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보도 언론사를 압수수색했다. 해당 언론사는 오히려 경찰의 부실 수사와 언론 보도 문제점을 비판했는데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며 반발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3일 오전 “수사정보 유출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어제(22일) 10:00~17:00간 인천청 마약수사계, A 언론사 등에 대하여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알렸다.

관련 알림에 지난해 10월 19일 ‘톱스타 L씨가 내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 보도한 경기신문일 거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압수수색 대상 언론사는 디스패치인 것으로 밝혀졌다.

디스패치는 23일 오후 <[알립니다] 디스패치 압수수색으로 끝나지 않길 바랍니다>라는 공지를 통해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대에서 디스패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 ‘사건보고서’가 공개된 경로를 찾기 위해 취재 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해 갔다”고 밝혔다.

경기남부청은 지난해 12월 28일자 디스패치가 보도한 내용 중 이선균 배우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등 8명 이름이 나오는 ‘연예인·유흥업소 종사자 등 마약류 투약 사건 수사진행보고’ 첨부 보고서에 대한 유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스패치는 “경기남부청이 압수수색 이유로 특정한 기사는 <“빨대는, 흠집내기였다”…이선균, 조각난 진술>이다. 이선균 배우 사망(12.27) 다음 날인 12월28일에 출고된 기사”라며 “‘디스패치’는 해당 기사에서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10월18일에 작성한 ‘사건보고서’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선균 배우는 지난해 10월 14일 피의자로 형사 입건됐는데 나흘 후인 10월 18일 문제의 보고서가 작성되고 다음날인 19일 경기신문이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 제목으로 단독 보도했다.

디스패치는 공개한 ‘연예인·유흥업소 종사자 등 마약류 투약 사건 수사진행보고’에 대해 “‘제보자’ 신OO, 박OO의 말만 듣고 보고서를 만들었다.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허술한 중간보고서”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디스패치 사무실. ⓒ미디어오늘 
▲디스패치 구사옥. ⓒ미디어오늘 

디스패치는 “이선균이 사망했다. 문제의 본질은 경찰의 흘리기와 언론의 받아쓰기”라며 “사건과 무관한 녹취록, 전후 사정을 편집한 진술서, 누구의 소스로 누가 요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문제가 담긴 녹취록을 전한 보도와 제보 단계에서 전후 과정이 생략된 진술서가 유출되어 등장한 보도 등 실제 경찰과 언론이 유착된 정황에 수사를 집중하라는 지적이다.

디스패치는 “이선균 사망 직후, (우리는) 경찰의 ‘내부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문건은 경찰의 치부다. 이번 경기남부청의 압수수색이 경찰의 치부를 덮는데 쓰이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호 디스패치 선임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본지 보도는 이선균 배우를 극단으로 몰고간 수사와 보도의 문제를 지적한 기사로 사망 이후 보도했다”며 “경찰의 초기 수사를 비판하며 명시적인 보고서를 공개했기에 경찰의 압수수색 방식은 이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과 일부 언론의 유착 실체가 이번 일로 가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지호 선임기자는 “경찰은 사실 파악도 안 된 제보 내용으로 보고서를 만들었다. 내사도 진행하지 않고 이선균을 룸살롱 마약 커넥션 주요 인물로 올렸다”며 “보고서를 보면 한 사람은 수감 중이어서 약을 할 수도 없는데 그런 기본 관계도 조사하지 않은 보고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생활 녹취록을 공개한 KBS와 진술서를 편집해 보도한 JTBC가 어떤 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는지 모른다”면서 “경기남부청 압수수색으로 이런 부분까지 다 밝혀지길 기대한다. 단지 경찰 내부 입막음용으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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