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측이 사장 퇴진이라는 극단적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노동조합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노조는 오히려 사측이 경영실패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전가하며 EBS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EBS 사측은 지난 8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EBS 단체협약 해지에 관한 입장문’을 올리며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7페이지 분량의 ‘EBS 경영진 일동’ 명의 입장문엔 EBS의 경영 위기 상황과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노조와의 협상 과정이 담겼다. 아울러 사장퇴진을 계속 요구하는 노조에 이날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김유열 EBS 사장. 사진=EBS 제공.
▲ 김유열 EBS 사장. 사진=EBS 제공.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노조)는 지난해 11월22일 초유의 적자 경영, 단협 파기 및 파업종용 논란 등을 이유로 임금·단체협상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경영진 사퇴 요구 농성을 시작했고, 지난해 12월부터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노조가 조합원 약 4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김유열 사장 신임 투표에서 92.7%가 불신임 의견을 밝혔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진행한 김유열 EBS 사장 퇴진 등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선 투표자 10명 중 9명이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노조는 지난 6일 지방노동위원회에 2023년 임단협에 대한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사측은 입장문에서 “노조는 (지난해) 12월 진행된 신임투표결과에 따라 교섭위원에서 사장을 무조건 배제하라고 했다. 노조법에 의해 사용자에게는 교섭 및 체결권한이 있다. 그러나 노측은 ‘사장퇴진이 전제되지 않은 임단협에는 서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임단협 안건이 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주장이다. 더욱이 임단협 사측 최종 책임자인 사장을 배제한 채 임금 협상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요구”라고 했다. 

아울러 이사회에서 사측이 편성한 2024년 1차, 2차 예산안 의결을 모두 거부했다며 이사회가 인건비 감축 등 구성원들의 진정성 있는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사측은 “이러한 상황을 수없이 노조에 전달하며 최소한의 자구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장 퇴진을 최우선에 두고 노사 협상마저 중단했다”며 “더 나은 EBS를 위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2024년 2월8일자로 EBS 노조에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고했다”고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가 지난해 12월14일 EBS 정상화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 및 총회를 진행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가 지난해 12월14일 EBS 정상화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 및 총회를 진행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또 “노조의 임단협 협상, 결렬선언, 지방노동위의 조정요청 등 모든 합법적인 절차는 존중한다. 그러나 사장퇴진이라는 임단협과 상관없는 극단적 조건을 내건다면 사측으로서도 단체협약 해지 외에 다른 특별한 대안이 없다”며 “노조가 사장이 임단협 협상의 사측 대표이자 단체협약 사측 체결권자임을 인정한다면 언제든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했다.

노조는 즉각 반박했다. 노조는 8일 오후 성명에서 “경영진 명의의 입장문에는 ‘노사상생’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담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들은 단 한 차례도 EBS 구성원을 동반자로 보지 않았다”며 “‘자사 출신 첫 사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소모품 내지는 도구로만 여기고 모든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전가하는 적반하장의 전형이었다. 어떠한 타개책도 없이 눈앞의 상황만 모면하기에 급급했고, 모든 영역의 비용 절감, 비정규직 100% 순감 정책 등 구성원들에게 고통만을 강요해 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그럼에도 구성원 모두는 위기에 빠진 EBS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 이상의 고통분담도 각오하며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지만 경영진은 협상테이블에서조차 EBS 구성원을 무시했다”며 “임단협 실무소위 자리에서 ‘단협 파기’를 들먹이며 ‘파업이든 사장퇴진이든 노조가 할테면 하라’는 발언도 서슴치 않더니 이 모두가 ‘회사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극단적인 상황을 막자는 취지였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결국 상황이 몰리자 스스로 내뱉은 말도 부정하며 EBS를 더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왜곡과 자기변명 속에도 93%가 불신임한 ‘사장신임투표’, 그리고 89%가 압도적으로 찬성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결과가 보여주듯 EBS 구성원들은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르지 않는다”며 “오로지 ‘자리보전’만 생각하는 김유열과 그에 동조하며 간신처럼 행동하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기필코 그들로 인해 EBS가 망가지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낼 것이다. EBS가 다시 국민들에게 신뢰를 되찾을 때까지 EBS 역사에서 그들의 흔적을 지워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맞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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