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의 고 이선균씨 유서 보도를 인용해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매체가 22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뉴시스 등 뉴스 통신사 및 유력 언론사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TV조선은 지난해 27일 이선균씨 사망 당일 [단독] 표기를 달고 이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TV조선은 이선균씨가 집을 나서기 전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겼다며 아내와 소속사 대표에게 남긴 글을 보도했다. 유가족이 공개를 원하지 않았던 유서를 TV조선이 일방적으로 공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소속사는 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TV조선은 지난달 보도를 삭제했다.

▲지난해 12월 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해 12월 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신문윤리위는 지난달 10일 열린 제982차 회의에서 TV조선 보도를 인용한 22개 매체에 대해 주의 제재를 내렸다. 뉴스1·뉴시스·스포츠조선·스포츠서울·이데일리·아주경제·국민일보·머니투데이·서울경제·매경닷컴·파이낸셜뉴스·중앙일보·헤럴드경제 등이 제재를 받았다. 이들 언론은 TV조선에서 관련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인용보도를 했다.

신문윤리위는 “이들 매체는 유서 내용을 기사 본문에 소개하는 것은 물론 제목으로도 처리했다”며 “스포츠조선과 스포츠서울은 이를 전하면서 이선균의 유서성 메모 내용을 그래픽으로 처리한 TV조선의 화면을 그대로 옮기는 등 자극적으로 처리했다. 비록 매체들은 이선균 유서를 짧게 인용했을 뿐이지만 그 내용이 자살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이어서 사실상 그의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고인의 죽기 전 절박한 심정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따르면 언론은 유서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권고기준은 “고인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살의 미화를 방지하려면 유서와 관련된 사항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첫 보도를 한 TV조선은 물론 인용보도를 한 언론사들 역시 언론 윤리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매경닷컴·문화일보·강원일보·뉴시스·뉴스1 등 이선균씨 사망 방법을 설명한 10개 언론사도 주의 제재를 받았다. 이들은 이씨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차 안에 번개탄이 있다고 기사에 적었다. 신문윤리위는 “비록 이씨가 번개탄을 피우고 숨졌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가 번개탄을 이용해 자살했음을 암시한 것”이라며 “자살 장소, 방법, 도구를 사실상 적시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살에 대한 정보나 암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는 자칫 모방 자살을 부추길 수 있고, 언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KBS가 단독 보도한 이선균씨와 유흥업소 실장의 음성통화를 인용한 15개 언론에 대해 주의 제재를 결정했다. 제재받은 언론사는 뉴스1·스포츠조선·중앙일보·매경닷컴·이데일리·뉴시스·파이낸셜뉴스·서울경제·헤럴드경제 등이다.

신문윤리위는 “혐의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선균씨는 유명 배우라는 이유로 실명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왔다”며 “특히 위 매체들은 사건의 본질인 마약 투약과 무관한 ‘나도 너 되게 좋아해’라는 지극히 사적인 대화 내용을 기사 제목에까지 올렸다. 일부 매체는 KBS화면 캡처 사진을 기사에 싣기도 했다. 비록 KBS 보도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선균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녹음된 사적 영역의 녹취물 일부를 표제에도 사용한 것은 독자의 호기심을 겨냥한 자극적인 보도태도”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