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패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파기 발언 등을 이유로 경영진 사퇴를 요구한 EBS 구성원들이 특보를 내고 사장 퇴진 운동을 예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노조)는 지난 24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후 첫 특보를 내고 경영진 퇴진 운동 계획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한 후 경영진 사퇴 요구 농성을 시작했다. EBS 노사는 올해 총 4차의 임단협 실무소위원회를 진행했지만 합의되지 않았다. 사측은 인건비 절감을 통한 비용 절감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256억 적자를 기록한 EBS는 올해 300억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한 후 일산 EBS 1층에서 경영진 퇴진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22일 임단협 교섭 전면 중단을 선언한 후 일산 EBS 1층에서 경영진 퇴진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사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조에 △인건비 5% 삭감을 전제로 한 주 4.5일제 시행 △연차수당 폐지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주 4.5일제에 대한 구체적 운영계획과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대상 확대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임단협 중 사측 교섭위원장의 “11월30일까지 사측 교섭안을 거부하면 단협을 폐기하고 사측의 결정대로 진행할 것”, “파업이나 사장 퇴진 운동은 노조에서 알아서 하라” 등 발언이 노조를 향한 명백한 협박이라고도 반발했다. 

노조는 특보에서 “지난해 256억 적자라는 결산 결과가 알려진 이후 경영진에게 ‘적자 재정 상황의 원인 분석과 향후 계획을 듣기 위한 전 직원 공청회’를 요구하고 총 8차에 걸친 공사발전위원회와 2차례의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EBS 재정악화의 철저한 원인 분석, 대책 등을 주문했다”며 “하지만 사장과 경영진은 1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원인 분석이나 계획 수립은 전혀 없이 비용절감에만 매몰돼 근로조건, 근로 의욕조건을 떨어뜨렸다. 임협 실무소위원회에서 사측은 구성원들의 고통분담만을 요구하는 일방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젠 무능한 사장과 경영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했다. 

노조는 농성을 시작하며 사측에 △단협 파기 및 파업 종용 발언에 대해 사장은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 △문제 발언을 한 교섭위원을 포함해 사측 교섭위원을 전원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관련해 특보에서도 “현 경영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고 철저한 원인분석을 통해 향후 대책 마련에 성실하게 임해 EBS의 근본적 변화를 끌어내고자 하는 첫 단계”라며 “도의적 책임에 대한 사과가 아닌 경영 실패에 대한 인정과 무능함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2년 적자 경영의 책임자로서의 뼈져린 반성이어야만 한다”고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24일 특보를 발행했다. 사진=언론노조 EBS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24일 특보를 발행했다. 사진=언론노조 EBS지부 제공.

노조는 “면밀한 운영계획과 대책 없이 오직 비용절감만을 위한 근시안적인 요구를 거부한다. 현재 계약직, 파견직, 프리랜서 인력감소가 상당히 진행됐다. 사측 안대로 연차휴가를 전면 사용하도록 강제한 후 4.5일제까지 실행한다면, 말 그대로 기존 업무를 줄어든 인력으로 단시간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최악의 재정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권리만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경영적 결정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2년 연속 벌어지는 경영 실패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없는 사장과 경영진을 위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아무런 대책도 없는 일방적 고통분담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했다.

노조는 내달 1일까지 두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김유열 EBS 사장이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장 신임을 묻는 조합원 투표를 시작으로 그에 상응하는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는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사장이 두 요구안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경우 다시 협상의 자리에 앉아 현재 닥친 EBS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사측 교섭위원장인 홍정배 EBS 정책센터장은 지난 22일 미디어오늘에 인건비 삭감 없인 자본 잠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 센터장은 “회사에서 획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 자본 잠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 EBS가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2월부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니 노조가 조금만 고통분담을 같이 해달라는 논의를 해오고 있었다”며 “(노조에서 문제 삼은) 해당 발언을 한 건 맞다. 단협 파기와 무단협 이야기를 계속 했던 건 이렇게라도 해서 풀리면 좋겠다는 배수진을 치는 차원이었다. 절박한 심정에 무단협까지도 겸토하고 있지만 그렇게 가지 않길 바란다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용감축은 할만큼 다 하고 인건비가 남은 거다. 그래서 같이 고통분담을 하자는 논의를 해왔던 것”이라며 “5월부터 8번의 공사발전위원회를 진행하며 노조가 사장이 경영 악화에 대해 사과하면 연차 수당 폐지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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