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열 EBS 사장이 “최근 노조 간 임단협 과정에서 적절하지 않은 사측 발언이 있었고, 이후 이어진 협상 결렬과 일련의 갈등 양상에 대해 걱정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사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던 노조가 사장 퇴진을 주장하자 뒤늦게 답을 내놓은 셈이다.

김유열 사장은 5일 오전 사내 게시판에 <직원들게 드리는 말씀>이란 글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신 EBS 가족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EBS 1층 로비에서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EBS 1층 로비에서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노조)는 지난달 22일 총 4차의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실무소위원회 끝에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경영진 사퇴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12월1일까지 △사측 교섭위원장의 단협 파기 및 종용 발언에 대한 사장의 공개 사과 △사측 교섭위원 전원 교체 등이 지켜지지 않을 시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지만 합의되지 않았고, 지난 4일 사장 퇴진 운동을 시작했다.

김 사장은 “올해 재정위기 극복이라는 비상경영 목표를 실효적으로 이루기 위해 노조와 어느때보다 이른 시점부터 다양한 논의를 이어왔다”며 “총 8차례의 공사발전위원회 실무 소위원회를 진행하며 사업·조직·인건비 전반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 (중략) 지난 9월 임단협 1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이후 총 4차례 실무 소위원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노조가 지난달 22일 성명서를 통해 사측 교섭위원 전원 교체를 요구했다가 이틀 후 비대위 특보에서부터 전원 보직해임을 요구했다고 지적하며 “성명서, 노보, 구두 협의 과정에서 각기 협상 조건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아울러 “나는 사장의 사과와 교섭위원 교체를 요구한 노조 성명서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교섭위원을 교체할 것임을 밝혔다. 구두로 통보됐던 전 부서장의 보직해임 요구가 노사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이라면 사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사장의 인사권은 경영권의 핵심으로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교육공영방송 EBS가 보다 충실히 대국민 공적책무를 수행하고, 모범적인 공영방송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 전 직원분께 현재의 비상경영,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심려를 끼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그동안 EBS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헌신으로 올해에 비해 200억원 이상 수지가 개선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게됐다.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경영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사 간 협상이 재개되길 바라며 협상에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성실하게 임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EBS 1층 로비에서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EBS 1층 로비에서 김유열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제공.

관련해 박유준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장은 5일 미디어오늘에 “올해 2월부터 노조는 계속해서 경영 책임을 지고 사장이 물러나거나 혹은 부서장들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측의 답변은) 교섭위원도 아무런 인사조치 없이 오히려 부서장이 담당하던 교섭의 권한을 선임부장으로 낮추고 소소위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며 “단협파기 파업종용을 언급한 부서장과 교섭을 파국으로 몰고 간 책임자들은 그대로 놔둔 상태로 노사 간의 가장 중요한 협상의 자리인 임단협 교섭자리를 마음대로 격하시키는 태도는 반성이나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는 시간끌기”라고 비판했다.

박 지부장은 “노조는 분명히 12월1일까지 사장의 공식적 사과를 요구했는데 1일 오후에 ‘4일이나 5일에 사과할 의향 있음’이라고 보냈다.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나”라며 “조합의 요구사항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식 답변을 전달했고, 약속대로 4일부터 사장 퇴진운동에 돌입함을 선언했다. 사장의 변하지 않는 태도에 오히려 입장문을 보고 조합원들의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BS 노조는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EBS 1층 로비에서 김유열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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