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합당 합의 11일만에 갈라섰다. 그 이유를 두고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에 따른 정체성 논란과 선거와 공천 주도권 갈등이 그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정도 문제에 대해서도 배려와 인내심, 관용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었다면 굳이 왜 그렇게 급하고 무리하게 통합을 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며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다”고 밝혔다. 배복주 전 부대표를 둘러싸고 ‘물의를 일으킨 인사를 당직과 공천에서 배제한다고 이낙연 대표가 발표하라’는 요구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에 따라 이준석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자격 심사위원회 설치의 건’을 가결했다. 통합 당헌 당규에 ‘당원 자격 심사위원회’ 설치 규정을 신설 운영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개혁신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권한 위임의 건’을 가결해 “선거 캠페인 및 정책 발표는 이준석 당대표가 공동 정책위의장과 협의하여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표면에 드러난 주요 갈등요인은 이 두가지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이준석 대표는 배복주 전 부대표 제지에 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배복주 전 부대표 등에 대한 낙인과 배제와 혐오의 정치가 답습됐다’는 이낙연 대표의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논란이 됐던 인사에 대한 당원 자격 심사 기구는 원래 속해 있던 정당에도 있는 규칙”이라며 “아주 특별한 당규로 저희가 규제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특정 활동가가 특정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지만 공공의 안전을 침해하는 부분은 저희가 심각하게 다룰 수도 있다”며 “국민의힘에서는 용인되는 기준일지 몰라도 개혁신당에 또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의원, 김용남 정책위의장이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이낙연 대표와 합당 철회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의원, 김용남 정책위의장이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이낙연 대표와 합당 철회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양향자 의원도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 할 경우 분명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그 기준하에서 저희가 요청을 드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지도부는 당원자격 심사 문제를 정체성의 문제로 본다.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미디어오늘 기자 등과 만나 ‘배 전 대표 문제가 이번 합당철회의 큰 요인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워낙 여러 정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통합 선언 이후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전 의원의 조기 석방을 촉구했던 경력이 있는 분도 있고, 시민의 실생활에 피해를 끼쳤던 단체의 직책을 맡았거나 동조했던 분들도 섞여 있다”며 “그런 분들이 기존의 정당을 떠나서 개혁신당으로 옮겨오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정당의 정체성이나 색깔이라는 면에서 개혁신당보다는 기존에 몸담고 있던 정당이 더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혁신당의 정체성에 대해 이준석 대표나 이낙연 대표가 다르지 않을텐데, 배복주 전 부대표 문제에 대한 인식은 다른 것이냐는 질의에 김용남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시각차가 있다고 봐야겠다”며 “개혁신당의 정책 맞지 않는 인사들은 일종의 당원 자격 심사를 통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사안에 대한 서로 생각이 다르면 폭 넓게 생각해보고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이게 소통의 부족이었던 거는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이낙연 대표와 합당 철회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이낙연 대표와 합당 철회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선거캠페인을 이준석 대표에 위임한 것에 대한 반발도 통합 철회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공천주도권 갈등으로 비춰지는 문제다. 이를 두고 김용남 정책위의장은 “공천의 주도권 갈등은 약간 맞지 않는 얘기”라며 “김종인 위원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모시자는 건 우리나 새로운미래나 좋은 아이디어라고 공감대가 이루어져 접촉했고, 김종인 전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맡으면 우리가 아예 공천에 손을 댈 수 없게 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 캠페인이나 정책 발표의 이준석 대표 위임 건의 경우 공동 정책위의장인 저와 김만흠 박사의 협의하에 이준석 대표가 좀 스피디하게 진행을 하자는 게 안건의 내용이었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을 교체하던가 하는 건 아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기술적 문제 정도의 오해면 이낙연 대표를 더 설득시킬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김용남 위원장은 “갑자기 감정이 엑셀레이트 되면서 최고위원회 직후에 이준석 대표의 관훈토론회 참석을 앞둔 상황에서 시간에 쫓기는 와중에 좀 언성이 높아졌다”며 “그런 아쉬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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