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일간지 기자는 “연합은 정부 지원 받는 도매상이면서 일반 소비자도 상대하는 소매상도 해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며 “네이버와 같은 포털과 손을 잡고 스피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계약사와 경쟁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일반 언론사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없다”며 “연합은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 없는 언론사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연합뉴스의 A 기자는 “연합이 포털에 공짜로 기사를 내줘서 신문 시장이 위태로워졌다고 주장하는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2000년대 초반 언론사 닷컴을 통해서 뉴스를 공짜로 뿌리고 헐값에 포털과 제휴했던 건 기존 언론사들 아닌가. 민간 통신사도 소매를 하는데 왜 욕은 연합이 다 먹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는 지원금 논란과 맞물린 도매-소매 논쟁에 대해 뉴스 콘텐츠를 읽는 독자에게 구독료나 수신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소매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털을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로 인정하는 ‘신문법’에 따라 B2C가 아닌 B2B 서비스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간통신사가 갖는 장점을 누리면서 계약사를 포함한 여타 언론사와 트래픽 경쟁을 하는 것에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연합과 계약을 끊은 조중동이 “연합뉴스의 소매 행위는 온라인, 모바일 유통망을 언론이 아닌 포털이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언론사를 상대로 한 통신사 본연의 책임과 역할보다 자신의 영향력 증대에 더 관심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거세게 비판한 까닭이다. 

포털이 ‘자연선택’한 ‘공룡’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국제 뉴스통신사들도 1990년대부터 생존을 위해 스스로 위상을 변화시켰다. 영국의 대표 통신사인 로이터(Reuter) 통신은 1996년 뉴스 전재료 수입이 전체 수입의 7%에 불과했다. 나머지 수입 93%는 금융정보 서비스 등의 활동을 통해 벌었다. 사업 다각화는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었다. 

연합 역시 전재 수입 비율을 줄이며 인포맥스, YTN, 특판, 연감 등 자구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광고 없는 간접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다 포털이 등장했다. 포털의 팽창으로 뉴스통신사는 소비자에게 뉴스를 직접 제공하는 주체가 됐다. 포털은 속보성, 다양하고 방대한 기사, 주장보다 사실을 견지하는 객관성 등 통신사가 지닌 장점을 봤고, 통신사와의 긴밀한 ‘관계맺음’이 서비스 성공과 유지에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다른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뉴스 매체에 비해 뉴스 통신사는 더 다양한 커버리지를 가지고 있으며, 사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내용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뉴스 통신사에서 제공되는 기사에 대해 신뢰할 수 있다. 뉴스 소비자들이 포털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므로 속보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김관규·김충식 2011년 논문 「디지털 미디어 융합환경에서의 뉴스통신사 구조 변화」) 

   
▲ 지난 13년간 정부 구독계약료만으로 연합뉴스에 지원된 금액은 3920억 원이다. 구독계약료에는 정부 중앙부처에 지급된 단말기를 통한 뉴스정보 제공 및 국방일보 전재료가 포함돼 있다. 정부 기관 기자실에 연합 단말기가 놓여 있는 모습. ⓒ미디어오늘
 

매출액의 40%를 정부구독료로 지원을 받는 프랑스 통신사 AFP가 뉴미디어시대가 열리고 위축되는 언론시장의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연합은 포털을 기반으로 한 국내 시장에서 자리매김했다. 

기존 신문사와의 갈등은 뉴스 유통이 포털에 쏠린 데 기인하나 도소매 이분법이 허물어지는 환경 속에서 ‘통신사’의 지위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연합이 빠진 ‘딜레마’다. 

연합의 B 기자는 “조중동은 나갔지만 누군가는 영세 언론사에 정보와 뉴스를 공급하는 일을 맡아야 하는데 국가기간통신사인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재료가 수년 간 동결인 상황에서 우리만 포털에서 손을 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도소매 모두 포기할 수 없다는 것.

‘공짜는 없다’ 350억원의 대가

분명한 것은 연합의 성장에 정부의 안정적인 재원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 28개국 37개 주요 지역에 60여 명의 취재망, 국내 취재진 580명에 달하는 화력은 여타 국내 언론사가 따라갈 수 없는 국가기간통신사의 재산이다. 1998년까지만 해도 연합 특파원은 10개국 13개 도시 14명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국민 세금이 투입될 만큼 공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연합은 자사 공적 기능으로 △한국 시각으로 만들어 국내에 배포하는 국제 뉴스 △해외 배포를 목적으로 외국어로 작성하는 국내 뉴스 △국내의 지역·북한 뉴스 △재외동포와 다문화 가족 뉴스 등을 말한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런 ‘공공재’ 성격의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대규모 취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계약사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한 지역신문 기자는 “예전 지역신문은 서울발 전국 뉴스를 1면 톱에 싣거나 연합시론을 그대로 싣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대체로 자기 지역에서 벗어난 전국 기사를 크게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며 “연합뉴스의 가치가 지역신문에서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종합 일간지 한 기자는 “연합의 외신은 믿을 만하다고도 본다”면서도 “간혹 오보가 나와 신뢰가 떨어지며 무엇보다 민영 통신사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재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와 남재일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2013년 논문을 보면, 중앙일간지 및 지역신문, 방송사 등 전·현직 데스크들은 포털 뉴스 공급과 정치적 편향을 연합의 큰 문제로 꼽았고, 속보의 정확성 및 다양성 부족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중앙일간지 중심의 뉴스 공급 탈피도 과제라고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 시민단체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연합뉴스 대주주 뉴스통신진흥회 앞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연합뉴스 사장 선출을 위한 언론시민사회단체 공동결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 10일 이들이 부적격 인사로 꼽은 박노환 연합 인포맥스 특임이사가 새 사장으로 내정됐다. ⓒ김도연 기자
 

하지만 연합뉴스가 해법을 내놔야 할 숙제이자 당면한 한계는 지배 구조에서 비롯한 낙하산 인사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만큼 인사 독립성이 확보돼야 하나 정권과 자유로울 수 없는 소유 구조로 연합 사장직은 정권의 전리품에 불과했다. 

현재 공적 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이문호, 진흥회)가 지분 30.77%로 대주주이고, 이사진은 여야 추천 6대1 구조로 쏠려 있다. 진흥회는 연합뉴스 사장 추천 권한을 갖고 있다. 

편향된 이사회 구조는 여전히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선임되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을 끊임없이 불러 왔다. 대표 사례로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언론 특보를 지낸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선임돼 낙하산 논란을 낳았다. 박정찬 사장 때는 끊임없는 불공정 보도 논란으로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가 23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강행하기도 했다. 보도의 불공정성은 국가기간통신사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

감시받지 않는 언론, 연합뉴스

연 350억 이상의 국민 세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현재 연합뉴스는 외부 감사를 거친 결산 내용을 진흥회에 보고한다. 이를 바탕으로 진흥회는 국회와 정부에 보고한다. 정부구독료 경우 연합 내부에서 사용 내역을 결산해 정부에 보고하는데, 이 자료는 비공개로 다음 구독료를 산정하는 데 쓰인다. 

개괄적인 수입·지출 실적 보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연합의 정보 통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 보좌관은 “연합뉴스의 경우 국가기간통신사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 받고 있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길이 없다”며 “연합뉴스로 받은 돈을 연합뉴스TV에 쓰는지 알 길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법에서 국가기간통신사로 그 지위를 인정해줬다면 합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연합뉴스는 그동안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뉴스통신진흥법을 만든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언론과 시민사회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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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미래 (09)
13년간 4300억원 정부지원, 세부내역은 영업비밀?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이 오는 5월 창간 20주년에 맞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는 20회 연속 기획 시리즈를 내보냅니다.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콘텐츠 플랫폼이 다변화하면서 주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면서 급기야 저널리즘의 근간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기획 시리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진단하고 퇴행적인 일련의 변화를 비판하고 혁신과 대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창간 20주년, 미디어오늘은 언론 보도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정직한 감시자,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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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뉴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
(02) 온라인 저널리즘이 불러온 재앙.
(03) 붕괴하는 광고 시장, 추락하는 저널리즘.
(04) 현장에 기자들이 없다.
(05) 퇴행적인 취재 시스템.
(06) 차별성 없는 콘텐츠.
(07) 신문시장의 구조적 위기.
(08) 방송의 통신 종속.
(09) 무늬만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
(10) 뉴스 구독 행태의 변화.
(11) 콘텐츠 수익모델 다변화.
(12) 뉴스 다양성과 경쟁력 확보.
(13) 기자 재교육과 전문성 강화.
(14) 기자의 미래.
(15)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
(16) 신문읽기 교육의 현재와 대안.
(17) 뉴스룸 쇄신, 조직의 동력을 바꿔라.
(18) 대안 언론의 등장과 주류 언론의 틈새 시장.
(19) 에버그린 콘텐츠를 찾아라.
(20) 저널리즘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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