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사건이 터졌다. 특정 종목의 주가를 띄우기 위한 기사를 써서 개미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가격이 오르면 되파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전직 경제지 기자가 지난 21일 구속 송치되었다. 이런 비리가 단발성이 아니고 2017년 이후 올해까지 9년째 이어졌으며, 무려 1058개 종목에 걸쳐 111억 8천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이다.더욱 충격적인 점은,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수사 대상이 된 언론인과 그 지인이 20여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2015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으로 촌지 문화가 수그러드는가 싶었는데 보이지 않는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조작형’이다. 가장 단순하고 직설적인 유형이다. “내 빵 누가 훔쳐먹었어?” 묻는데 입가의 빵 부스러기를 서둘러 털어내며 ‘난 아니야“ 기만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회피형‘이다. “기억 안 난다”고 잡아뗀다. 거듭 캐물으면, 나름 애써서 기억을 뒤져봐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어조로 “아마 난 아닐 걸…”하면서 꼬리를 사린다.셋째는 ‘호도형’이다. 앞의 두 가지 유형보다 더 교활한 거짓말이다. 직접 부정하지 않되, 질문의 초점을 흐리거나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전략이다. 맥락을 거세하고, 동문서답으로
에게 번뜩이는 영감과 가슴 설레는 희열을 안겨 주는 존재는 고래다. 우영우가 참신한 발상으로 묘수를 떠올릴 때, 유리창 너머로 거대한 대왕고래가 춤추듯 도심의 하늘을 유영해 날아간다. 대왕고래는 몸길이 최대 30m에 몸무게도 200톤에 육박해서 현존 생물 중에서는 물론,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한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거대한 개체로 알려져 있다. 그 존재만으로 신비하고 경이로운 대왕고래가 하루아침에 이름을 더럽혔다. 지난해 6월 윤석열이 취임 2년만에 처음으로 가진 깜짝 브리핑에서 ‘영일만 심해 가스전 탐사 개발
그를 처음 본 게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2015년 내가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으로 합류했을 때 이용마 기자는 이미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참언론아카데미’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나 ‘총선보도감시연대’ 같은 모니터링 활동에 앞장서는 열혈투사였다. 2012년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하수인이던 김재철 사장에 의해 부당해고된 1호 해직자로 암담하고 고단한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뒤늦게 얻은 아들 쌍둥이를 돌보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며 해맑게 웃던 평범한 아빠였다. 2016년 12월 오랜만에 그를 다시 마주했을 때 하마
치트키(cheat key)란 용어가 있다. 원래 비디오 게임에서 나온 말인데 ‘게임이 잘 안 풀릴 때 특정 단어를 입력하거나 조작을 해서, 해당 단계를 클리어하거나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하는 속임수 기법’을 뜻한다. 이제는 이 용어가 일상 속에서도 널리 쓰이는데 ‘곤란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묘수와 편법’의 의미로 통용된다. 게임에서 치트키를 쓰면 불리한 상황을 뒤집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남발하면 정상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보면 이른바 ‘사회적 합의’를 앞세우는 발언들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상황을
횡단보도 교통사고가 급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상의 횡단보도를 싹 없애고 지하화하면 문제는 해결될까? 그러면 차량과 사람이 부딪힐 일도 없고, 교통체증도 완화되니 일거양득일까? 보행자를 차량 흐름의 방해물로 여긴다면 이런 황당한 대안도 답이 될 수 있다. 누구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기조는 완전히 달라진다.방송통신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내내 골칫덩이였고 지금도 그렇다. 5인 합의제 체제로 발족된 방통위는 윤석열이 임명한 2인 체제, 심지어 1인 체제의 기형적 형태로 운영되었고 윤석열의 ‘입틀막’ 방송장악과 비판
“저는 물론, 규제에 반대합니다.” 얼마 전, 가짜뉴스에 관한 한 토론회에서 진보논객으로 알려진 패널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신과 같은 진보 리버럴이 규제에 반대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로.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면 법적 규제 반대가 기본이고, 미디어 기업의 ‘자율규제’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 사이에선 일종의 ‘표준화된 정답 노트’처럼 통용된다. 매우 이례적인, 한국적 현상이다.표현의 자유를 다룰 때 고전처럼 등장하는 메타포는 “의견의 시장(marketplace of ideas)”이란 문구이다
대선 초침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선출되었고, 국민의힘 최종후보도 곧 가려질 예정이다. 저마다 공약 선점을 위한 공방이 치열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언론정책과 미디어에 대한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독보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AI뿐이다. 이재명 후보는 ‘AI 기본사회’를 1호 공약으로 내놓았다. AI산업 육성을 위해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며, 규제 완화와 특례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국민의힘도 경쟁적으로 AI 진흥책을 내놓고 있다. 한동훈 경선 후보는 ‘받고 따블’로 AI 육성에 200조 원 투자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그 은밀한 디테일이 악마들의 보물창고다. 일반인의 상식으론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견고한 성채, ‘법과 규정’이라는 이름의 철옹성 안에는 소수의 간택된 ‘요원’들만 드나드는 비밀창고 같은 곳이 존재한다. 성채의 깊은 구석, 작고 허름해서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그 용도나 목적도 모호한 비밀창고는, 절대권력을 보위하는 위험천만의 무기고가 되기도 하고 비판세력을 가두고 고문하는 밀실이 되기도 한다.우리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통신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
내 인생의 행운 가운데 하나는, 마흔이 넘어 늦깎이 유학생 신분으로 공부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갈아엎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배우는 건, 두렵고 고통스럽지만 설레고 경이로운 ‘탈각’의 과정이었다. 내가 박사과정을 시작한 2003년은 새로운 변화와 낙관론이 급류처럼 휘몰아치던, 바야흐로 ‘디지털 로망’의 시대였다.멕시코의 사바티스타 무장투쟁, 이라크전쟁 반대시위, 반WTO 연대시위 등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지구적 시민투쟁을 실시간으로 조직해내면서, 인터넷이 시민행동과 인권회복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
음모론은 힘이 세다. 마이클 셔머는 란 책에서 2021년 미국인 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음모론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미국의 정부, 언론, 금융계는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사탄을 숭배하는 소아성애자 집단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19% 동의) “미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불법적인 대통령이라는 증거를 은폐해 왔다.”(20.7% 동의) “지구온난화는 정치적 인기에 편승하려는 자유주의 엘리트와 직업 과학자들이 꾸며낸 사기극이다.”(22% 동의)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