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구성원들이 노조의 요구조건을 받지 않은 김유열 사장 퇴진운동에 나섰다. EBS 사측은 노조와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장 퇴진 운동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노조)는 4일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2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경영진 사퇴 요구 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은 △인건비 5% 삭감을 전제로 한 주 4.5일제 시행 △연차수당 폐지 등을 제시하며 인건비 절감을 통한 비용 절감을 고수했고, 총 4차의 임단협 실무소위원회는 합의되지 않았다. 지난해 256억 적자를 기록한 EBS는 올해 300억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4일 경기도 고양시 EBS 1층 로비에서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4일 경기도 고양시 EBS 1층 로비에서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노조는 임단협 중 당시 사측 교섭위원장의 “11월30일까지 사측 교섭안을 거부하면 단협을 폐기하고 사측의 결정대로 진행할 것”, “파업이나 사장 퇴진 운동은 노조에서 알아서 하라” 등 발언이 노조를 향한 명백한 협박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경영진 사퇴를 주장하며 사측에 △단협 파기 및 파업 종용 발언에 대해 사장의 공개 사과 △문제 발언을 한 교섭위원을 포함해 사측 교섭위원 전원 교체 등을 요구했다. 12월1일까지 위 사안이 지켜지지 않을 시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사측은 지난 1일 오후 노조에 모두 부서장급이었던 기존 사측 교섭위원 5인 중 3인을 선임 부장으로, 2인을 예비위원이었던 부서장급 위원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다. 김유열 사장 사과에 대해선 4일 혹은 5일 경 사과 표명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를 시간끌기용 미봉책으로 판단했다. 

노조는 4일 성명을 내고 “경영진이 이번 기회를 통해 조합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 임단협 교섭안을 재검토하고, 위기 극복의 근본적인 방향을 숙고하길 마지막으로 바랐다. 그러나 이 최후의 시간마저 김유열 사장은 진정성 있게 대하지 않고 결국엔 무시하고 허비한 셈”이라며 “김유열 사장은 더 늦기 전에 그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와라. 시대착오적이며 독단적인 경영 판단과 불통을 일삼아 EBS의 몰락을 앞당긴 당신에겐 지금의 위기를 바로잡을 능력은 없다”고 했다.  

노조는 김유열 사장의 자진사퇴를 주장하며 경영 실패, 반(反)노동적 행태, 조직문화 훼손 등 총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노조는 “2년 연속 EBS 사상 초유의 적자 경영을 한 사장. 김유열 사장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는 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사장은 대외 환경 분석이나 사업 타당성 조사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조직 개편과 사업 확장을 강행했다. 외부 환경 변화와 각 분야의 실무자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독단적 결정들을 강행함으로써 EBS의 재정 상황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장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고 구성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노동조건의 하락을 당연히 여기는 행태, 구성원들이 희생하지 않으면 단체협약을 폐기하고 사측의 결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반노동적 발언에 대해서도 엄중한 죄를 묻겠다”며 “지난 2년간 사장은 독단과 아집으로 구성원의 지적과 염려를 묵살했다. 사장 특유의 불통 리더십은 신뢰와 소통을 중시해온 EBS의 조직문화를 망가뜨렸다”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4일 경기도 고양시 EBS 1층 로비에서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4일 경기도 고양시 EBS 1층 로비에서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노조는 오는 6일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김유열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퇴진 운동 강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4일 미디어오늘에 “사장이 전향적으로 상황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거라고 했는데도 이렇게 대응하니 약속대로 이행하는 것”이라며 “요구한 사안에 대한 사측의 답변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오늘부터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EBS 사측은 노조와 지속적 협상 노력을 밝힘과 동시에 사장 퇴진 운동에 대해선 법률적 대응을 예고했다. 곽태규 EBS 경영지원센터장은 4일 미디어오늘에 “(노조에서 지난달 24일 발간한) 특보에선 단체 교섭위원 교체가 아닌 보직자 간부들의 해임 조치를 요구했다. 공문으로 첨부했던 첫 성명서와 이야기가 달라져 당황스러웠다”며 “사측은 최대한 성실하게 요구하자는 입장에서 교섭위원 5명을 다 교체하고, 사장 사과 표명 의사가 있다고 공문을 보냈다. 다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 월요일 혹은 화요일까지 하겠다고 전달했으나, 노조에선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 센터장은 “회사 차원에선 계속해서 설득 작업을 할거고, 협상 내지는 교섭을 지속하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의 사장 퇴진 운동에 대해선 “아직 정식 쟁의 절차는 아닌 걸로 알고있는데,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대응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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