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에 이어 이준석 대표도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이 대표는 20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 통합을 선언한 지 10일 만에 이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기 확신에 오만했었던 것은 아닌지, 가장 소중한 분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했던 것은 아닌지, 오늘만큼은 앞으로 대한 호언장담보다는 국민께 겸허한 성찰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할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회견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새로운미래 측의 합의 파기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총선 캠페인 및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대표에게 위임 전결하는 문제가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논의가 활발히 오가는 상태에서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안건지까지 공유를 해가면서 표결 처리하자는 방식으로 결론이 나서 표결에 임하게 된 것”이라는 게 이준석 대표의 주장이다. 이낙연 측 인사의 퇴장 속에 나머지 통합 세력이 정상 절차를 밟아 의결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이준석 대표가 공천관리위원장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쥐어주기 위해 기획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 추천은 제가 아니라 이낙연 대표 측근으로부터 들어왔다”며 “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나와서 좋은 생각이라고 이낙연 대표가 동의했고 그러면 이준석 대표가 연락을 해줄 수 있겠냐고 해서 최근에 제가 김 전 위원장 측에 의사 타진을 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김 전 위원장과는 다른 ‘셀럽형 인물’을 추천하기도 했고, 이낙연 대표 측의 김종인 영입 의견이 먼저 나왔으니 김종인 기획설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은 주장이라는 것이다.

결국 통합 선언 11일 만에 이낙연 대표 측 새로운미래와 이준석 대표 측 개혁신당이 결별하면서 선거를 앞둔 이합집산 결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질적 정체성을 지닌 두 세력이 통합하기엔 시간이 짧아도 너무 짧았고, 오히려 급박하게 이뤄진 통합의 목적이 6억 원 가량의 국고보조금(현역의원 5명)에 있다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왔다.

이날 이준석 대표가 국고보조금 질문을 받고 당직자 만장일치 합의임을 강조하면서 “이런 사례가 없어서 법상의 반납 절차가 미비하다면 공적인 기부라든지 좋은 일에 사용하는 방식으로라도 진정성을 국민들께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내 세력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낙연과 이준석 대표 결별 선언을 두고 반이재명과 반윤석열이라는 코드를 공유하긴 했지만 제3지대 통합세력이 어떤 정치적 의제를 가지고 개혁하겠다고 하는 메시지 전달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질적 정체성을 극복할 수 있다며 내놓은 발언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두 세력의 통합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비유 사례로 끌어온 DJP연합이 그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월 11일 라디오에 출연해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그 두 분의 거리보다는 저와 이준석 전 대표의 거리가 훨씬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도 지난 13일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 총재와 이기택 총재에게 보인 통큰 결합의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석 대표가 가장 가까운 예로 “과거 바른미래당에서 경험한 통합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해 우리가 똑같은 결과를 예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도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이 대표는 통합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분당과 탈당, 당 내부 분열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바른미래당이 아른거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혁신당 파탄을 보면서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_얼음과 숯은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이란 고사성어가 떠올랐네요. 각자의 길이 다른 세력들이 함께 가기에는 서로 융합할 시간이 너무 없지요”라며 “각자의 생존을 위한 합당이 아니라 지향점이 같아야 했는데 아무튼 재미있는 총선이다”라고 꼬집었다.

여권 관계자는 “내부에서 이러쿵 저러쿵해도 쉽게 보면 아귀다툼으로 파행을 맞이한 것”이라며 “최근 새로운미래 측 주요 인사들을 보면 이준석 대표의 ‘고정 지지층’ 문제를 지적한 걸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일각에선 특정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지지층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그들과 민주진영 출신 정치인은 태생적으로 함께할 수 없는 성향이다. 그런 괴리를 좁히지 못한 채 물리적 합당으로만 이어졌고, 결국 파국을 맞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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